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몸은 전기다 - 인간 몸의 생체전기에 관한 새로운 과학
샐리 에이디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평점 :
요즘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유튜브'일 것이다.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한가지 분야의 영상을 시청하고 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내가 관심가질 만한 또 다른 영상들을 줄지어 추천해준다. 그렇게 관련 영상들 몇개만 연달아 시청해도 관련지식이 제법 쌓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원래 내 관심분야는 고양이나 철학이였는데, 역사쪽을 한번 보고 과학을 검색한 이후로 과학관련 영상들만 연달아 보고 있다.
과학관련 영상들을 보다보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명이서 토론을 벌일때, 그 주제의 전문가 분이 계실때도 있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잡학다식한 분이 계실때도 있다. 전문가분은 전문가답게 깊은 지식으로 우리를 깨우치며, 잡학다식한 분들은 그들의 넓은 지식과 넘쳐나는 지적 호기심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후자가 되는 잡학다식한 분들을 우리는 '과학커뮤니네이터' 혹은 '과학저널리스트'라고 부른다.
'우리 몸은 전기다' 책은 샐리 에이디라는 영국인으로 '과학 저널리스트'다. 공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여러 과학 기사들을 접하며 성장했고, 생체전기는 한때 과학자들에게 외면받았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해, 전기의 신비를 파헤치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책의 1부는 "몸 속 전기의 발견"으로 '갈바니와 볼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는 '갈바니'라는 인물이 중요한데, 그는 생체전기를 처음 발견하고 연구한 학자였기 때문이다. 개구리를 가지고 생체전기를 연구했던 갈바니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를 끌었는데, 이부분은 생체전기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했으며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과학의 큰 역사적 흐름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갈바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점은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소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소설을 쓴 저자는 메리셸리라는 인물로 사랑의 도피시절에 갈바니와 그의 조카 알디니의 실험강연을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을거라는 설이 있다. 메리셸리는 어느날 시체를 이어붙여 새생명을 받은 괴물이 꿈에 나오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당시는 해부학이 유행하던 시절이였고 알디니가 시체에 전기를 주입해 근육경련을 일으킴으로써 마치 죽은 시체가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실험강연을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1장의 생체전기 역사이야기를 지나면 그 뒤는 생체전기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어떻게 측정하는지 같은 이론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부분은 정말 이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생체전기 이론에 관해서 이해할 수만 있다면 다른 매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계속 잠이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온','휴지전위','활동전위','생체전기' 같은 키워드를 검색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론과 관련 실험영상들이 많이 뜬다. 유튜브에 좋은 영상들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중에 저염이나 무염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생체이온','전해질' 로 검색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몸에는 나트륨이온이 필수성분이다.
'생체전기' 영상을 보던중에 모든 생물체에는 다 생체전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식물에도 생체전기가 있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생체전기를 내뿜으면서 세포들끼리 혹은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식물의 뿌리에 생체전기 측정 시스템을 달고 그 전기신호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봤더니 화분에 놓여있는 식물은 "물좀 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간이 화분에 물을 주자 식물은 곧 고맙다고 인사까지 한다. 그 외에 다른 영상에서도 인간의 생체전기 신호와 식물의 생체전기 신호를 서로 연결하여 인간의 움직임으로 식물의 잎이 같이 움직임을 보이는 영상은 매우 놀라웠다.이렇게 서로의 생체전기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고 서로 연결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면서 역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맞겠구나 싶었다. 영상의 마지막에도 현재의 지구 생명체들이 태초의 한 분자였거나 물고기에서 진화했거나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의 생명이 한 생명에서 분화되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4부는 "탄생과 죽음의 비밀"인데, 제목이 자극적이여서 가장 호기심이 많이 생겼던 목차이다.
특히나 탄생부분을 집중해서 읽었는데, 이 부분에는 배란에 관한 생체전기 실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성이 배란 될때 몸안에 생체전기가 급속도로 오르는 것이 실험에서 잡힌 것이다. 생체전기는 활동할때 전압이 높아진다. 실제 육체를 움직일때도 전압은 높아지지만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 전압이 높다면 몸안의 세포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배란일 수도 있고 암이 생성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생체전기가 쓰인다는 것은 에너지가 쓰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압이 높아지는 일이 일어난다는 칼로리 소모가 많이 되고 있다는 말로 배란과 생리직전의 여성이 음식이 많이 땡긴다는 것과 닮아있는듯 보였다. 또한 갑자기 살이 많이 빠지면 암을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말도 암이 만들어지면서 생체전기를 많이 끌어다 쓰고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뒷부분은 미래의 이야기인데, 이 부분을 펴자마자 '제노봇'이 나온다. '제노봇'은 유튜브에 검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인공생명로봇'이라니. 개구리의 배아세포에서 세포를 긁어내서 인공생명체를 만든 다음에 프로그램을 심는다. 크기가 매우 작아서 인간의 혈액속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질병 치료나 행동 지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제노봇이 상용화가 된다면 혈액속에 넣어 혈액에 낀 기름층을 청소하는 청소부로만 사용이 되도 참 좋겠다. 이외에도 연구중인 다른 실험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싶다.
'우리 몸은 전기다'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의 책이다. 책은 끝페이지가 429페이지로 두꺼운 책인데, 이 두꺼운 책에 삽화 하나 없이 글씨만 빽빽하게 적혀있다.
작가인 샐리 에이디는 어려운 과학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기에 이번 책도 대중을 위한 쉬운 책일 것이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쉬운 책은 아니었다. 쉽게 쓰려면 아무래도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페이지가 너무 넘쳐버리니 어떻게든 많은양의 내용을 담기위해 쉽게 써주진 않은 것 같다. 또한 그녀 자신이 연구원이 아니니 실제 연구원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해야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다. 이는 감사의 글에 실려있다.
"그들은 코로나 봉쇄와 선거철 혼란 속에서 내게 몇 시간씩을 할애해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고, 논란이 되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감사의 글 중에서"
많은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 자문받은 내용으로 책을 썼으니 자신만의 난이도로 쓰지는 못했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읽다보면 생체전기의 과거와 미래만 적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연구의 역사이야기가 절반이상을 차지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작가가 실제 연구원이 아니고, 저널리스트라서 그런 것 같다. 연구원들이 연구를 하고 연구기록을 발표해야 그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그녀가 접하고 기록한 내용들은 이미 과거의 내용들만 있을 수밖에. 미래 부분에 적힌 내용도 그런 이미지를 준다. 현재 연구중인데 이 미세하고 예민하고 복잡한 생체전기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루지 못해 그저 연구상태에만 놓인 자료들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연구상태에만 놓여야 할 자료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생체전기 임플란트를 인체에 심었을때 놀라운 효과를 기대할수 있지만 그 임플란트를 인체가 거부할텐데,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 임플란트재료를 임상실험하기가 마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책에는 지금껏 여러곳에서 다양하게 실험되었던 생체전기실험 이야기들이 나온다. 안타까웠던 점은 연구가 진행되고 마무리될때마다 후속연구가 이어지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어떤 내용으로든지 전파되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책에서는 많은 이유중에 자금의 흐름 문제도 꼽았는데,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이번 책을 쓰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자금흐름을 생체전기로 집중시키려면 어떻게든 생체전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키워야할 테니깐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작가를 응원하게 되었다. 생체전기가 많은 관심을 받아 연구에 참여하는 이들과 자금이 많아진다면 확실히 우리삶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