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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자신 또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서 타임캡슐 상자에 담아 둔 경험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난 과연 편지가 몇 통이나 될까? 편지를 쓴 기억과 땅에 묻었다는 기억은 어렴풋이 나지만 장소가 어디인지, 그 때가 언제였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편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누군가가 나타나 나에게 그 편지들을 전달해준다면 어떨까?
기타가와 야스시의 '주식회사 타임캡슐'은 자신에게 쓴 편지를 10년이 지난시간에 직접 배달해 주는 내용이다.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 여러 가지 옵션에 따라 청구 비용이 차이나긴 하지만 꼭 전달해준다.
사업을 하다 망한 이데오는 나이, 경력, 자격 상관없다는 주시회사 타임캡슐이라는 회사의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본다. 면접장에서 한 가지의 질문도 받지 않고 합격하여 드디어 4번째 이직에 성공한 이데오. 45살에 다시 신입사원이 된다.
첫 출근한 날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선배인 가이토와 함께 2주 동안 5통의 편지를 전달해야 하는 일을 시작한다. 위치의 융통성보다 편지를 받는 사람의 형편에 따라 편지 배달 순서가 정해지고, 그 편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리기도 하고,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만남을 기억나게도 하고, 기억하지 못한 꿈을 생각나게도 한다. 한 통의 편지가 인생을 180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었던 삶에 한 줄기의 약한 빛을 비추고, 그 빛이 조금씩 조금씩 밝아지며 희망과 꿈이라는걸 다시 갖게 하는 과정이 아름답다.
더이상 숨쉬기조차 힘겨운 사람에게도 모든 사람에게는 스스로 고통이나 역경을 헤쳐 나갈 힘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거창하게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오늘을 살라고 말해준다. 그러다보면 삶에 기적이라는게 일어나기도 한다며 어깨를 토닥토닥 해준다. 이 책에서 기적은 만남에서 싹튼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적이 될 수 있 듯, 내가 누군가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음이 가슴 떨리고 뭉쿨하게 한다.
같은 시간, 같은 환경, 같은 사람이지만 생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말의 힘이고, 글의 힘이다. 반대로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힘이다.
소설인데 에세이를 읽은 듯 생각할 주제들이 많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를, 주위 사람들을 곰곰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