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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 읽다보면 역사의 흐름이 트이는 조선 왕조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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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65일, 조선 역사는 518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믹스커피, 2021)는 하루에 1페이지씩 총 365일간 읽으면서 조선 518년 역사 탐방할 수 있는 책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조선 역사에서 숨겨진 이야기나 설화를 알려주면서 주요 사건과 인물, 제도를 설명한다. 조선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경로를 보여준다. 저자 유정호는 중고등학교에서 15년 동안 역사교사로 활동하고, <족집게 한국사>, <방구석 역사여행>, 공저<이다지도 확실한 이론 완성 근현대사> 등 활발하게 집필활동을 한다.

작품에 총 27명의 왕이 등장한다. 시간 순서대로 나오고, 왕의 업적, 가계도, 사건, 인물, 제도, 설화가 차례로 이어진다. 제위 기간 중 많은 업적을 쌓았거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왕에 대해 설명할 때는 비중을 두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게 다루었다. 제1대 태조의 경우는 19페이지, 제5대 문종은 7페이지를 할애하는 방식이다. '창업을 예견하는 꿈을 꾸다'와 같이 소제목만 보아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었는지 예측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제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표를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제2대 정동 25일차 '한눈에 보는 과거제도'에서는 문관, 무관, 기술관으로 구분하여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몇 명을 뽑는지 포인트를 뽑아서 간단하게 보여줬다. 왕별 가계도도 흥미롭다. 제4대 세종은 부인 6명, 자녀 18남 4녀, 제7대 세조는 부인 2명, 자녀 4남 1녀를 두었는데 왕별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제목과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 예를 들어 '고려를 떡에 담다'에서는 가래떡 끝을 비틀며 조선에 대해 복수심을 다짐했던 개성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조랭이떡의 기원을 밝힌다. 제4대 세종 때 '남자의 귀고리를 금하다'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이어진 남자의 귀고리 전통과 함께 어명으로 금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선 시대 남자들이 왜 계속하고 다녔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각 페이지마다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귀고리단속', '조선인식별방법'과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주었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이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59일차부터 365일차에는 궁궐 산책 코너로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 종묘, 운현궁을 소개하며 역대 왕에 대한 기록을 되짚어보게 한다. 조선 역사 365 책 한 권을 덮으면서 방구석 역사여행을 한 후 궁궐에서 왕의 흔적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하루에 한 장이라는 분량, 재미있는 포인트, 호기심을 자극하는 알찬 내용으로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365일이 지나면 조선 역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책 앞 부분에 있는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체크리스트'도 완독을 도와준다. 참고 자료로 논문, 도서, 사이트를 넣어주었고, '찾아보기'로 책에 소개된 인물, 사건, 제도 등이 며칠 차에 나와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내용이 계속 연결되므로 시간 순서대로 보기 좋다.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볼 수 있도록 구성도 잘 나누어져 있다. 목차가 없어서 아쉽다. 관심 있는 왕이나 사건을 골라서 보고 싶은 독자는 불편하게 여길 것이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365개의 소제목과 왕 이름이 목차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특정 왕에게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역사를 업적 적은 왕에서 배분하면서 총 27명의 왕이 나왔는데 복잡하다. 왕 가계도를 따로 삽입하고 왕을 10명 내외로 압축해서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조선 역사 518년 전체 흐름을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YES24 미리 보기
http://m.yes24.com/Goods/Detail/103918112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알라딘 미리 보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033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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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나라 갔어? 문지아이들
스티나 비르센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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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가 하늘나라 갔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다룬 이야기다. 스웨덴 최고의 그림책 작가상인 ‘엘사 베스코브 상’과 ‘스톡홀름 시 문화상’을 받은 스티나 비르센이 글을 쓰고 그렸다.



할아버지 장례식 날 아기 새는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아기 새는 춥고, 계속 이어지는 목사님의 말이 지겹다. 눈물을 흘리는 아빠 새를 보면서 슬퍼할 뿐이다. 뒤에 앉은 다른 아기 새도 마찬가지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슬퍼하는 어른 새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장례식이 끝나 교회 밖으로 나가자 기분 좋아진 아기 새는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세요?”라고 묻고, 아빠 새는 “그건 아무도 모르지”라 대답한다. 아기 새는 “할아버지는 나비가 될 거야.”라는 ‘멋진’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 순간 하늘에 할아버지 새의 모습을 한 나비가 새 가족 위로 날아다닌다. 아빠 새는 아기 새의 말에 위로받으며 눈물을 멈춘다. 엄마 새와 아빠 사이에 서 있는 아기 새는 이때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을 어른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위로와 공감은 이렇듯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빠 새의 슬픔을 위로하고 싶어 한 아기 새의 마음이 특별한 일을 해낸다.

하지만 아기 새는 죽음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나가는 할머니 곰에게 “할머니도 좀 나이 드시고 쪼글쪼글해 보”이는데 “죽을 거예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아기 새는 상대방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궁금한 건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다. “한참 더 살 거라는” 할머니 곰과 딱 달라붙어 있는 아기 곰의 눈썹은 동시에 찌그러지고 당황해서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모른다. 할머니 곰은 기운 넘친다는 걸 보여주려고 다리 한쪽도 들어올린다. 잠시 후 아기 곰은 놀랬던 마음을 잊고 “우리 같이 놀까?”라고 아기 새에게 말을 건다. 아기 새도 할아버지 새의 죽음이나 아빠 새의 슬픔에서 멀어진다. 아이들의 세계는 이처럼 눈물과 웃음이 뒤섞이면서 시시각각 감정이 달라진다. 어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과 죽음, 슬픔과 즐거움이 일상에서 공존한다. 단지 어른들은 떠오른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은 슬픔을 위한 공간이니 어른들은 추위와 지루함을 내색하지 않고 엄숙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또, 어른은 처음부터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여기고, 아이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배우도록 하는 점이 다르다.



아기 곰과 놀던 아기 새는 실수인지 먹고 싶어서인지 나비를 삼켜버린다. 아기 새는 “아이코!” 하며 “나비가 죽었어요”라고 눈물을 흘리다가 엄마 새가 아빠 새에게 해주었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대신 나비 상황으로 바꾸어 “아마 나비도 지쳤을 거야. 잘 살다가 떠난 거야”라고 죽음을 설명한다. 이제 아기 새는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한다. 이때 아기 곰도 엄마 새가 아빠 새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안아준다. 아이 곰과 아기 새는 관계 속에서 공감하는 경험을 한다. 슬픔에 대한 이해는 엄마 새에게 아기 곰으로, 다시 아기 새로 이어진다. 이제 새 가족과 곰 가족은 풀밭에 함께 앉아 하늘 위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이별했던 누군가를 떠올린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함께 있는 즐거움을 누린다.



작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죽음’을 설명한다. 죽음이란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버렸기에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고, 개인마다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점도 보여주었다. 나비를 잃은 아기 새처럼 스스로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 슬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고도 알려준다. 한편 죽음을 모르는 아기 새가 아빠를 위로한 것처럼 마음만 있다면 뜻밖의 멋진 선물을 줄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을 자기만의 세계에서 두지 말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며 시선을 돌려보면 좋겠다고도 한다. 그 세계는 아기 새가 알려준 나비를 통해서 만날 수도 있고, 아기 새가 슬픔에 잠긴 채 바라본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찾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손을 잡았을 때나 돗자리 깔고 나란히 앉아 차를 함께 마시면서 발견할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시 볼 수 없다 대신 어디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비의 모습처럼 날아오지 않을까. 마음이 가라앉고 슬퍼질 때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마지막 순간부터 ‘잘 살다가 떠난 거야’라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다. 뒷 면지의 구름과 함께 있는 노란색, 빨간색 나비를 보다가 그리운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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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신나는 새싹 52
구스타보 롤단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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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구스타보 롤단 저/ 42쪽/ 12,000원 / 씨드북 2017/원제 cueontos de osos



'글 쓰는 아빠, 의견주는 아들'





<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는 문학성이 높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아빠곰과 작가란 대중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들곰의 다른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빠곰은 ‘곰의 감수성, 서정성, 섬세함’을 모두 쏟아부으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글을 쓴다. 이야기를 완성할 때마다 출판사에 보내지만 매번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거절통지를 받는다. 아빠곰은 자기 글을 두고 자평하기를 너무 섬세해서 다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아들곰은 조금만 들어도 잠들 정도로 지루하기 때문에 아빠 글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기 글 스타일을 고집하는 아빠곰을 보다 못한 아들곰은 밤에 몰래 가서 완성된 아빠의 글을 조금씩 고친다. 수정된 원고를 받은 출판사는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잔인한 면을 잘 드러냈다면서 출간하고 싶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아빠곰은 몹시 기뻐한다. 아빠곰은 이제 어떤 글을 쓰게 될까?






작가는 검은색과 주황색만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아빠곰은 코, 아들곰은 코, 입, 혀, 아빠와 아들이 쓴 문장은 주황색이다. 아빠는 주황색으로 색칠한 귀를 통해 들어온 감각에만 의지해 글을 쓴다. 아들곰의 코끝과 날름거리는 혀의 주황색, 주황색 꽃, 주황색 이불은 아빠보다 미각, 후각, 시각 면에서 훨씬 더 발달했다는 걸 강조한다. 아들곰은 아빠에게 이어받은 서정성과 섬세함에다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채는 능력을 갖췄다. 아들은 아빠의 글에 향기를 부여하고, 색채를 입힌다. 아들곰은 글을 고치고 나서 ‘훨씬 낫네’라고 평을 하는데 아빠곰은 잔인성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아들곰은 소통하려고 노력해도 아빠곰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작가는 글을 쓰거나 읽어주지 않을 때 아빠곰이 얼마나 아들곰과 잘 놀아주는지를 몸을 굴리는 그림으로 여러 번 보여주었다. 아빠곰에게 받은 사랑은 아들곰을 문학 세계로 들어가게 움직인다. 아들곰은 촛불 아래에서 밤새도록 글을 고치면서 아빠의 힘든 작업을 이해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공간인 동굴의 겉면을 펜대로 섬세하게 그리고, 동굴의 내부는 선명한 주황색으로 표현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아빠곰의 글쓰기에 아들곰의 톡톡 튀는 의견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생각의 차이가 큰 세대라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길을 알려준다고도 볼 수 있다.



문학성이 높은 글에 대중성을 가미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정전과 후로 문장을 보여준 부분이 흥미롭다. 아이들과 함께 문학성 높은 아빠곰의 글을 아들곰처럼 바꿔보는 연습하면서 글쓰기를 놀이처럼 다뤄봐도 좋겠다. 책을 출간 후에도 아빠곰이 잔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예상해봐도 재미있겠다. 독자가 원하지 않는 그림책을 쓴다고 괴로워하는 작가가 본다면 대중성 추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지도 모른다. 다른 그림책에 비해 글의 비중이 많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빈칸을 채워가는 그림책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 있다. 문학성과 대중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한다.


아르헨티나 작가 구스타보 롤단의 그림책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은 아르헨티나 어린이·청소년 문학 협회 어너 리스트에 네 차례, 뮌헨 국제어린이도서관에서 선정하는 화이트 레이븐스 도서 목록에 두 차례 올랐다. 프랑스 국제 어린이·청소년 문학 연구 센터에서 수여하는 옥토고노상, 카탈루냐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에서 수여하는 훈세다상도 수상했다. 앞으로 한국에 롤단의 작품이 더 소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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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입는 내 옷 탐구 생활 행복한 관찰 그림책 3
사토 데쓰야 지음, 아미나카 이즈루 그림,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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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입는 내옷 탐구생활> 사토 데쓰야 글/아미나카 이즈루 그림/ 40쪽 / 12,000원 / 웅진주니어/ 2018

옷과 실과 섬유와 옷장

소녀가 옷장 문을 열고 이 옷 저 옷 만지작거린다. 어떤 색깔, 어떤 감촉의 옷이 자기에게 어울리는지 물어본다. 소녀는 궁금한 게 많다. 옷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천이나 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옷 안쪽에 붙어있는 건 뭐지? 울이라고 쓰여있네? 울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은 양털 깎는 모습, 섬유 뭉치를 빗어 불순물을 없애는 과정, 물레로 실은 만드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런 방법으로 실크, 면과 같은 섬유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현미경으로 섬유를 들여다보도록 독자를 이끈다. 이어서 천연섬유와 화학섬유의 특징, 세탁 기호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작가는 일상의 소재를 이용하여 특별한 세계로 들어가서 관찰하는 법을 알려준다. C. S. 루이스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옷장 문을 열면 예상하지 못한 마법의 세상을 만난 것과 비슷하다. 소녀는 자신의 모습에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옷장 앞에 왔지만 관찰을 통해서 알지 못했던 섬유와 실, 천, 옷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아이들에게 관찰하는 눈을 길러줄 수 있는 작품이다.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던 물건들이 각자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물건이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아이의 생활 속에서 관찰하는 힘을 발휘하게 도와줄 것이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품질표시나 세탁 기호 표시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각 섬유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나 특성도 쉽게 배운다. 표지에 각 섬유를 만든 재료, 만드는 도구나 완성품이 가득 들어있다. 아이들과 함께 각 그림이 무엇일까 본문에 나온 내용과 비교해서 찾아본다면 또 다른 모험이 될 것이다. 작품에서 소개된 소리를 내는 섬유, 빛을 내는 섬유,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섬유처럼 미래에 어떤 소재가 개발될지 아이들과 상상을 해봐도 재미있겠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글 작가 사토 세쓰야는 교토공예섬유대학에서 염색공예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림작가 아미나카 이즈루는 의류회사에서 일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섬유와 의류 분야 전공자의 협업으로 아이들이 소재부터 완성품까지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와 그림책 작가가 공동작업을 한다면 또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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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7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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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48쪽 / 10,000원 / 마루벌 / 2009 원제 The apple pie that papa baked



달콤하고 따끈한 사과파이



방금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파이가 있다. 아빠가 만든 달콤하고 따끈한 사과파이다. 소녀가 눈을 떴을 때 아빠는 사다리를 들고 산을 올라가는 중이다. 닭은 새벽을 알리고, 고양이와 말이 따라가고, 소녀도 맨발로 아빠를 찾아 뛰어나간다. 빨간 사과가 화면 가득 나온다. 해님은 나무를 비춰주고, 아빠는 나무 위에 올라가 사과를 딴다. 나무 아래 소와 나뭇가지의 새는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말은 발을 딛고 사과를 잡을 수 있게 소녀에게 등을 내준다. 이때부터 작가는 사과가 만들어지기 까지 자연에서 누가 도와주고 있는지 차례로 알려준다. 나무뿌리는 깊고 넓게 퍼지면서 나무를 크게 하고, 나뭇가지는 꼬부라지고 넓어지면서 사과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사과는 해, 구름, 비의 도움을 받아 주렁주렁 열린다. 깨끗하고 상쾌한 비, 둥글게 뭉쳐진 구름, 넓고 맑은 하늘, 이글이글 빛나는 해님 모두 온갖 생명이 자라는 세상의 일원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꾸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작가는 독자에게 잘 구워진 사과파이를 먼저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음 장면으로 누가 어디에서 재료를 구했는지 알려준다. 잠시 뒤 검은색과 갈색만 있던 화면에 처음으로 빨간색을 사용하여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눈에 띄게 했다. 선명한 색은 평소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서 그렇다면 사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나무처럼 생명력을 갖고 자란다. 온 세상이 연결된다는 걸 하나씩 알려준다. 반복되면서 하나씩 더해진다. 다음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전에 나온 내용이 반복되면서 더해지면서 글 분량이 늘어난다. 이 방식은 세상에서 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 앞에 있는 음식재료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작품 내내 아빠, 소녀, 동물이 등장할 때마다 뛰어다닌다. 동작이 경쾌해서 노래를 부르고 싶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감탄하는 마음으로 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노래를 만든 후 작품 속 글을 가사로 붙인다면 아이들이 쉽게 외울 수 있겠다. 동물도 아빠를 깨워주거나 옆에서 지켜주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갈 때 길 안내를 하면서 각각 모두 역할을 맡았다. 사과 파이가 만들어졌을 때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나만’이라고 혼잣말을 한 소녀와 시무룩하거나 화난 표정을 한 동물이 나온다. 소녀가 우리 다 같이 먹자라고 하자 다들 사과 파일로 달려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무 밑에서 아빠, 소녀, 등장했던 모든 동물이 곤히 잠든 장면에서 함께 사과를 나눠 먹은 뒤의 만족한 마음도 엿보인다. 표지에 나온 나무에서 사과를 반짝이로 처리한 부분이 아쉽다. 선명하게 등장해야 할 빨간색이 어두워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림 작가 조나단 빈의 데뷔 작품이다. 어린이 책 편집자 및 작가로 활동하는 로렌 톰슨이 글 작가이다.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아기 오리 꽥꽥이는 자야 할 시간이에요>, <잘 자요 아기곰 북극곰>, <우리 서로 사랑해요>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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