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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빠졌어!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3
안토니오 오르투뇨 지음, 플라비아 소리야 그림, 유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니가 빠졌어> 안토니오 오르투뇨 글, 플라비아 소리야 그림/48쪽/11,000원/지양어린이/2017 원제 DIENTES
앞니 빠진 아이의 두려움을 봐주세요.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일곱 살 나탈리아의 앞니가 빠졌다. 피 흘리는 나탈리아를 보고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의사 선생님은 치료해 주면서 새 이빨이 곧 나온다고 아이를 위로해 준다. 한편, 반에서 제일 덩치 큰 우고는 나탈리아의 이빨 사이에 난 구멍을 볼 때마다 ‘앞니 빠진 덜렁이’라고 놀린다. 속상한 나탈리아는 자기 집 토끼 파스를 시켜 손을 깨물게 하겠다고 위협을 하지만 우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 이빨이 얼마나 지나야 나오는지 묻는 나탈리아에게, 아빠는 사람의 몸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읽어준다. 아빠는 모든 사람의 피부 아래에 해골이 있고,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이가 빠진다고 설명한다. 안심하는 나탈리아는 종이에 해골 그림을 그린 후, 눈이 있어야 하는 동그란 검은 구멍에 우고라는 이름을 적는다. 다음 날 우고는 책가방에서 해골 그림을 발견하는데 이제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두려움을 자주 느낀다. 앞니가 빠질 때만이 아니라 뾰족한 주삿바늘이나 매운 고추를 볼 때도 무섭다. 놀리는 친구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놀란 토끼처럼 아이의 눈은 빨개지고 귀가 솟구친다. 빳빳해진 양쪽 귀 색깔도 다르다. 작가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어떻게 주위 환경을 보는지를 알려준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른의 머리가 반쯤 가려있고,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도 어깨 위부터 보이지 않는다. 빨간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 얼굴로 화면이 가득 채워진다. 아이는 강아지 다리보다 작은 크기로 나온다. 이빨 빠지는 일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른 옆에서 아이는 점점 작아진다. 아이가 공포를 느낄 때 개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진다.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아빠가 설명하기 시작하자, 아이는 두려움의 원인을 알아낸다. 이때 개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레비 필폴드의 <블랙독>에서 두려워할 때마다 덩치가 커지고 별거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다시 작아지는 개의 모습과 비교해 봐도 재미있겠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신체 변화, 심리적인 두려움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빨 빠진 아이들의 심정이 표정에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빨이 빠질 때쯤 나이의 아이들이나 부모가 보면 좋겠다.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이빨의 형태도 모눈종이에 옮기고, 사람의 뼈, 인체 장기나 토끼 뼈를 그려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울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떨어지는 눈물과 손바닥을 펼친 장면을 통해서 독자는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아이들마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알려준다. 나탈리아는 빠진 이빨 때문에 두렵지만 우고는 해골을 보고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 물어볼 때 어른이 관심을 두지 않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눈은 불투명 흰색으로 처리하여 아이를 보지 않는다는 걸 암시한다. 무섭다고 우는 우고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선생님도 같은 화면에 등장시켜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을 보여준다.
나라마다 젖니가 빠질 때 전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봐도 재미있겠다. 멕시코에서는 빠진 이를 베개 밑에 숨겨놓고 생쥐가 몰래 가져간다고 한다. 화면마다 구석구석 낙서처럼 작은 그림을 그려 넣었다. 찬찬히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만나게 된다. 독자가 작품에서 손을 떼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림책 속에서 그림이 계속 이어져서 여러 번 봐도 새롭다. 면지에서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장면 역시 개성 있다. 멕시코 출신 안토니오 오르튜는 글 작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한다. <머리 찾는 사람>은 2006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머리 없는 사람의 모습이 여러 번 나온다. 그림책에서 등장하지 않는 장면으로 소설가로서의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되었다.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그림 작가 플라비아 소리야도 멕시코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출판사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고 있다. 작품 속 머리 없는 사람의 모습은 어른의 무관심이나 아이의 심리적 불안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두 작가가 짝을 이루어서 조화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후속 콤비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