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상상 그림책 학교 22
이자벨 아르스노 지음, 엄혜숙 옮김 / 상상스쿨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이자벨 아르스노 글그림/44쪽/12,000원/상상스쿨/2018 원제 COOLETTE’S LOST PET

'잃어버린 새를 찾으면서 친구를 만드는 아이들

노란색 옷을 입은 꼬마 소녀 콜레트는 집집마다 높은 담장으로 이루어진 동네로 이사를 왔다. 콜레트는 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조르지만, 엄마는 안 된다며 나가서 새 친구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에이”하고 투덜거리는 콜레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잔뜩 화난 콜레트는 ‘깨지기 쉬움’이라고 적힌 빈 종이 박스를 발로 힘껏 걷어 찬다. 담장 밖으로 넘어간 박스는 날아가는 새를 깜짝 놀라게 한다. 커다란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간 콜레트는 “너, 뭐하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망설이다가 기르던 동물을 잃어버렸다고 꾸며낸다.




콜레트와 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된 아이들은 그 동물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달라고 한다. 콜레트는 앵무새의 모습을 하나씩 설명할 때마다 아이들은 새를 찾아주겠다며 동네를 다니며 다른 친구를 한 명씩 더 불러낸다. 점점 무리가 늘어나 아이들은 7명까지 된다. 콜레트는 친구를 만들 때마다 앵무새의 색깔이나 이름, 몸크기를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 콜레트의 상상 속에서 그 앵무새는 온 세상을 여행하며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친구로 변신한다.



그때 “콜레트! 저녁 먹자!”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귀를 귀울이고 있던 7명의 친구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는데, 콜레트는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낯선 동네에서 살게 된 콜레트에게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반복해서 “안 돼”라는 말을 하는 존재다. 커다란 대문을 열고 나가기 두려워했던 콜레트가 동네 아이들을 만나서 마음의 문을 열 때마다 바깥에서 노랑색과 하늘색을 발견한다. 흑백으로만 이루어졌던 공간에 노랑색 우체통, 노랑색 물뿌리개, 파랑색 나뭇잎이 차례로 등장한다. 콜레트의 노랑색 옷과 파랑색 앵무새에게 있던 색깔이다. 콜레트와 아이들은 서로의 말을 듣고 ‘멋진 생각’ 또는 ‘그림을 보면 놀랄 걸’과 같은 대화를 하며 감탄한다. 엄마의 반응과는 정반대다. 콜레트는 작품에서 얼굴도 나오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게 ‘깨지기 쉬움’이라는 박스 집어들려고 했다. 그때 친구들은 콜레트의 이야기를 믿고 더 듣고 싶다고 말을 건다. 이제 콜레트는 집 담장 구석에 수북이 쌓인 빈 박스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골목길에서 당당하게 친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깨지김 쉬움이라는 엄마의 안전장치가 콜레트에게 더 이상 필요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둔 엄마가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높은 담장 안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상상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이는 ‘안 돼’라는 말 대신 자기 이야기를 듣고 호응, 공감, 감탄해주기를 원한다. 콜레트의 친구들이 믿어줄 때 아이는 앞부분에서 작은 크기로 나왔던 앵무새를 담장보다 훨씬 더 크게 만들었다. 이처럼 콜레트의 상상력은 멈추지 않고 자란다.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도 같이 흥겹게 상상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앞뒤 속표지에 동네의 집 담장으로 구분되어 나와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대문을 열면서친구를 만난 장면을 떠올려 보자. 노란색 콜레트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다른 친구의 집이 있는지 부모와 아이가 같이 찾아보면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로 말을 걸어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걸 엄마와 아이가 같이 알게 되지 않을까.



노랑색과 파랑색으로 꾸며진 정글 속에서 나무줄기를 타고 놀기 시작하자, 드디어 콜레트는 머리카락을 가리고 있던 노랑색후드를 벗어버린다. 노랑색과 파란색이 새롭게 등장하는 화면마다 집중해서 본다면 엄마는 아이 내면의 변화를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느낄 작품이다.



이자벨 아르스노는 흑백톤으로 간결하게 사용하고고 두 세개의 색을 최소한으로 배치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비평가에도 호평을 받지만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다. 아이들이라면 만들어낸 이야기를 진짜처럼 말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부모의 경우 선입관에 치우쳐 아이가 볼 그림책을 선별하는 건 아닐까. 부모의 마음이 먼저 열려야 아이손에 이 작품이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부분 때문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거리가 있는걸까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점검해보면서 읽어도 좋겠다. 작가의 다른 작품 <내 동생 버니지아 울프>, <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유리는 여기에 있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그림책으로 선정된 <제인 에어와 여우>을 나란히 놓고 이자벨 아르스노의 매력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