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만해도 성공 보장 20가지 인테리어 법칙 - 돈이 없어도 똥손도 내집이 아니어도 OK
아라이 시마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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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게 통념이다. 과거에는 이사하면 '뭐 이정도면 괜찮지'하고 그냥 살거나 도배, 장판 정도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요즘 많은 경우가 일상적으로 '리모델링'이라 부르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들어간다. 그 인테리어 공사라는 것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수천 단위다 보니, 인테리어 생각하기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또 인테리어 공사만으로 인테리어는 끝난 게 아니다. 예쁘게 겉을 만들었으니 내부도 걸맞게 채워나가야 하지 않던가. 그래서 가구, 비품을 사서 채워 넣는다. 신혼 때 가구 고를 때 돌아보면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가구들은 저마다 다 좋고 예쁜데 막상 사오면 혼자 튀거나 심심하게 묻혀버리기 일쑤다. 뭐를 알아야지. 뭐를 배웠어야지. 가구구매에 드는 비용도 적은 돈은 아니다 보니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나 잘 고를까, 나처럼 옷 하나 고르는 데도 한참 걸리는 사람들은 가구 살 때는 머리가 띵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는 '큰 돈 들어가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또 인테리어는 '감각 좋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된 20가지 법칙을 통해서라면 '누구든지' 인테리어를 할 수 있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내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사람으로 인테리어 분야의 전문가이다. 중학교 때 처음 자신의 방을 갖게 되었을 때부터 방은 어떻게 예쁘게 꾸미고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한다. 나 같으면 그냥 부모님이 해주는 대로 지냈을 텐데, 이런 쪽에 재능 있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그렇게 자기 감각이 좋은 사람으로 자기 공간을 리폼 하는데만 썼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 했겠지만 그는 친구 방 의자 골라주기를 시작으로 인테리어 계에 발을 들였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본 사람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작은 것을 잘 만들고, 공간활용을 잘하고, 장인정신(오타쿠)이 뛰어나다 하는 것들. 인테리어 책을 일본사람만 쓰진 않겠지만, 내가 만난 첫 인테리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그런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연계된다. 일본 영화에서 보면 집도 작던데, 그 안 모퉁이 공간, 계단 밑 공간도 알뜰히 활용하고 아담하게 꾸며놓은 그런 장면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하고 잘 매칭시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인테리어 오타쿠.

 


책 구성은 심플해서 읽기 쉽고 머리에 넣기 쉽다. 우선 20가지 법칙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법칙을 안방, 거실, 부엌, 화장실 같은 집안 공간들을 하나씩 예로 들며 법칙을 적용해 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세세하게는 꽃을 꽃병에 꽂는 방법, 화분을 두는 방법을 다루고 크게는 전체적인 색조합, 조명 선정, 가구 비치에 대한 내용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그리고 가구 살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사야할지 막막한데 그 부분에 대한 가구별 구매 팁도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이사 온 처음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것도 있었다. 이미 사버린 가구나 조명을 바꾸거나, 벽에 앙카로 박혀버린 TV를 옮기는 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왜 진작 이사할 때 이런 인테리어 책 한번 읽지 않았던가 후회했다. 거실에는 보통 TV와 쇼파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현관에 들어와 거실을 바라봤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이 TV보다는 쇼파가 낫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들어왔을 때 첫 시야에 쇼파가 있다면 사람이 오갈 때 바로 보고 서로 인사할 수 있을 것이고 첫 인상이 무겁고 차가운 검정 TV보다는 편안하고 안락한 쇼파가 눈에 먼저 띄는 게 분위기상으로도 좋을 것 같아 수긍된다.

 

하나 더 소개하면 벽에 사진 걸 때도 아웃라인을 맞춰서 걸라는 충고에도 '' 소리가 났다. 우리집 벽에는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그래서 다른 집에서 놀러 와서는 가족들 사진이 많이 걸려 있어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냥 일자로 주욱 걸어놨는데, 이 책에 소개된 '윤곽선을 정해 비치하라'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 나오는 외국집이나 호텔 같은 데에서 벽에 자그만 액자를 그렇게 비치해 놓았던 걸 본 것도 같다. 크기가 각기 다른 액자라도 외곽라인만 맞추어 사각형이 되도록 비치하면 되는데, 그림을 보니 그럴듯한 분위기가 난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미적인 영역이다 보니 글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중간 중간 그림을 실어 설명한다. 그리고 인상적인 하나는 책에 형광팬이 죽죽 그어져 있다. 저자가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이미 형광팬으로 강조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색조합 맞추는 게 어려운데, 책 마지막 장에는 함께하면 잘 어울릴 색깔들 조합 리스트가 있어 벽지, 커튼, 가구를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이사 때나 생각하지 살면서 몇 번 마주할 일이 없다보니 제대로 공부하자니 다른 일로도 바빠 꺼려지고 충분한 경험과 감각을 연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인테리어라는 것이 우리 일상과 늘 함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인테리어에 대한 '무거운' 고민 해소를 도와준다. 이사 오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 이사 갈 때는 꼭 이 책에서 배운 대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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