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방귀 뀌니? - 어린이를 위한 동물 방귀 책 너도 시리즈
닉 카루소.다니 라바이오티 지음, 알렉스 G. 그리피스 그림, 이혜선 옮김 / 나무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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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한 개그맨이 어린이를 무조건 웃길 수 있는 비법이 있는데 그것이 방귀라고 했다. 실제로 그날 방송은 청취자가 직접 참여하는 특별 생방송이었는데 어린이 청취자들을 방귀단 두 단어로 계속해서 빵빵 터트려 그 비법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책이나 주인공에 ’, ‘방귀가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본다.

 

이 책 주제도 방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방귀를 뀌는지 아닌지 묻고 답을 알려주고 설명해준다. 재밌는 것은 동물에 국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 원숭이 뿐 아니라 거미, 잠자리 같은 곤충, 문어, 청어 같은 물고기, 심지어는 유니콘과 공룡도 대상이다. 곤충이 방귀 뀌는지는 어른인 나도 궁금하게 만들었고 유니콘과 공룡이 나왔을 땐 도대체 저자가 어떻게 답을 하려고 저러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이다. 한 사람은 동물보호국 연구원, 다른 한사람은 동물원에서 일하는 동물학 박사다. 이런 전문성이 검증된 학자들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동물들의 방귀라는 주제로 만든 동화책이다. 아무리 그런 전문가들이라 해도 유니콘이 나왔을 땐 순간 내가 당황스러웠다.

 

책 서두에는 우리를 웃게 하는 방귀는 어떻게 발생되는지 설명해준다. 어린이 책답게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그리고 글자도 크기도 색깔도 다양하고 그림들도 아기자기하게 귀여워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의 묘미는 구성에 있다. 앞장에 후보동물이 나온다. 그리고 책은 묻는다. 이 아이가 방귀를 뀔까? 안 뀔까? 여기서 아이들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나도 여기서 아이에게 한번 물었다. ‘어떨 것 같아?’ 아이는 ...’하고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와 자연스레 대화가 이루어지고 아이는 상상하게 된다. 아이가 어서 책을 넘기라 재촉한다. 책을 넘기면 답이 나오는데, 답도 재밌다. 단순히 뀐다, 안 뀐다 뿐 아니라 의외의 답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동물을 거치면서 책이 주는 답 패턴이 추측이 되서 단조로울 수 있을 법도 한데 반전을 품은 답이 지루함을 막는다.

 

방귀라는 생리현상에 대한 재밌는 과학상식과 아이가 느끼는 호기심, 즐거움 외에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가 있다. 인간은 하루에 열 번에서 스무 번 방귀를 뀌는데, 많게는 오십 번도 뀐다. 당연히 다른 수 많은 동물들도 방귀 뀌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방귀를 부끄러워하고 더러워한다고 책은 지적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에 대해 아이들이 위축되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책은 일깨워주고 싶은 게 아닐까. 어릴 때를 돌아보면 사소한 것으로도 서로 잘 놀리고,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는 게 아이들이다. 아빠도 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도 모두가 매일 수십 번씩 뀌고 있는 방귀는 부끄러운 일도 더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걸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있다. 다만, 냄새가 좀 나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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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만해도 성공 보장 20가지 인테리어 법칙 - 돈이 없어도 똥손도 내집이 아니어도 OK
아라이 시마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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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게 통념이다. 과거에는 이사하면 '뭐 이정도면 괜찮지'하고 그냥 살거나 도배, 장판 정도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요즘 많은 경우가 일상적으로 '리모델링'이라 부르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들어간다. 그 인테리어 공사라는 것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수천 단위다 보니, 인테리어 생각하기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또 인테리어 공사만으로 인테리어는 끝난 게 아니다. 예쁘게 겉을 만들었으니 내부도 걸맞게 채워나가야 하지 않던가. 그래서 가구, 비품을 사서 채워 넣는다. 신혼 때 가구 고를 때 돌아보면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가구들은 저마다 다 좋고 예쁜데 막상 사오면 혼자 튀거나 심심하게 묻혀버리기 일쑤다. 뭐를 알아야지. 뭐를 배웠어야지. 가구구매에 드는 비용도 적은 돈은 아니다 보니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나 잘 고를까, 나처럼 옷 하나 고르는 데도 한참 걸리는 사람들은 가구 살 때는 머리가 띵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는 '큰 돈 들어가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또 인테리어는 '감각 좋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된 20가지 법칙을 통해서라면 '누구든지' 인테리어를 할 수 있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내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사람으로 인테리어 분야의 전문가이다. 중학교 때 처음 자신의 방을 갖게 되었을 때부터 방은 어떻게 예쁘게 꾸미고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한다. 나 같으면 그냥 부모님이 해주는 대로 지냈을 텐데, 이런 쪽에 재능 있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그렇게 자기 감각이 좋은 사람으로 자기 공간을 리폼 하는데만 썼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 했겠지만 그는 친구 방 의자 골라주기를 시작으로 인테리어 계에 발을 들였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본 사람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작은 것을 잘 만들고, 공간활용을 잘하고, 장인정신(오타쿠)이 뛰어나다 하는 것들. 인테리어 책을 일본사람만 쓰진 않겠지만, 내가 만난 첫 인테리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그런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연계된다. 일본 영화에서 보면 집도 작던데, 그 안 모퉁이 공간, 계단 밑 공간도 알뜰히 활용하고 아담하게 꾸며놓은 그런 장면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하고 잘 매칭시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인테리어 오타쿠.

 


책 구성은 심플해서 읽기 쉽고 머리에 넣기 쉽다. 우선 20가지 법칙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법칙을 안방, 거실, 부엌, 화장실 같은 집안 공간들을 하나씩 예로 들며 법칙을 적용해 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세세하게는 꽃을 꽃병에 꽂는 방법, 화분을 두는 방법을 다루고 크게는 전체적인 색조합, 조명 선정, 가구 비치에 대한 내용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그리고 가구 살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사야할지 막막한데 그 부분에 대한 가구별 구매 팁도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이사 온 처음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것도 있었다. 이미 사버린 가구나 조명을 바꾸거나, 벽에 앙카로 박혀버린 TV를 옮기는 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왜 진작 이사할 때 이런 인테리어 책 한번 읽지 않았던가 후회했다. 거실에는 보통 TV와 쇼파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현관에 들어와 거실을 바라봤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이 TV보다는 쇼파가 낫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들어왔을 때 첫 시야에 쇼파가 있다면 사람이 오갈 때 바로 보고 서로 인사할 수 있을 것이고 첫 인상이 무겁고 차가운 검정 TV보다는 편안하고 안락한 쇼파가 눈에 먼저 띄는 게 분위기상으로도 좋을 것 같아 수긍된다.

 

하나 더 소개하면 벽에 사진 걸 때도 아웃라인을 맞춰서 걸라는 충고에도 '' 소리가 났다. 우리집 벽에는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그래서 다른 집에서 놀러 와서는 가족들 사진이 많이 걸려 있어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냥 일자로 주욱 걸어놨는데, 이 책에 소개된 '윤곽선을 정해 비치하라'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 나오는 외국집이나 호텔 같은 데에서 벽에 자그만 액자를 그렇게 비치해 놓았던 걸 본 것도 같다. 크기가 각기 다른 액자라도 외곽라인만 맞추어 사각형이 되도록 비치하면 되는데, 그림을 보니 그럴듯한 분위기가 난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미적인 영역이다 보니 글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중간 중간 그림을 실어 설명한다. 그리고 인상적인 하나는 책에 형광팬이 죽죽 그어져 있다. 저자가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이미 형광팬으로 강조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색조합 맞추는 게 어려운데, 책 마지막 장에는 함께하면 잘 어울릴 색깔들 조합 리스트가 있어 벽지, 커튼, 가구를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이사 때나 생각하지 살면서 몇 번 마주할 일이 없다보니 제대로 공부하자니 다른 일로도 바빠 꺼려지고 충분한 경험과 감각을 연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인테리어라는 것이 우리 일상과 늘 함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인테리어에 대한 '무거운' 고민 해소를 도와준다. 이사 오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 이사 갈 때는 꼭 이 책에서 배운 대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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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퀸 매머드의 스타 앨범 - 빙하기 스타들의 비밀 북극곰 궁금해 4
마이크 벤튼 지음, 롭 호지슨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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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퀸 매머의 스타 앨범>에 대해 서평을 써본다.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책 제목에 매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코끼리, 매머드를 좋아한다. 공룡 피규어 몇 개를 사주었는데 그 시리즈 중에는 매머드도 있는지, 사달라고 졸라 댈 때 마침 이 책을 만났다. 아이들 중에서 코끼리 싫어하는 애들은 없던데 아마도 덩치 크고 코도 길고 멋진 엄니(상아)도 있어 다른 동물들 보다 아이들이 더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아는지 이 책은 주인공을 매머드로 삼았다. 하지만 매머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빙하기, 특히 홍적세에 존재했고 지금은 사라진 특별하고 거대한 동물들을 소개한다. 배경이 되는 빙하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왜 추운 빙하기가 찾아왔을까, 매머드 '털뭉치퀸'이 설명해준다. 그 속에서 '홍적세', '충적세'라는 아이들 뿐 아니라 나조차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가 나왔다.

 

책을 읽다가 지질시대에 대해 찾아보게 될 줄 몰랐다. 그러면서 한번쯤 들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진 못 하는 단어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질시대는 네 시대가 있는데,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우리가 잘아는 공룡이 있던 쥬라기, 백악기 하는 부분은 중생대에 포함된다. 지질시대 마지막인 신생대도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현재와 가까운 게 '홍적세', '충적세'. 바로 이 둘이 빙하기라고 통칭되는데, 홍적세는 260만년전부터 1만년전, 충적세는 1만년전부터 현재까지다. 그래서 충적세를 다른 이름으로 '현세'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되는 녀석들은 공룡 이후 현재 이전에 살았던 동물들쯤 된다.

 

5살인 아이에게 읽어주긴 조금 내용이 어렵게도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 읽어주기를 포기하고 내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사파리 관광하듯 주욱 부여주며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식으로 읽어주니 좋아한다. 예를 들면 "'티타노보아'라는 뱀이 있었는데 그 길이가 13m, '버스'만한 길이고 무게가 '1300kg'라네. 그리고 한번에 악어 한마리를 그대로 삼켜버린데." 라고 하면, 아이는 "뱀이 악어를 먹었다고?!"하며 신기해 한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나도 사실 놀랍게 여겨지는 이야기가 많다. 꼬리에 큰 곤봉이 달린 큰 쥐처럼 생긴 도에디쿠루스는 꼬리 길이가 무려 4미터, 무게가 2000kg라 하니 어마어마하다. 키가 4.5m인 들소, 이빨이 28cm나 되는 호랑이, 3m 몸무게 500kg인 대나무 먹는 유인원, 혀 길이 50cm인 두더지, 날개폭 7미터인 비행기 만한 새. 어른인 내가 봐도 신기한데 아이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동물 외에도 저 시기에 살았던 사람, 네안데르탈인도 나온다. 그들은 불을 피웠던 존재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40만년전에서 4만년전 까지 살았던 사람들이다. '우가우가'하는 원시인 하면 떠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뭐든 늪처럼 빨아들이는 '타르 웅덩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타르 웅덩이'는 뭐든 빠졌다 하면 절대 나올 수가 없어 그 시기 동물들의 화석이 가장 많이 보관되어진 곳이라 한다. 책 끝부분엔 빙하기 전문 용어 설명이 실려있어 아이가 어려워하는 용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실재라면 엄청 커서 무서울 수 있는 동물들을 아이들 눈에 맞게 귀엽게 그려놓은 것도 볼만한다. 중생대의 공룡이 너무 지겹다면, 신생대의 거대한 동물들로 아이들의 호기심도 채워주고 즐겁게 해 줄 책이라 평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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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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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서평을 쓴다. 시집이라 시평이라 할까하다, 여러 시들이 모여 만들어 낸 하나의 이야기를 들은지라 서평이 맞겠다. 시를 읽는 방법에 따로 바른 방법이랄 것이 있겠냐 마는 나는 그래도 소리내에 읽는 것이 맞다 하고 싶다.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어 읽었다. 안에 담긴 시 117. 실은 115편이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또한 시로 쳐야했다.

 

시 모습이 예쁘게 나왔다. 배열에서 느낀다. 시인은 쓸 때 배열에 신경을 썼을까. 아니면 대구와 음률을 맞추려 하다보니 그렇게 정렬이 된 걸까. 내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인지 '쉼표의 기교'라 할 부분도 보였다. 소리 내 읽고 있으니 아이가 시가 무어냐 묻는다. "노래는 알지? 부르면 노래고 쓰면 시야" 아이에게 그것을 증명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때부터는 생각나는 노래에 시를 가사로 붙여 불러줬다. 장범준 노래에, 권정열 노래에. 잘 어울려 놀랐다. 노래 만드는 사람이 노래 만들 때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건가. 악상을 느껴 음률을 만들고 거기에 정성스레 쓴 시를 올리는 건가. 이야기가 샌다.

 

시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목에서 처럼 '그대'''이 주인공이다. 1장에서는 '그대가 피었다', 하지만 2장에서는 '그대가 저문다'. 이 사랑, 아니 만남이라고 하자, 만남은 끝났다. 하지만 1장에 '피었다'라는 과거형과 달리 2장에서 시인은 '저문다'라고 진행형을 쓴다. 끝나지 않은 시인의 마음과 이미 상대가 떠나가버린 현실 사이의 충돌이 '저문다'라는 진행형을 만들어 냈다.


시를 보다보면 몇몇 단어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 , , , 담는다. 이 중 '담는다'는 단어의 쓰임이 눈에 띈다. 담는 다는 것은 마음에 담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만 마음에 담는 것이 아니라 봄도 꽃도 달도 담는다. 어떤 때는 걸음도 담는다. '생각한다'라는 표현을 '담는다'로 치환해도 말이 되기에 같은 말을 시적으로 표현하려 그랬나보다 하다가 그 차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생각은 머리에서 하지만, 담는 것은 마음에 담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짐작해본다.

 

개인적으로는 1장보다 2장의 시들에 내 마음이 동한다. 이 시집의 주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것이다. 1장은 사랑의 정오라면, 2장은 사랑의 노을이다. 한참 사랑하고 그저 좋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울 때 시는 필요없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 수 없는 순간일 테니까. 그렇기에 시는 이별 후에 필요한 것이다. 텅 빈 가슴을 위로해 줄 것이 필요 하기에. 2장에서는 시시각각 요동치는 감정이 느껴진다. 떠난다며 세상이 무너져 내린 듯 두려워하다, 영원히 기다리겠다고 했다가, 고맙다고 하다, 다시 돌아오라 소리치다, 예쁜 싯말에 뒤에 숨어 원망도 던지다, 그러다 헤어짐을 점점 받아들이다, 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비추다, 그 사랑의 의미를 정리하며 마친다.

 

내가 이젠 너무 감정이 굳어져버린 걸까, 너무 세상 때에 찌든 걸까. 이미 떠나간 여인을, 그리고 돌아올 가능성도 희박해보이는데도 평생을 기다리겠다고 잠못이루는 화자에게 등짝을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만 찌질하게 굴어라! 니가 지금 보는 게 다가 아니다. 세상 안 무너졌고, 아직도 니 인생 인연줄에 예약되어 있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랑들이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함부로 평생 기다린다는 말 하지마라.' 


물론 나도 이해한다, 평생'이라는 말조차도 그 말을 하는 순간의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평생을 사랑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했던가, 유효기간 끝난 맹세의 끄나풀을 붙잡고 '영원히 사랑한다며...' 울고 있던 모습들을. 그렇더라도 '평생을 사랑하겠다' 나는 그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그 때 그 사람의 마음은 실제로 그랬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마음은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진실을. 그렇기에 단지 헤어짐이 그 사랑이 거짓이었음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화자도 이를 깨달았기에 에필로그에 '사랑인 네가 떠났다하여, 사랑이 아닐 수 없었으니'라고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화자는 마지막에는 그 감정의 굴곡들을 지나 이별의 의미에 대해 되짚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랑의 수업은 이별까지 포함됨을 깨닫는다. 헤어짐이 있기에 교훈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삶이 아름답다면, 죽음도 아름답다. 그 둘은 같은 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랑 또한 그렇다. 사랑의 행복도 이별의 절망도 결국은 모두 우리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 마음은 늘 변한다. 영원할 수 없다. 영원은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자연계에 영원한 것이 있던가. 불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도 인간의 시간에서 볼때나 영원한듯 하지 우주의 시간에서 대어보면 탄소 그을음일 뿐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이 없다고 해서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잘못하는 것이다. 헤어짐이 있기에 사랑했던 순간은 더 아름답고 더 소중한 것이다. 이별은 잘 잊어버리고 어리숙한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음을 상기시켜 아름다운 순간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도록 한. 매 이별마다 순간을 최대한으로 살라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화자가 '이별의 의미'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배웠다는 것 또한 이것이라 생각한다. 화자가 그토록 좋아하는 달도 시간에 따라 사라지고 날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바뀌고 변하는 것이 사랑이다.

 

다 읽고 나서 접어 놓았던 페이지들을 다시 한번 더 읽었다.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다. 아까 떠나간 연인을 못보내 핸드폰 붙잡고 잠 못 이루어 울던 화자의 등짝을 후려 갈기고 싶었던 것은 그 속에서 과거의 내 찌질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고 부끄러이 고백한다. 정신차리라며 과거의 내 등짝을, 아니 얼굴을 갈겨주고 싶다. 그땐 왜 그렇게 그 사람만 사랑인줄 알았을까. 떠난 마음에 대한 일방적이고 궁상맞고 지고지순한 기다림도 사랑인 줄 알았다. 그땐 왜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까. 가버린 사람에 대한 미련과 내 바램대로 되어야 한다는 집착의 환상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 시절 다른 아름다운 인연들을 그리 헛되이 놓치지는 않았을 텐데. 에휴, 또 봐라, 정신차리자. 글을 마쳐야 할 때가 와서 마치긴 한다만, 뭔가 다 못 내어놓은 게 있는 듯 씁쓸한데 그게 뭔지 잘몰라 또 씁쓸해하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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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빨간콩 그림책 2
에릭 바튀 지음, 김영신 옮김 / 빨간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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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서평을 시작한다. 이 책은 아동도서다. 아마도 내 서평이 이 책의 전체 글자 수 보다 많을 것 같다. 혹시나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가 몇 문장으로 스포일러가 될까 처음에는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이들 동화책의 재미라는 것이 문자그대로 드러난 내용뿐만 아니라 읽어주는 부모의 연출력, 그림 표현력 같은 여타 다른 요소들이 있기에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도 동화책의 가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아이가 상상할 꺼리를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사람으로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의 글뿐 아니라 그림도 직접 작가가 그렸다. 그림을 보면 두꺼운 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마도 유화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아이와 읽는 것도 읽는 것이지만 함께 그림을 보고 그림 속의 개체들을 재료삼아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5살 남자 아이다. 아이는 코끼리, 메머드를 좋아한다. 아이에게 처음 이 책을 읽어주려고 했을 때 마침 TV에 혼을 빼았겨 있었다. 그래서 먼저 한번 읽어 볼 요량으로 아이 옆에서 소리내어 혼자 읽어보았다. 페이지를 두 번째 넘기는데 아이가 다가왔다. 아빠가 재밌는 듯 읽고 있으니 안보는 척 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을 보면(스포일러 주의) 배고픈 거미가 거미줄로 코끼리를 잡아 집으로 가져가 요리를 해먹으려 하고 코끼리는 그것도 모르고 같이 잘놀다가 거미가 코끼리를 먹으려하자 코끼리는 돌아가고 거미도 딸려간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무슨 말인가 할것이다. '코끼리가 거미줄에 잡힌다고?', '거미가 코끼리를 먹는다고?'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다.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봐야한다. 우리 아이는 거미가 코끼리를 들고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어린이 동화는 원래 그 속에 숨겨진 메타포가 중요한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메타포의 해석이 다양해 질 수록 좋은 동화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은 제일 먼저 '동상이몽'이 떠오른다. 거미는 코끼리를 잡으려고 거미줄로 덧을 놓았지만 코끼리는 그걸 편안한 해먹으로 써버린다. 거미는 코끼리를 잡아먹으려 식재료로서 깨끗이 씻지만 코끼리는 재미난 물놀이로 여겨버린다. 거미는 코끼리를 후라이펜에 볶지만 코끼리는 그 위에서 트렘블린인냥 뛰어논다. 현상은 하나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이 있는 것이다.

 

거미의 입장에서 볼 때 교훈을 생각해보자면 '너 자신을 알라', '자기 분수를 알고 상황판단을 잘하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조그마한 거미가 동물 중에서도 덩치로 둘째라면 아쉬울 코끼리를 잡아먹으려 하니 결국 먹지도 못하고 그날 하루 헛탕만 친 것아닌가. 이처럼 코끼리가 걸렸다면 빨리 상황을 판단해서 다른 데 거미줄을 치고 적당한 곤충이 걸리기를 기다렸다면 그 날 굶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끼리의 입장에서 교훈을 따져 보자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 정도 되지 않을까. 특히 관계에 대한 긍정적 사고 말이다. 상대가 자기를 해치고 잡아먹으려 하고 악의를 가지고 접근했어도 그 속에서 좋은 부분을 찾아 즐길 줄 안다면 항상 행복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것이 줏대없고 타인에 끌려다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못 박아 주려는 듯, 거미가 코끼리를 먹으려 하자 코끼리는 단호히 거절하고 돌아간다. 착하고 긍정적인 것과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헷갈린다면 바로 코끼리처럼 좋을 땐 좋더라도 아닌 것에는 'No'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그 척도가 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유채로 애써 그린 그림을 한번 더 아이랑 찬찬히 보고 싶었다. 그냥 보여주니 시시각각 관심사가 변하는 아이는 금새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아이에게 관심을 끌기위해 질문을 했다.

"어떤 그림이 제일 좋았어?"

"코끼리가 식탁 위에 올려 있는 그림이 좋았어"

내가 다시 묻는다.

"거미가 어떻게 코끼리를 먹어? 안 이상해?"

아이가 도리어 이런 쉬운 것도 모르는 이 어리석은 어른에게 짜증내지 않고 친절히 잘 가르쳐주리라 마음먹은듯 자애로운 표정으로 답해준다.

"하나씩 하나씩 떼어먹으면 되지"

... 묘하게 설득된다. 생각치도 못한 아이의 상상력이 재밌다. 아이가 나이들어 점점 머리 굳기 전에 많이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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