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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2024 세종도서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8월
평점 :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인문'이라는 단어가 끌렸을까?
'여행'이라는 단어가 끌렸을까?
어쩌면 '열대'라는 단어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열대'라는 그 오픈되지 않은 정글의 매력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나 보다.
이 책은 표지 디자인도 세련되게 잘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책을 손으로 들었을 때의 그 느낌 또한 상당히 괜찮았다. 표지에 정글 그림 부분이 코팅되어 책 전체가 코팅되어진 듯 단단한 느낌을 주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본문이 적혀있는 속지들도 종이가 두껍고 단단했으며, 속 내용을 빠르게 훑어볼 때 삽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언뜻 보여 글과 함께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많을 책으로 예상되었다.
-'열대' 라는 이미지-
이 책의 시작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적잖이 놀랐다. 질문을 보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후원을 모금하는 광고에서 보여주는 낙후된 마을의 모습이였고 다른 하나는 모아나의 애니처럼 문명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람들은 즐겁게 살아가는 지상낙원같은 모습이였다.
열대의 이미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상반된 이미지로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낙후되고 가난한 디스토피아와 수렵 채집생활을 하며 늘 밝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유토피아라는 이미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그럴수 있었는지가 책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직접 실체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편집된 이미지만 접해서 오해와 편견이 생기는 아주 적절한 예 였던것 같다. 이제서야 제목밑에 소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표지에 이 책이 '여행 입문서'라고 적혀있길래 이 책이 남녀노소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 책인 줄 알았다. 여기에서 내가 착각한 부분이 '지리학의 입문서'라고 착각한 점이다. 아니 지리적인 부분이 친절하고 상냥한 언어로 쓰여졌을 것이라 착각한 점이다. 여느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고를 당시에 중학생 아들과 함께 읽어볼 요량으로 신청했었다. 그래서 표지의 알록달록함이 마음에 들었고 삽화가 많은게 마음에 들었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 중학생 아들은 안 읽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적으로 작가님이 지리학자 교수님이신 만큼 지리학의 전문지식이 넘쳐난다. 사용되는 단어들도 어렵기에 문장의 난도도 높다. 지리학의 기본지식은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재미가 붙겠다 싶었다.
책에 지리적인 내용이 잘 설명되어 지식적인 면에서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인류 역사책들을 보면 인류의 큰 실수 중 하나가 농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농사짓기 이전의 수렵채집 시절이 좀더 풍요롭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나았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인류가 농사를 선택하지 않아서 산지들을 전부 불태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지구의 모습은 모든 곳이 정글과 같지 않았을까 상상해보곤 했다. 정글은 먹을 것이 많은 곳으로 상상되니 말이다. 이런 상상이 이번 책을 읽으면서 많은 점에서 수정되었다. 지금 지구에서 정글인 곳은 적도 부근의 열대우림인데, 이곳은 가조시간과 일조시간이 풍부하고, 지형적 고도가 낮아 기온이 높으며 강수량이 풍부하다. 또한, 큰강이 흐르고 있는게 단순 우연은 아닐것이다.하여 다양한 식생이 밀도 높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기후조건은 적도 부근인 열대우림에만 한 한다. 열대우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정글이 아닌 열대몬순기후와 열대 사바나 기후가 나타난다. 사바나 기후는 열대이지만 정글과는 거리가먼 소림장초인 넓고 광활한 대초원이다. 그러니 인류가 농사를 짓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서 숲을 불태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특히 한반도는 정글같은 모습은 되지 않을 것같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리산 국립공원 같은데를 상상하면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이전까지 정글은 수렵채집 생활이 가능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것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조금 수정되었다.
정글은 인간에게 매우 적대적이라고 한다.
'초록빛 지옥', '녹색 사막'이라 말할만큼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글에 살 수 없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토착 원주민도 정글에는 살지 않는다고 하니 정글이 왜 인간들에게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환상을 동시에 심어줬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지리적인 용어가 나올때 지식의 부족함으로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했다. 요새는 유튜브가 잘 되어있어서 모르는 단어하나만 검색해도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지리적으로도 검색을 많이 해야만 했는데, 책속에 풍경사진 삽화는 많았는데 지도가 부족했다는 점이 살짝 아쉬움으로 남았다.
3장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라는 목차를 가지고 열대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부분이다. 그 지역으로 여행가는 외부인의 시각말고, 그 지역에 살고있는 현지인들의 이야기가 실려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품고 3장으로 들어갔건만, 3장은 역사교과서로 시작한다. 열대지역의 초기역사와 침략당한 역사까지 그들의 역사이야기가 이어진다. 갑자기 책이 왜 역사책이 되었는지 계속 읽어보니. 지금 현재 그들의 문화,인종,종교가 뒤섞인 배경을 설명하려면 그들이 침략당한 역사부터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여러 인종과 여러 문화와 여러 종교가 뒤섞여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좀더 알고싶은 마음에 인터넷에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다문화ㆍ상호문화 협동과정/아시아 여성학 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지리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한다. 특히 여행과 국제 이주에 초점을 맞추어 글로벌 이동성과 장소 재구성의 관계를 밝히면서 그 속에 펼쳐지는 인간의 삶과 행복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 이영민교수님 소개-
3장은 작가님 소개대로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와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의 내용이다. 그 지역의 문화섞임에 대해서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서 좀 더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문화가 섞인다는 것은 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여러 인종이 섞인다는 뜻일게다. 이렇게 한 지역에 여러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재미있고 신비했다. 열대지역이라 하면 단순하게 흑인들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곳이구나를 톡톡히 느낄 수가 있었다.
책에서는 종교의 섞임 현상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멀리 보지 않아도 현재 우리나라가 잘 나타내주고 있는 부분이라 느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는 가족과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가족끼리 결혼을 통해서 함께 묶일때가 많은 것이다.
내 이야기가 딱 그렇다. 엄마쪽은 기도교 집안이셨고 아빠쪽은 불교쪽 집안이여서 명절에 양쪽 집안을 순회하면 집안의 문화가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종교충돌 없이 평화롭게 잘 지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여행기 책이기도 하다.
열대우림으로 가는 방법과 실제 작가가 어떤 지역을 통해서 어떤 방법으로 여행했는지를 읽어보는재미가 쏠쏠했다. 기차를 통해 열대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정다운 일화와 함께 여행다닌 사람들과의 이야기. 또 열대의 멋진 정경과 가이드의 역할까지 모두 적어 주셨다. 좋았던 부분과 안타까웠던 부분이 함께 적혀있어서 영행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좋았던거 같다. 맹목적으로 열대는 환상적이니 당장 떠나자! 이러지 않고 여행하면서 주의하고 경계하며 최대한 피해야 할 점과 속이는 자들에게 슬쩍 속아주자는 내용까지 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원주민을 연기하는 사람들에 관해 '직업이 원주민'인 사람들 이라며 안타깝게 쓰여져 있었다.
한 지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행객들이 몰리고 현지인들은 관광상품을 개발해낸다. 그 관광상품에 사람이 포함된다는 점이 조금은 이상했다.
열대에 가면 원주민을 연기하는 사람이 있고,
민속촌에 가면 조선시대를 연기하는 사람이 있고,품바축제에 가면 거지를 연기하는 사람이 있고,
수족관에 가면 인어를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 더 뭘 연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날까?
지금은 당연한 삶이지만 미래에는 지금의 모습이 사라진다면 지금을 연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될까?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책은 열대에 관한 지식의 방대함으로 열대의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실제 가보진 못하고 그저 상상속에만 존재했던 열대라는 지역을 자세하게 보여주어 열대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 좀 더 솟아나게 되었다. 외부에서 보는 여행자들의 입장 뿐만 아니라 열대 자체가 지금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생명의 원천인 열대가 지금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경고성으로도 보여주고 있으며 왜 열대가 망가지면 안되는지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서술해 주어 지구 공동체에 경각심도 불러다 주는 책이다.
초반에는 책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운거 치고는 정말 열심히 읽었고 재밌게 읽었으며 읽는 동안 책에 푹 빠져들어 열대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책읽는 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번에는 책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되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열대의 실체를 직접 마주보게 되는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