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줄리아 새뮤얼 지음, 김세은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는 5년전에 개인택시를 하시다가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정리하셨다. 무료하시던 차에 복지관에서 새벽에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는 봉사에 참여하셨다. 겨울 새벽공기가 차가워서 그런지 기침감기가 길어지셨다. 나이도 있으시니 그만하시라고 가족들이 말려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빠뿐이라고 하시면서 계속하겠다고 하셨다. 기침감기가 길어져서 CT촬영과 몇가지 검사를 위해서 금요일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입원을 하셨다. 그런데 이틀 뒤인 주일 아침에 큰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아빠가 위독하니 의사가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라는 통보만 남기고 나갔다는거다. 이게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아무 죄도 없는 큰언니에게 울면서 소리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천안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이 천리 만리 같았다. 결국 임종을 보지 못하고 이미 돌아가신 아빠를 마주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가슴이 미어지고, 쓰리고 아프다. 아빠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때마다 힘들다.
누구나 살다보면 가까운 이들의 사별을 겪는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별 뒤엔 슬픔의 과정이 필요한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사별 앞에서 고통을 피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아빠를 떠나 보내고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가슴 깊이 느낄수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위로해줬지만 내가 느끼는 슬픔의 깊이까지 헤아리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영국 최고의 심리치료사로 불리는 줄리아 새뮤얼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은 사별의 심리와 삶의 긍정을 되찾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상담심리의 이론을 몰라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1장 배우자를 잃다, 2장 부모를 잃다, 3장 형제자매를 잃다, 4장 자녀를 잃다, 5장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다 라는 주제로 각각의 주제에 맞게 묶여있다. 6장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여덟 가지 기둥은 사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7장 버팀목이 되는 가족과 친구의 역할로 주변인들이 어떻게 도울수 있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사별 뒤 반드시 슬픔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줄리아 새뮤얼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책이다.
줄리아 새뮤얼이 사별의 아픔을 가지고 있거나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내용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혀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과 첫 만남부터 라포를 형성하고, 내담자에 맞는 상담기법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그에 맞는 치료기법을 적용하면서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에 대한 과정이 나와 있다. 각각의 케이스를 보면서 나에게 위로가 되고, 적용해볼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의 상담사례들이라 정서상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사회적인 문화도 다르고, 가정의 환경도 다르고, 의식과 가치관도 조금은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 한국 정서와 완전히 동화되지 않아 공감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아빠를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고, 슬픔을 참고, 감정을 꾹꾹 누르고만 있었다는걸 알았다. 마음껏 슬퍼하고, 아빠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작별을 고해야 함을 알았다. 혼자서 시작~이라고 외치며 하기는 힘들겠지만 책에서 소개해준 방법들을 선택해서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아빠를 생각하면 슬픔보다 고마움과 그리움이 뭍어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