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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빠졌어!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3
안토니오 오르투뇨 지음, 플라비아 소리야 그림, 유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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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빠졌어> 안토니오 오르투뇨 글, 플라비아 소리야 그림/48쪽/11,000원/지양어린이/2017 원제 DIENTES

앞니 빠진 아이의 두려움을 봐주세요.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일곱 살 나탈리아의 앞니가 빠졌다. 피 흘리는 나탈리아를 보고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의사 선생님은 치료해 주면서 새 이빨이 곧 나온다고 아이를 위로해 준다. 한편, 반에서 제일 덩치 큰 우고는 나탈리아의 이빨 사이에 난 구멍을 볼 때마다 ‘앞니 빠진 덜렁이’라고 놀린다. 속상한 나탈리아는 자기 집 토끼 파스를 시켜 손을 깨물게 하겠다고 위협을 하지만 우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 이빨이 얼마나 지나야 나오는지 묻는 나탈리아에게, 아빠는 사람의 몸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읽어준다. 아빠는 모든 사람의 피부 아래에 해골이 있고,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이가 빠진다고 설명한다. 안심하는 나탈리아는 종이에 해골 그림을 그린 후, 눈이 있어야 하는 동그란 검은 구멍에 우고라는 이름을 적는다. 다음 날 우고는 책가방에서 해골 그림을 발견하는데 이제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두려움을 자주 느낀다. 앞니가 빠질 때만이 아니라 뾰족한 주삿바늘이나 매운 고추를 볼 때도 무섭다. 놀리는 친구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놀란 토끼처럼 아이의 눈은 빨개지고 귀가 솟구친다. 빳빳해진 양쪽 귀 색깔도 다르다. 작가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어떻게 주위 환경을 보는지를 알려준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른의 머리가 반쯤 가려있고,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도 어깨 위부터 보이지 않는다. 빨간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 얼굴로 화면이 가득 채워진다. 아이는 강아지 다리보다 작은 크기로 나온다. 이빨 빠지는 일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른 옆에서 아이는 점점 작아진다. 아이가 공포를 느낄 때 개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진다.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아빠가 설명하기 시작하자, 아이는 두려움의 원인을 알아낸다. 이때 개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레비 필폴드의 <블랙독>에서 두려워할 때마다 덩치가 커지고 별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다시 작아지는 개의 모습과 비교해 봐도 재미있겠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신체 변화, 심리적인 두려움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빨 빠진 아이들의 심정이 표정에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빨이 빠질 때쯤 나이의 아이들이나 부모가 보면 좋겠다.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이빨의 형태도 모눈종이에 옮기고, 사람의 뼈, 인체 장기나 토끼 뼈를 그려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울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떨어지는 눈물과 손바닥을 펼친 장면을 통해서 독자는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아이들마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알려준다. 나탈리아는 빠진 이빨 때문에 두렵지만 우고는 해골을 보고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 물어볼 때 어른이 관심을 두지 않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눈은 불투명 흰색으로 처리하여 아이를 보지 않는다는 걸 암시한다. 무섭다고 우는 우고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선생님도 같은 화면에 등장시켜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을 보여준다.

나라마다 젖니가 빠질 때 전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봐도 재미있겠다. 멕시코에서는 빠진 이를 베개 밑에 숨겨놓고 생쥐가 몰래 가져간다고 한다. 화면마다 구석구석 낙서처럼 작은 그림을 그려 넣었다. 찬찬히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만나게 된다. 독자가 작품에서 손을 떼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림책 속에서 그림이 계속 이어져서 여러 번 봐도 새롭다. 면지에서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장면 역시 개성 있다. 멕시코 출신 안토니오 오르튜는 글 작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한다. <머리 찾는 사람>은 2006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머리 없는 사람의 모습이 여러 번 나온다. 그림책에서 등장하지 않는 장면으로 소설가로서의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되었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그림 작가 플라비아 소리야도 멕시코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출판사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고 있다. 작품 속 머리 없는 사람의 모습은 어른의 무관심이나 아이의 심리적 불안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두 작가가 짝을 이루어서 조화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후속 콤비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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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의 결투
마누엘 마르솔 지음, 박선영 옮김 / 로그프레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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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양쪽으로  펼치면 검붉은 황야가 펼쳐진다. 가운데로 강물이 흐른다. 왼쪽에 뿔 달린 버팔로 해골이 놓여 있다. 강가에는 덤불이 자라고 있다. 왼쪽 협곡 가장자리는 바코드처럼 보이는 선들이 수직으로 그려져있다. 검은색 앞면지를 넘기면 왼쪽 페이지에 백주의 결투라고 적힌 제목이 나온다. 오른쪽 밝은 하늘에 커다랗고 붉은 해가 떠 있다. 밝은 낮에 결투가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선인장과 덤불이 굴러다니고,  뱀이 버팔로 해골을 칭칭 감고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웨스턴 부츠를 신은 남자의 발이 등장한다. 미국 서부 시대에 볼 수 있는 롱부츠다. 활을 당기고 있는 붉은 피부를 가진 남자의 팔이 다음 페이지에 나오고, 권총을 든 손도 클로즈업 돼서 나온다. 인디언의 얼굴과 카우보이모자를 쓴 남자가 화면 가득 채운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제 결투가 벌어지려나 싶은데 난데없이 청둥오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잠깐 이건 불공평해’라는 글자가 보인다. 처음 글자가 나왔는데,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 머리 위에 적혀 있다. 쏘려고 총을 흔드는데 총부리 위에 앉아 있던 청둥오리가 날아가며 똥을 싸고 둘의 결투는 중단된다. 이후 둘은 선인장인지, 하늘을 나는 쟁기인지, 포크인지 모를 구름을 보고, 가운데로 흐르는 강으로 모여드는 자기말들을 붙잡는다. 이들은 독사와 버펄로의 방해를 받으면서 결투를 하지 못한다. 인디언과 총잡이는 낮 동안에 결투를 할 수 있을까?
덤불은 붉은 발을 가진 남자의 다리에 달라 붙어 있고. 그 남자가 서 있는 왼쪽 땅쪽에 버팔로 해골이 놓여있다. 이 땅의 주인은 인디안이라는 걸 알려주는 신호이다. 카우보이모자를 쓴 남자의 허리에는 버팔로 무늬가 그려진 총집이 걸쳐있다. 그 남자는 인디언의 땅에 들어와 버팔로를 잡고 물품을 만들어 쓰는 자라고 알려준다. 그는 활을 들고 있는 인디언을 향해 총을 들고 겨누면서도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인디언은 오히려 활시위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며 “이제 됐어?”라고 묻는다. 인디언이 하늘 위 구름을 보며 선인장처럼 생겼다라고 감탄을 할 때, 카우보이모자 쓴 자는 “내 눈엔 포크 같은데”라면서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물리적인 공간만 차지 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이름도 바꾸고 싶어하는 속셈을 드러낸다. 미국과 인디언은 곳곳에서 부딪혔다.  백인이 식민지를 만들면서 인디언은 사라지고 소멸돼 갔다. 작가는 만일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며  과거를 소환한다. 미국인이 강을 건너가 인디언에게 총을 들이대면서 학살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이다. 지금과 다르게 미국인과 인디언이 공존할 수 있었을까. 마누엘 마르솔이 상상한 세계를 보자. 그들의 말은 각각 주인에게 깃털 머리장식과 카우보이 모자를 코를 맞댄 후 오른쪽으로 함께 가게 했다. 두 남자도 말을 따라했다. 카우보이는  강 왼쪽에서 인디언을 공격하려던 뱀을 쏘아죽이고, 버팔로의 공격으로 위험해진 남자는 인디언의 품에 안겼다.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자리가 바뀌고, 낮 대신 어둠이 깔렸다. 백주의 결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앗다. 카우보이는 모자를 벗어놓고 인디언 옆에 앉아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아. 하늘을 날던 선인장 말이야”라고 한다. 그는 인디언의 문화를 이해하고  귀를 기울인다. 문명화된 사람들의 포크가 아닌 인디언의 방식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백주의 결투는 중지되고 검은 하늘에 둥근 달이 떠올랐다. 영화의 마지막처럼 THE END라는 글자가 보이고 화살은 오른쪽으로 권총은 왼쪽을 향한다. 더 이상 그들은 백주의 결투를 벌이지 않고 끝내버렸다. 책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엔딩 크레디트처럼 출연진, 촬영장소, 게스트와 함께 얽힌 에피소드도 보여준다. 곰 두 마리가 등장하고 강 왼쪽에 살던 인디언과 강 오른쪽의 카우보이는 함께 피했다.  둘다 강 오른쪽에 있는 오두막의 지붕위에 나란히 있다. 그 둘이 앞으로 지내는지를 미래를 보여준다. 시작처럼 뒷면지는 검정색으로 마무리했다. 결투 없던 시절로 돌아갔다.
스페인 그림책 작가 마누엘 마르솔은 허멘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을 보고 영감을 받아 <아합과 흰 고래>로 데뷔했다. 카우보이가 인디언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된다는 설정은 <<모비 딕>과 비슷하다. 영국인이 몰살한 인디언 부족 피쿼드 족에서 이름 따온  ‘피쿼드 호’를 항해하던 이슈메일은 야만인으로 생각하던 퀴퀘그와 같이 지내면서 우정을 나눈다. 마르솔은 한쪽을 파괴하지 않고 공존하는 세상을 인디언과 카우보이를 통해 구현했다. 작가는 책 제목을 영화 <백주의 결투>에서 따왔다. 작가의 영상작업 경험을 그림책에 적용했다. 등장인물이나 소재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발끝, 손, 팔, 머리와 같은 식으로 클로즈업하고 영화처럼 만들었다. 인디언 전쟁 역사에 관심 있는 이에게 추천한다. 아직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모비 딕>을 읽은 독자라면 마누엘 마르솔이 허먼 멜빌처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평을 내릴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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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상상 그림책 학교 22
이자벨 아르스노 지음, 엄혜숙 옮김 / 상상스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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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이자벨 아르스노 글그림/44쪽/12,000원/상상스쿨/2018 원제 COOLETTE’S LOST PET

'잃어버린 새를 찾으면서 친구를 만드는 아이들

노란색 옷을 입은 꼬마 소녀 콜레트는 집집마다 높은 담장으로 이루어진 동네로 이사를 왔다. 콜레트는 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조르지만, 엄마는 안 된다며 나가서 새 친구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에이”하고 투덜거리는 콜레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잔뜩 화난 콜레트는 ‘깨지기 쉬움’이라고 적힌 빈 종이 박스를 발로 힘껏 걷어 찬다. 담장 밖으로 넘어간 박스는 날아가는 새를 깜짝 놀라게 한다. 커다란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간 콜레트는 “너, 뭐하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망설이다가 기르던 동물을 잃어버렸다고 꾸며낸다.




콜레트와 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된 아이들은 그 동물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달라고 한다. 콜레트는 앵무새의 모습을 하나씩 설명할 때마다 아이들은 새를 찾아주겠다며 동네를 다니며 다른 친구를 한 명씩 더 불러낸다. 점점 무리가 늘어나 아이들은 7명까지 된다. 콜레트는 친구를 만들 때마다 앵무새의 색깔이나 이름, 몸크기를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 콜레트의 상상 속에서 그 앵무새는 온 세상을 여행하며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친구로 변신한다.



그때 “콜레트! 저녁 먹자!”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귀를 귀울이고 있던 7명의 친구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는데, 콜레트는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낯선 동네에서 살게 된 콜레트에게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반복해서 “안 돼”라는 말을 하는 존재다. 커다란 대문을 열고 나가기 두려워했던 콜레트가 동네 아이들을 만나서 마음의 문을 열 때마다 바깥에서 노랑색과 하늘색을 발견한다. 흑백으로만 이루어졌던 공간에 노랑색 우체통, 노랑색 물뿌리개, 파랑색 나뭇잎이 차례로 등장한다. 콜레트의 노랑색 옷과 파랑색 앵무새에게 있던 색깔이다. 콜레트와 아이들은 서로의 말을 듣고 ‘멋진 생각’ 또는 ‘그림을 보면 놀랄 걸’과 같은 대화를 하며 감탄한다. 엄마의 반응과는 정반대다. 콜레트는 작품에서 얼굴도 나오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게 ‘깨지기 쉬움’이라는 박스 집어들려고 했다. 그때 친구들은 콜레트의 이야기를 믿고 더 듣고 싶다고 말을 건다. 이제 콜레트는 집 담장 구석에 수북이 쌓인 빈 박스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골목길에서 당당하게 친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깨지김 쉬움이라는 엄마의 안전장치가 콜레트에게 더 이상 필요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둔 엄마가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높은 담장 안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상상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이는 ‘안 돼’라는 말 대신 자기 이야기를 듣고 호응, 공감, 감탄해주기를 원한다. 콜레트의 친구들이 믿어줄 때 아이는 앞부분에서 작은 크기로 나왔던 앵무새를 담장보다 훨씬 더 크게 만들었다. 이처럼 콜레트의 상상력은 멈추지 않고 자란다.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도 같이 흥겹게 상상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앞뒤 속표지에 동네의 집 담장으로 구분되어 나와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대문을 열면서친구를 만난 장면을 떠올려 보자. 노란색 콜레트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다른 친구의 집이 있는지 부모와 아이가 같이 찾아보면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로 말을 걸어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걸 엄마와 아이가 같이 알게 되지 않을까.



노랑색과 파랑색으로 꾸며진 정글 속에서 나무줄기를 타고 놀기 시작하자, 드디어 콜레트는 머리카락을 가리고 있던 노랑색후드를 벗어버린다. 노랑색과 파란색이 새롭게 등장하는 화면마다 집중해서 본다면 엄마는 아이 내면의 변화를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느낄 작품이다.



이자벨 아르스노는 흑백톤으로 간결하게 사용하고고 두 세개의 색을 최소한으로 배치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비평가에도 호평을 받지만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다. 아이들이라면 만들어낸 이야기를 진짜처럼 말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부모의 경우 선입관에 치우쳐 아이가 볼 그림책을 선별하는 건 아닐까. 부모의 마음이 먼저 열려야 아이손에 이 작품이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부분 때문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거리가 있는걸까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점검해보면서 읽어도 좋겠다. 작가의 다른 작품 <내 동생 버니지아 울프>, <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유리는 여기에 있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그림책으로 선정된 <제인 에어와 여우>을 나란히 놓고 이자벨 아르스노의 매력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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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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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기린은 너무해>는 칼데콧 아너 상 수상 작가 레인 스미스의 그림,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조리 존의 글로 구성한 작품이다. 레인 스미스의 대표작으로는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 <친구가 있어, 앞으로 앞으로>, <미국을 세운 다섯 개구장이> 등이 있다. 뉴욕 타임스 최고의 그림책을 네 번, 케이트 그린어에이 상을 받았다. 조리 존 작가와는 <펭귄은 너무해>에서 같이 작업했다. 글 작가 조리 존은 <곰아, 괜찮아?>, <곰아, 자니>, <나쁜 씨앗>등이 있다. 미국 어린이 서점 협회에서 수여하는 E. B 화이트 얼라우드 상을 수상했다.

그림책의 첫 페이지 왼쪽엔 기린의 긴 목과 함께 "너무 길어, 너무 잘 휘어, 너무 가늘어"와 같이 불평하는 말들이 10줄에 이른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기린의 몸통과 목이 나오는데 긴 목 때문인지 머리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볼 수 있다. "모두 쳐다봐"라는 말과 함게 머리를 숨기고 싶어 하는 기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목으로 기린은 숲속의 모든 동물이 자기를 살피고 있다고 걱정한다. 기린은 긴 목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셀 수 없이 많이 둘"러 보지만 가릴 수 없다. 덤불에서 숨어 보고, 우뚝 솟은 나무 뒤에 서 보고, 강물에까지 들어가지만 어디서나 목이 드러난다.

기린은 줄무늬가 보기 좋다며 얼룩말의 목을 부러워하고, "굵고 힘차면서 우아하다"라고 코끼리의 목을 바라봅니다. 풍성하게 물결치는 갈기를 가진 사자의 목을 보면서 "나도 저런 목을 가졌으면"하고 가슴 설렌다. 그런 기린에게 엄마는 "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친구들이 내 목을 부러워할 거라고" 말한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기린은 "아무도 이런 목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숨어 있고만 싶어 한다. 어느 날 기린 에드워드는 "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북이 사이러스를 만난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의 목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면서 "내 목도 너와 같았으면 하루에 아주 많은 일을 할 것 같다"라고 말한다. 먹고 싶은 바나나를 쳐다보면서도 짧은 목으로 어찌할 수 없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이러스를 도와주기 위해, 기린은 긴 목으로 쉽게 잘 익은 바나나를 따준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에게 "네 목은 진짜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라고 감탄한다. 고맙다고 말한 후 에드워드는 "사이러스. 네 목도 근사해. 우아하고 품위 있어. 등딱지하고 잘 어울려"라고 특별한 말을 한다.

목이 길어 불만스러운 기린은 수많은 이유를 찾아서 불편을 늘어놓는다. 긴 목을 가리거나 숨기는 어떤 방법도 무용지물이다. 단점을 싫어하고 가리려고 온갖 방법을 쓰는 일반인의 모습이다. 에드워드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거부한다. 친구들이 부러워할 거라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 때도 "엄마만 좋아하는 목"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드워드가 변화하는 순간은 목 짧아 슬픈 사이러스를 만날 때이다. 목이 긴 엄마의 응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지만 목 짧아서 한심해하는 거북이의 한탄을 마주하자 자신의 목을 달리 본다. 사이러스는 에드위드 앞에서 목을 뻗어 보이려고 하지만 "윽"하면서 더 내밀지 못하고 "후유"한다. 에드워드는 "너도 목 때문에 속상해"라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연다. 자기와 같은 모습이 아닌 목 짧은 거북이의 괴로움이 기린을 구한 셈이다. 사이러스도 마찬가지로 비교를 통해서 위안을 받는다. 둘이 만나지 않았다면 기린과 거북이는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라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기린 와 거북이의 모습은 평화롭지만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목의 길고 짧음으로 장점이 단점, 단점은 장점으로 보이는 두 동물, 기린과 거북이를 소재로 한 점이 흥미롭다. 자신이 가진 부분은 싫어하고 다른 이를 부러워하는 에드워드와 사이러스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태도이다. 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은 어떤 성향이지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스카프로 목을 가리거나 기다란 나무 뒤에 숨으려는 기린의 행동은 웃음을 주는 포인트다. 거북이가 목 빼는 장면도 위트 넘친다. 목을 빼서 잘 익은 바나나를 보려고 하는 사이러스의 몸놀림이나 눈동자를 굴리는 부분도 재미를 안겨준다. 에드워드의 긴 목을 표현하기 위해 두 페이지가 이어진 그림은 그림책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준다. 목 부분만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장면도 긴 목에 대한 불편함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페이지를 여러 번 들춰보게 한다. 기린과 거북이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와 몸짓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를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남과 다른 어떤 특별함으로 인해 상처를 가진 사람이 본다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화살표를 밖으로 돌려 시선을 옮겨주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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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문장력 특강 - 단계별로 나아가는 문장력 훈련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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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문장력 특강이라는 제목 옆 책표지 그림이 눈길을 끈다. 같은 듯하며 달라보이는 색으로 묶여진 앞뒤 종이 위에 손 두 개가 보인다. 손 하나는 종이를 짚고 있고 다른 손은 연필을 쥐고 있다. 정성껏 한자 한자 옮겨적고자 하는 필사인의 마음이 엿보인다. 표지만 봐도 저자가필사를 많이 해봤고, 필사를 통해 문장을 잘 쓰게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감성을 제공한다. 책을 펼쳐보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글을 잘 쓰게 된다라고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독자의 손을 끌어다 놓고 필사를 하게 만드는 끌림이있다. 명문을 어떻게 분석해서 필사하는 지 그 방법론이 글쓰기 필수코스로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4명인데, 구성도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저자 한 명이 한 장씩 나눠쓰는 평범한 구성이 아니다. 각 장의 소제목을 저자가 균등하게 나누어서 썼다. 4명이 썼다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한 명이 쓴 책으로 볼만큼 유려한 필체로 단숨에 적은 것 같은 통일성이 보인다. 저자들이 오랜기간 치열하게 토론하며 어떤 내용을 넣을지, 무슨 설명을 할 지, 어떤 작품의 문장을 견본으로 넣을지 뺄지 고심했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문장력 향상시키기 위해 방법을 찾으면서 목말라했던 필사인들이라면 갈증을 단번에 해결하는 오아시스와 같다는 평가를 내릴 책이다.

첫번째 장은 필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다. 필사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을 떠나 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다. 다섯줄씩 몰입해서 관찰력을 가지고 필사하면 최고의 문장력 훈련을 한다고 설명한다.

두번째 장은 필사 클리닉이다. 말 그대로 병원에서 병을 고치듯 자신의 글쓰기 나쁜 습관별로 고칠 방법을 알려준다. 독자의 고민 편지, 명문, 나쁜 견본을 보여주면서 조목조목 따진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첫문장이 안 써져요, 문장이 장황해요, 동어반복이 심해요, 논리가 부족해요 등등" 가려운 부분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해법이 척척 제시된다.

세번째 장은 분야별 필사법을 소개하는데, 어휘력을 늘리고 싶은 사람은 문학필사, 논리력을 쌓아보자는 사람은 비문학 필사, 명쾌하게 쓰고 싶은 사람은 미디어 필사를 하라고 안내한다. 무엇을 필사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적당한 예시문과 그 문장을 어떻게 분석해야하는지 포인트를 짚어준다.

마지막 네번째장은 단계별 필사 작문 코칭이다. 글쓰기가 두려운 초급 대상, 문장 디테일을 넣고 싶은 중급 대상, 명문을 쓰고 싶은 고급 대상별로 작문코칭을 한다. 여기서도 명문견본, 작문견본, 분석포인트, 작문코칭을 쓰기코너와 함께 보여준다. 필사만 한다고 문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무엇을 보고필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제 것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필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답을 제공한다. 문장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필사를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거나 어떻게 해야 문장력을 좋아지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볼 것이다. 한국문학, 해외문학 작품 중 필사를 하면 좋은 작품리스트와 어떤 면을 주로 봐야하는지 설명한 목록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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