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이주혜 지음 / 에트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오래된 책장 낡은 책들 사이에 빳빳한 표지의 책들이 몇 권 보인다. 언제 들어온 거지? 책방 몇 곳에서 보았던 관심 가던 책 하나에 손을 뻗고 결국 빌려온 책. 제목 참 아리다. 봄이 오기 전에 남은 눈물을 다 심고 싶다. 그럼, 어떤 싹이 나려나.

📚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 이주혜 지음
📚 에트로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는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존재와 현실을 힘있는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보여준 소설가 이주혜의 첫 산문집이다.

:

1부는 비숍의 시 네 편을 전하며 시작한다. 인상적이다. 시에서 약간의 위안을 받고 용기 내 거울을 들여다보길 바란다는 문장을 전한다. 그리고 무지개처럼 둥근 웃음을 지어 보길 바란다는 진심도 덧붙인다. 다음에 이어진 글들은 일상적인 소재로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기.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이 읽기에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2부는 조금 다른 구성이다. 문학 작품을 관통해 전달하는 그녀의 시선이 매우 흥미롭다. 수준 높은 책리뷰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도슨트처럼 이주혜 작가는 독자들을 위해 작품의 해석을 도와준다. 후에 이어지는 그녀의 문장은 읽고 쓰는 이에게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철저히 내 취향의 글이라 이런 소개일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좋은 글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다른 감동과 다른 각도의 차이일 뿐.

시대, 사회, 성별, 인종 등 (대부분 여성의) 눈물을 담은 이야기들은 공감과 분노, 기억과 눈물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잘 빌린 책이라고 다행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나와 당신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작가를 위로해 준 작품들은 함께 알아가고 나누는 또 하나의 위로가 될 방법이라서. 눈물은 맺혀 떨어지지만 동시에 심어진다고 말하는 작가의 중심엔 어떤 메시지가 있을지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이 읽어 보면 좋겠다.

/

지난번 책 리뷰를 하며 ’읽고 쓰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늘 소개할 이주혜 작가는 ’읽고 쓰고 더불어 옮기는 사람‘이다. 보통 읽을 책을 들었다면 작가 소개란에 적힌 글은 대충 훑어본 후에,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제대로 알아보는 습관이 내겐 있다. 괜스레 사람을 먼저 알고 대하는 글은 순수하게 반응할 내 독서 시간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그러했는데 그녀의 프로필은 제목을 읽은 이후 바로 내 눈에 들었다. ’20대를 학생운동으로, 30대를 출산과 양육으로 지나오며 마흔을 앞두고 번역을 시작했고, 그 다음엔 소설을 썼다.‘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써냈을 때 그것을 읽는 나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내가 쓴 어떤 이야기가 다른 작가에게 비슷한 기쁨을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_ 《소설 보다》(2022년 봄호)에 실린 이희우 평론가와의 인터뷰

여자이고 쓰는 사람이고 읽는 사람이라면 크게 느낄 공감, 그리고 얻는 힘. 작가의 말대로 어디선가 나 대신 시원한 발언을 해 준 글을 읽는 큰 기쁨을 누리고, 어디선가는 내 끄적인 작은 글로 위로 내지 공감이라도 하는 이가 있다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 되어 주는 셈이지. 참 멋진 말이다.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쓰고 있다는 말. 더불어 사랑에 관한 슬픈 에세이 정도라고 단순하게 예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시점이다.

어쩐지 제목에 담은 눈물은 쉽게 흐를 것이 아닐 듯싶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전반에 뿌려져 있던 이야기는 곧 공통의 눈물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문학에서 찾은 눈물은 공감과 이해, 때로는 분노와 희망으로 그녀와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순환’. 이주혜 작가의 글은 이 한 단어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주혜 산문집,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 좋은 글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게 맞다
/ 함께 알아가고 나누는 또 하나의 위로가 될 방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