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하룻밤 - 서재에서 방까지 네 시간
이안수 글.사진 / 남해의봄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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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메모장 한 페이지에는 혼여로 떠나길 욕심내는 책방의 이름들이 적혀 있다. 대부분 우연히 만난 사진 한 장으로 이름을 기억하고 남겨 두는 편인데 지역적 위치 확인 외엔 많은 정보를 저장하진 않는다. 설렘이 흐트러지면 안되니까.

파주 헤이리마을 모티브원.
역시 인상적인 사진 한 장으로 기약 하고 있던 이곳을 더 설렘으로 기대하게 만든 책을 만났다. 여행 중 방문한 책방에서 내 손에 들린 <여행자의 하룻밤> 언제고 떠날 내 여행이 더 기다려진다.
:

📖 하룻밤 대화로 영감을 불어넣는 글로벌 인생학교가
매일 밤 펼쳐진다!

📚 여행자의 하룻밤
📚 이안수 글, 사진
📚 남해의 봄날


part1 은 책과 사람, 그리고 대화가 있는 글로벌 인생학교.
모티브원에 대한 깊은 소개입니다. 단순한 북스테이를 넘어선 휴먼북 라이브러리로서 자리매김한 그 곳에 대한 갈망이 깊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허허허..


part2 는 ‘우리는 모두 한권의 책입니다’라는 소제목으로
이안수 촌장님과 방문객들의 대화입니다. 성별, 나이, 지위, 국적 불문의 방문객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분명 당신의 이야기와도 닮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여나 아직 내 얘기같은 글을 못봤다면 모티브원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남겨도 좋을 듯싶습니다.


part3 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변방의 삶.
'이안수'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헤이리마을 촌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티브원 방문객들에게 모카포트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대접할 이유를 적고 있습니다. 진심을 알게 되면 더 친숙한 느낌이 들고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의 진심이 통하길 소망해 봅니다.


책방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저라, 작든 크든 여행하는 기분으로 (실제로 짧은 여행을 다니면서) 찾아다니곤 합니다. 아무래도 관심 분야라 그런지 책방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맘에 드는 책을 꺼내 읽다가 어떤 녀석을 데리고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런 제게 먼저 말을 걸어 오는 책방지기님들이 계십니다. 이곳엔 여행 오신 건지, 어떻게 이 책방에 오셨는지가 대부분의 화두지만, 그에 질세라 전 지기님께서 책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혹은 글쓰기를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이런 책방을 여시게 되었는지를 묻곤 하지요.

그러다 보면 두 사람에게 중첩되는 소재거리가 나타납니다. 괜스레 더 반갑다는 듯 아예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이어가지요.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람이지만 책(혹은 책방)이란 것이 마련해 준 관계는 참 다정하게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인연이 있으시거든요.


일상에서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무력감이 밀려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 떠날 때가 된 겁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따라줘야 한다는 걸 잘 아는 나이가 됐거든요. 이 상태로 아무렇지 않은 듯, 조금 더 버티자며 일상을 이어간다면 언제고 빵 터질 정신 상태는 위험하잖아요. 그러니 책방이든 북스테이든 길을 나섭니다.

특히나 1박 2일의 짧은 휴가를 얻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전 혼자 떠나는 여행자가 되는 거고 '여행자의 하룻밤'을 맞게 됩니다. 소란함도 없고 분주하게 챙겨야 할 어떤 것도 없는 시간이니 온전한 쉼으로 채웁니다. 가끔이지만 그 시간 안에 정담(情談)을 나눌 만한 사람이 함께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두어 시간이면 좋을 듯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레 삶의 평안과 고요를 갈망하는 삶에 지친 사람들끼리 자기만의 세상을 풀어놓는 시간이 되도록 말입니다.


이안수 촌장님보다 모티브원을 먼저 알게 된 저는 공간에 대한 기대를 먼저 했습니다. 방문하게 된다면 제가 받을 쉼과 위로가 분명하게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여행자의 하룻밤>을 읽고 나니 사람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혹여나 촌장님께서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시려나 하고요.


<여행자의 하룻밤> 내에 '사진 속의 단상'은 이안수 촌장님의 글력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짧지만 묵직하고 살짝 위트를 얹은 느낌은 단상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합니다. 더불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정담이 되어 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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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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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인류의 조건]

18년만에 복간한 자기계발서라면 이유는 분명하다.

읽은 이가 있고

들은 이가 있고

찾는 이가 있어 

가능한 일.

소개해 주신 안시내 작가님께 감사를..


그간 유형이 불분명해 

필요한 내용을 잘 발췌해 읽어야만 했던 

자기계발서에 지치신 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이렇게 투명한 자기계발서는 참 오랜만이지 싶습니다. 요점이 분명하고 예화가 구체적입니다. 자기의 이론만 (주관적으로) 제시하는 일련의 자기계발서와는 분명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필요한 독자에게 만큼은 만족도를 높여줄 책이라 판단 되니 저역시 소개해 봅니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자기계발 바이블" _ 독자 문의 쇄도 18년 만에 전격 복간 


어떠한 분야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일까? 혹하는 질문입니다. 사회생활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혹은 각종 모임에서조차 해결하면 좋을 일입니다. <일류의 조건>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여 줍니다.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이 그것입니다.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선생은 추천 글에서 <일류의 조건>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요약하는 힘’에 두셨더군요. 


“요약해서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듣는 사람도 쉽게 이해합니다. 목표가 명확하게 드러나서 효율적인 일 처리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인생 자체가 아주 간명해지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현상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능력입니다.”


유명하신 분의 메시지는 끄덕여지는 게 사실이지만, 읽는 여러분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류가 되기 위한 조건의 포인트를 다르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제1장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 가지의 힘'이 눈에 든다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시라면 제6장을 먼저 읽어 보고 싶다거나 말이죠. 




각 장을 읽다 보면 흐름에 따라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먼저 적용해 보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자가 든 예화가 핵심 내용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일류의 조건> 중에서 '훔치는 힘'이 유독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요? 자기계발서에서 언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단어라 호기심이 생기는 건 저 역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문가의 방식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 기술을 훔쳐 내 것으로 만든다'(p.31)라고 말하면 이해가 쉬우실까요? 물론 훔친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숙달'의 과정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전에 명확한 목적의식이 먼저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고민이 아니라면 '훔치는 힘'은 결국 수박 겉핥기(p.132)가 될 테니까요. 


이제 숙달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을지 더 파헤치고 싶으시겠죠? 그렇담 <일류의 조건>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더 이상 요약은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싶으니, 저도 말씀드리고 싶지만 참아 보겠습니다. 허허허.. 




어떤 이는 말합니다.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에 비해 '추진하는 힘'에 대한 전달 내용이 약하다고요. 전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훔치는 힘과 요약하는 힘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숙달한 독자라면 그 이후에 할 일이 '추진하는 힘'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실행에 옮기는 것(추진하는 힘)이야말로 독자에게 남겨둔 일종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론적인 글을 뛰어넘은 능동적인 책 읽기의 결과. 그것이 사이토 다카시의 자기계발서를 찾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고요.


아.. 단단한 표지에 커다란 책이라고 선입견을 갖지 않으시길 당부드립니다. 펼쳐 보면 노안이 온 사람도 편히 볼만큼 글자가 크고 페이지마다 여유가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사람이든 책이든 옳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류의 조건>이 고민 되신다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저자 후기만이라도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후의 여부는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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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 심리상담사가 건네는 중년의 일과 삶을 위한 처방전
변시영 지음 / 얼론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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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영,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우리 같이 읽어요. 왜냐고요~
음..

요즘은 잘 나이 든 분들의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에는 나이와 비례하는 지혜가 있어 좋은 이유지만, 때때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조금 관조적일 필요가 있다는 걸 고요한 음성으로 알려주시거든요.

그런 분들의 느낌을 변시영 작가에게서 찾았습니다. 편안한 말투에 더한 일상과 전문성의 조합은 제때에 받은 도움으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작은 길이 되어줄 것 같았거든요. 이 책이 그런 책이 되길 바란다는 변시영 작가의 소망이 누군가에게는 필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게
📚 변시영 지음
📚 얼론북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든 남자든 마흔이 붙은 때가 참 예쁜 나이라고요. 아.. 외모적인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저도 여전히 자신 없는 부분이거든요. 허허허..

20대는 철이 없었어요. 목적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도 달렸지만 옳고 그름의 분별 대신 내 주장이 우선이었어요. 30대는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나’란 존재는 안드로메다로 보내기 일쑤였고, 거울 속에 비친 인물에게 '너는 누구더냐' 묻기가 일상이었던 나이였죠. 40대에 들어서니 깽깽거리던 아이들이 한국어(아이들 국산입니다.)가 통할 정도로 자랐고 가끔 혼자 여행을 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다음 일상을 위한 숨 고르기도 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지만, 없다고 무작정 아끼던 시절보다 조금 나아진 건 지혜롭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요! 50대를 생각하면 진짜 아줌마 파마가 어울릴 나이란 생각이 들어 고개가 절레절레. ㅋㅋㅋ 그래서 전 40대야말로 여자 나이에서 가장 예쁠 나이가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서른아홉에 몸이 좀 아프다 했더니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아홉 수라 그렇다고. 나이 마흔을 찍는 순간 네 인생 훅 간다는 말을 건넨 이도 있었어요. 물론 한 주가 빠르게 가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며 헛웃음을 지을 때가 있지만 마흔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나니 아픈 몸도, 어제가 될 오늘도 그리 나쁘지 않더라고요.


제 얘기를 하려고 쓴 글이 아닌데. 허허허... 마흔이라는 글자를 앞세운 우리가 읽으면 좋을 책이 있어 소개하려고 시작했다는 거 강조하며! 이 책은 읽어야 해요. (또) 왜냐고요? 음.. 이쯤에서 공감을 얻어야 하니까 나태주 작가님의 글을 인용할게요.

마흔 살까지의 얼굴은 부모의 영향으로 타고난 것이고, 마흔 살부터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얼굴이라는 말이있다. 인생을 길게 들여다 보면 마흔 살까지의 인생은 서툴고 설익은 인생이다. 이 시기는 그 이후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 나태주, <좋아하기 때문에> -

작가님의 말처럼 인생을 길게 들여다보자고요~ 이후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이 잘 되면 좋겠잖아요! 그런데 혼자는 어렵..이니까 전문가의 조언을 커닝하는 거죠. 이를테면 변시영 작가님의 책을요. 그녀는 말이죠. 작가이기 이전에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는 인재니까 믿으셔도 돼요. 제가, 굳이, 콕 찍어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를 읽어 보자고 하는 이유는요, 첫째로 글이 참 편안하다는 거예요. 마흔을 앞세운 동질감 그 이상이요. 마흔 아닌 누군가가 읽어도 충분히 감지할만해요.

추천하는 이유가 편하기만 하면 안 되니까 두 번째 이유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글은 편안함에 전문성을 쉐킷쉐킷~ 균형 있게 전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잘난 척 안 하면서 드러내는 매력을 위트 있는 문장을 곁들여 전하고 있으니 마흔을 단 사람들이 쉽게 읽고 깊게 공감하고 분명 적용할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자의 은사님께서는 심리상담이란 건, 결국 자신의 '꼬락서니'를 보는 거라고 정의하시곤 했다고 해요. '꼬락서니'는 사람의 모습이나 행색을 이르는 말로 영어로는 'shape'라고 합니다. (p.141) 지금 어디선가 흔들리는 마흔으로 서 있다면, 주위에 그런 마흔이 있다면 변시영 작가의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를 권해 봅니다. 자신의 꼬락서니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면 우리..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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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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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
유명치 않은 결 좋은 글을 덮어버리는 이유로
유명한 작가에겐 유명해질 작품이 더 많다는 걸 우린 잊곤 한다.
특히나 여든이 넘은 작가님 같은 분이라면 더욱..

나태주. 이름 석 자만으로 전해지는 위로가 있는 분.
그러하지만 이 책, <좋아하기 때문에>는
위로에 덧붙인 조언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아니, 조언이라 하니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비해
건조한 느낌이 든다. 건조한데 무겁기만 하다.
그렇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라 말해 볼까.

살아온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말미엔
아주 자연스럽게 전하는 적절한 무게의 조언,
그 조언이 살며시 스며들도록,
그러는 사이 시나브로 알아차리도록,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이런 삶을 너희들이 지혜롭고 재미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세상이 변했지만,
아직 우리에겐 잘 나이 든 분의 이야기를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서가 남아 있으니까. (남아 있다고 난 믿으니까)

시인이 전하는 시 아닌 이야기는 생각보다 쉽게 전달된다.
그러니 당신,무엇을 위해 사는지 아직 모르겠다는 당신,
공글린 80년 생각들을 읽어 보면 좋겠다.
틀린 삶은 없지만 나은 삶은 있을 테니까.
:

📚 좋아하기 때문에
📚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206
“자기 마음을 좀 알아주고 고달픈 마음을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지고 절망감에 휩싸인다. 내 시는 그런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그러한 시인인가?”

책의 마지막쯤 던져진 질문을 읽었습니다. 작가가 자신에게 한 것인지, 작가가 독자에게 한 것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지만, 읽는이의 입장에서 “당신은 충분히 그러한 시인입니다.”라고 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자기를 당당히 인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를 통해 시(문학)에 대한 진심같이 삶의 진심을 보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시고도 여태껏 버티신 일을 보면 사람의 남은 생은 한정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당신이 좋은 일을 하시면 될 일입니다. 시를 쓰고, 강연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다시 글을 쓰고. 당신 삶의 이러한 회전은 읽는이들을 위한 선물로 남을 테니까요.

+
’별을 간직하면 오늘을 참고 인내하며 내일을 향해 까치발을 딛는다. 기다리는 데까지 충분히 기다린다. 마음의 축을 오늘보다 내일에 둔다.‘ (p.70)는 문장을 읽는 순간, 어른이 된 소녀는 그 시절의 소녀를 만났습니다.

_ 제 체격보다 조금 커다란 교복을 입고 처음 시를 배우던 시간입니다. 한하운 시인의 <파랑새>를 배웠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시인의 처지와 시어가 지닌 의미들은 사람에게 동정의 마음을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처절한 삶이 이렇게 아름답게도 표현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그의 다른 시가 궁금해 동네 서점에 찾아가 시집 이름을 댔습니다. 주문을 해야한다고 하십니다. 꼭 구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얼마 지나 <보리피리>라 적힌 작은 시집을 제 손에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이란..! (당시 소녀의 표현에 의지하자면 신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배운 시와 처음으로 사 본 시집 덕에 싹트기 시작한 꿈. 연습장의 귀퉁이마다 속에서만 너울대는 감정을 글자로 적어도 보고, 보이는 풍경에 마음을 담아 보기도 했습니다. 시인을 꿈꾸게 된 소녀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소녀는 조급했던 마음의 속도를 늦춰 보기로 합니다. 까치발을 들고 다시 인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의 축을 내일에 두며 충분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건 다시는 잃지 않을 별이 빛난다는 겁니다. 덕분입니다.

+
여는 글에서 당신은 말했습니다. 포기와 욕심, 행한 것과 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 문제 앞에 놓인 인생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따져 볼 일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욕심을 내면 좋겠습니다. 먼지바람 날리는 인생의 사막(p.39)에서도 잘 써 오셨고,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달라도 많아 다르다(p.70) 하셨으니 말입니다.

별이 소멸할 때 방출하는 물질은 새로운 별과 행성의 형성에 필요한 중요한 원소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당신의 고운 영향력이 다음 시인과 그다음 시인에게 연결되어 읽는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이만큼 빛나는 별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집으로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부탁했던(p.99) 당신의 마음만큼 저도 감히 당신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삶이 고운 쪽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모두를 위한 책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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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이주혜 지음 / 에트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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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장 낡은 책들 사이에 빳빳한 표지의 책들이 몇 권 보인다. 언제 들어온 거지? 책방 몇 곳에서 보았던 관심 가던 책 하나에 손을 뻗고 결국 빌려온 책. 제목 참 아리다. 봄이 오기 전에 남은 눈물을 다 심고 싶다. 그럼, 어떤 싹이 나려나.

📚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 이주혜 지음
📚 에트로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는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존재와 현실을 힘있는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보여준 소설가 이주혜의 첫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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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비숍의 시 네 편을 전하며 시작한다. 인상적이다. 시에서 약간의 위안을 받고 용기 내 거울을 들여다보길 바란다는 문장을 전한다. 그리고 무지개처럼 둥근 웃음을 지어 보길 바란다는 진심도 덧붙인다. 다음에 이어진 글들은 일상적인 소재로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기.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이 읽기에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2부는 조금 다른 구성이다. 문학 작품을 관통해 전달하는 그녀의 시선이 매우 흥미롭다. 수준 높은 책리뷰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도슨트처럼 이주혜 작가는 독자들을 위해 작품의 해석을 도와준다. 후에 이어지는 그녀의 문장은 읽고 쓰는 이에게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철저히 내 취향의 글이라 이런 소개일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좋은 글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다른 감동과 다른 각도의 차이일 뿐.

시대, 사회, 성별, 인종 등 (대부분 여성의) 눈물을 담은 이야기들은 공감과 분노, 기억과 눈물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잘 빌린 책이라고 다행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나와 당신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작가를 위로해 준 작품들은 함께 알아가고 나누는 또 하나의 위로가 될 방법이라서. 눈물은 맺혀 떨어지지만 동시에 심어진다고 말하는 작가의 중심엔 어떤 메시지가 있을지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이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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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책 리뷰를 하며 ’읽고 쓰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늘 소개할 이주혜 작가는 ’읽고 쓰고 더불어 옮기는 사람‘이다. 보통 읽을 책을 들었다면 작가 소개란에 적힌 글은 대충 훑어본 후에,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제대로 알아보는 습관이 내겐 있다. 괜스레 사람을 먼저 알고 대하는 글은 순수하게 반응할 내 독서 시간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그러했는데 그녀의 프로필은 제목을 읽은 이후 바로 내 눈에 들었다. ’20대를 학생운동으로, 30대를 출산과 양육으로 지나오며 마흔을 앞두고 번역을 시작했고, 그 다음엔 소설을 썼다.‘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써냈을 때 그것을 읽는 나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내가 쓴 어떤 이야기가 다른 작가에게 비슷한 기쁨을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_ 《소설 보다》(2022년 봄호)에 실린 이희우 평론가와의 인터뷰

여자이고 쓰는 사람이고 읽는 사람이라면 크게 느낄 공감, 그리고 얻는 힘. 작가의 말대로 어디선가 나 대신 시원한 발언을 해 준 글을 읽는 큰 기쁨을 누리고, 어디선가는 내 끄적인 작은 글로 위로 내지 공감이라도 하는 이가 있다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 되어 주는 셈이지. 참 멋진 말이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쓰고 있다는 말. 더불어 사랑에 관한 슬픈 에세이 정도라고 단순하게 예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시점이다.

어쩐지 제목에 담은 눈물은 쉽게 흐를 것이 아닐 듯싶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전반에 뿌려져 있던 이야기는 곧 공통의 눈물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문학에서 찾은 눈물은 공감과 이해, 때로는 분노와 희망으로 그녀와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순환’. 이주혜 작가의 글은 이 한 단어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주혜 산문집,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 좋은 글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게 맞다
/ 함께 알아가고 나누는 또 하나의 위로가 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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