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빨간콩 그림책 2
에릭 바튀 지음, 김영신 옮김 / 빨간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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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서평을 시작한다. 이 책은 아동도서다. 아마도 내 서평이 이 책의 전체 글자 수 보다 많을 것 같다. 혹시나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가 몇 문장으로 스포일러가 될까 처음에는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이들 동화책의 재미라는 것이 문자그대로 드러난 내용뿐만 아니라 읽어주는 부모의 연출력, 그림 표현력 같은 여타 다른 요소들이 있기에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도 동화책의 가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아이가 상상할 꺼리를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사람으로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의 글뿐 아니라 그림도 직접 작가가 그렸다. 그림을 보면 두꺼운 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마도 유화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아이와 읽는 것도 읽는 것이지만 함께 그림을 보고 그림 속의 개체들을 재료삼아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5살 남자 아이다. 아이는 코끼리, 메머드를 좋아한다. 아이에게 처음 이 책을 읽어주려고 했을 때 마침 TV에 혼을 빼았겨 있었다. 그래서 먼저 한번 읽어 볼 요량으로 아이 옆에서 소리내어 혼자 읽어보았다. 페이지를 두 번째 넘기는데 아이가 다가왔다. 아빠가 재밌는 듯 읽고 있으니 안보는 척 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을 보면(스포일러 주의) 배고픈 거미가 거미줄로 코끼리를 잡아 집으로 가져가 요리를 해먹으려 하고 코끼리는 그것도 모르고 같이 잘놀다가 거미가 코끼리를 먹으려하자 코끼리는 돌아가고 거미도 딸려간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무슨 말인가 할것이다. '코끼리가 거미줄에 잡힌다고?', '거미가 코끼리를 먹는다고?'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다.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봐야한다. 우리 아이는 거미가 코끼리를 들고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어린이 동화는 원래 그 속에 숨겨진 메타포가 중요한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메타포의 해석이 다양해 질 수록 좋은 동화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은 제일 먼저 '동상이몽'이 떠오른다. 거미는 코끼리를 잡으려고 거미줄로 덧을 놓았지만 코끼리는 그걸 편안한 해먹으로 써버린다. 거미는 코끼리를 잡아먹으려 식재료로서 깨끗이 씻지만 코끼리는 재미난 물놀이로 여겨버린다. 거미는 코끼리를 후라이펜에 볶지만 코끼리는 그 위에서 트렘블린인냥 뛰어논다. 현상은 하나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이 있는 것이다.

 

거미의 입장에서 볼 때 교훈을 생각해보자면 '너 자신을 알라', '자기 분수를 알고 상황판단을 잘하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조그마한 거미가 동물 중에서도 덩치로 둘째라면 아쉬울 코끼리를 잡아먹으려 하니 결국 먹지도 못하고 그날 하루 헛탕만 친 것아닌가. 이처럼 코끼리가 걸렸다면 빨리 상황을 판단해서 다른 데 거미줄을 치고 적당한 곤충이 걸리기를 기다렸다면 그 날 굶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끼리의 입장에서 교훈을 따져 보자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 정도 되지 않을까. 특히 관계에 대한 긍정적 사고 말이다. 상대가 자기를 해치고 잡아먹으려 하고 악의를 가지고 접근했어도 그 속에서 좋은 부분을 찾아 즐길 줄 안다면 항상 행복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것이 줏대없고 타인에 끌려다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못 박아 주려는 듯, 거미가 코끼리를 먹으려 하자 코끼리는 단호히 거절하고 돌아간다. 착하고 긍정적인 것과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헷갈린다면 바로 코끼리처럼 좋을 땐 좋더라도 아닌 것에는 'No'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그 척도가 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유채로 애써 그린 그림을 한번 더 아이랑 찬찬히 보고 싶었다. 그냥 보여주니 시시각각 관심사가 변하는 아이는 금새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아이에게 관심을 끌기위해 질문을 했다.

"어떤 그림이 제일 좋았어?"

"코끼리가 식탁 위에 올려 있는 그림이 좋았어"

내가 다시 묻는다.

"거미가 어떻게 코끼리를 먹어? 안 이상해?"

아이가 도리어 이런 쉬운 것도 모르는 이 어리석은 어른에게 짜증내지 않고 친절히 잘 가르쳐주리라 마음먹은듯 자애로운 표정으로 답해준다.

"하나씩 하나씩 떼어먹으면 되지"

... 묘하게 설득된다. 생각치도 못한 아이의 상상력이 재밌다. 아이가 나이들어 점점 머리 굳기 전에 많이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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