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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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은 개인적으로 읽는 속도가 더 붙을 수 밖에 없었던 흥미로운 주제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들이 전쟁사를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핵심은 이것이다. 국가 권력이 전쟁을 변화시켰다.
얼마 전 오펜하이머 책과 영화를 동시에 감상하면서 전쟁이란 두 글자의 합 자체가 얼마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메가적으로 단각화된 이념과 사상을 인류에게 주입시키고 있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역시 국가 권력이었다.
'특수 군사 과정'. 사실 나는 종교와 정치 속에서 땅을 차지하기 위한 자신들의 명분을 굳건히 하려는 국가들을 보면서 주도적일 뿐이지 전쟁 후에 포용적이지 못하는 한계들이 안타까웠다. 전쟁에 무슨 배려와 연민이 있을까만 자국의 이익만 우선 순위가 되다 보니 이젠 전쟁 자체가 스스로 다른 방식으로 딥러닝을 한다. 

그래서 2권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군인들의 전장 말고도 후방의 긴밀한 조력은 너무 흥미로웠다. 그 뿐만 아니라 마지막 부분, 각종 첨단 무기가 더 중요해 진 이유로 과학 발전과 정치파워가 손을 잡는 화합을 그리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군인들의 생존업을 변화시키고, 변화의 주체로써 드론이 이들을 대신하고 있는 군사 작전에서 현대의 무기 배틀을 보여준다.
역시 국가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군수 물자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후방의 서포트는 전장의 연장선에서 경제적 전쟁 특수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약자들과 민간인들의 피해와 그들이 전쟁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 볼 수 있다. 평화 수호를 위한 전쟁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전술도 전략도 정의로운 것은 없다. 강력한 국가 권력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민간인들을 상대로 휘두른다. 이 폭력성은 점점 더 교묘하고 잔인하게 속전속결로 그들을 무력화 시킨다. 그 피해 양상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들로 폭로한다.  

전술적 필요와 전장의 안개 때문에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수백 명을 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주장은 학살 중에 자행된 성폭력을 감안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미라이에서 미군들은 여성 또는 소녀 20명을 강간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10살이었다. - 963.  

특히 성폭력은 공개적으로 마을 공동체 주민들 앞에서 자행된다. 이로써 얻는 무장 군인 세력의 이익은 공포 정치를 정당화하는 무력 침략 지배자에 대한 복종과 두려움이다. 피카소의 <부파샤의 초상화>는 이런 공개 강간 비판과 심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암울했던 상황에 저항하고 드러냈던 그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적인 화제성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전쟁을 겪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입체적인 시각화가 전쟁의 흐름을 세밀하게 그려내 주니 편견없이 인류의 욕망과 야망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전쟁은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인 만큼 그 후 전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어떤 보상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해야만 한다. 지난 200년간 다양한 명분으로 서로 갈등을 빚은 국가 간의 전쟁들.
앞에서도 전쟁이란 국가 권력이란 말을 했지만, 다른 시대를 지나 이어져 온 다양한 이념의 전쟁 발발은 모든 그 끝을 힘겨루기로 맺기 마련이다. 끝은 곧 전쟁이란 무엇인지 초연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역시 국가 파워 게임이란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정의 구현도 아니고 평화 추구도 아닌 그냥 죄와 벌이다.

#세상을바꾼전쟁의모든것 #토머스도드먼 #열린책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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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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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고의 책이었다. 그 해 이후로 꾸준히 전쟁사에 관한 소셜링이 있다면 빠질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전쟁은 단순히 정의내릴 수 없다.
전쟁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이다. 15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끊이지 않았던 전쟁.규모와 의미는 전략적으로 다양해져 가지만, 전쟁의 의의는 크게 다르지 않다.그러나 세상은 바뀐다. 
우선 1권은 근대 전쟁의 탄생과 군대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시작부터 굉장히 흥미로웠다.배경 지식을 통해 다방면의 관점과 시선으로 전쟁에 관해 재구성을 하다보니 정치, 역사, 사회문화, 경제, 예술...... 어느 분야 하나로 영향력을 한정지을 수 없고, 어느 분야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정리해 보니 이 방대한 전쟁사를 뚜렷한 방향성 없이 흥미 하나로 무조건 읽어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저자의 전쟁사 출판 의도를 다시금 되새겼다.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의 기획자 브뤼노 카반- 이 책을 독자들이 전쟁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거리를 두기 위해 기획한 것.전쟁사를 위한 거리 조절. 독자들에게, 넓은 범위에선 대중들에게 요구하는 전쟁사에 대한 이해.전쟁을 분석하는 태도에 대해 저자는 특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권위적 명령 체계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
너무 와 닿는다. 전쟁은 군인과 국가만의 싸움이 아니라 민간인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서 늘 윤리적인 문제들은 논쟁에서 제외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민간인의 피해양상 변화를 이 책에서는 무게 있게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효율적이어야 하고 절도 있어야 한다. 속전속결로 최소 비용으로 기동성 있게, 항복하기까지 무차별 공격, 그리고 무조건 승리. 마무리는 영구적 평화 조약으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야 한다. 군사적 승리가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쟁의 기류도 변화를 받아들였다. 현대 전쟁은 드론을 포함해 전략적인 최신 무기들로 피를 묻히지 않고 싸워 승리하는 전쟁 전술을 보이고 있다. 
무참한 살인이 허용되는 정당방위의 싸움, 기술전.
그리고 전쟁은 학살을 일으켜도 살인의 합리화를 주장한다. 여기서 피해를 입는 건 민간인들 특히 그 안에는 여성, 노약자, 어린이 등과 같은 자기 방어권이 전혀 먹혀들 수 없는 이들에게 더 극심해 진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 그리고 전쟁에 참가하는 사람들,...... 그들의 입장에서 일으키는 혁명 전쟁, 해방 전쟁, 식민 전쟁, 식량 전쟁, 등등 어떤 전쟁이든 전장에 노출되는 민간인들에 대하여 다른 양상의 경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각화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처음 접했던 자원병들과 소년병들 이야기는 더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리고 포로.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부분도 사실 전쟁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사실적 목도가 필요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르포처럼 읽혔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그들의 관점을 통해 새로운 문명의 어록을 수집하는 느낌이었다.
전쟁은 우리의 진보적이로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을 마비시키는 일이라 생각된다. 참전 군인들 조차도 전쟁 종식을 문명의로의 귀환이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2권에 이어 전쟁 경험에 대해 좀 더 다양한 근현대 전쟁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 같다.

#세상을바꾼전쟁의모든것 #브뤼노카반 #열린책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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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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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 중 하나다.
늦둥이 어린 딸을 잃고 상실의 고통 속에서 간질로 정신착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쇠약했던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신앙을 가장 잘 녹여낸 작품이다.석영중 교수가 평생토록 연구에 매진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전후로 석영중 교수의 책들을 교차로 읽다 보면 도스토옙스키가 관철시키고자 했던 그의 문학적 사상과 종교적 신앙, 궁극적으로 사랑을 이루는 모든 통로의 빛을 깨닫게 된다.
백치라는 작품은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애정했던 작품이기는 하나 일반 독자에게는 그의 문학 중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결의 고결한 이야기가 되었다. 백치에는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의 세 가지 이미지가 있다.

철도, 칼, 그림이 <세 가지의 이미지> 에서 소설의 구조와 러시아의 사회문화를 우리는 엿볼 수 있다.  
철도는 상인을 상징한다. 상인은 곧 돈으로 이어진다. 칼은 살인범이다.
이는 소설 속에서 시간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그림은 그리스도로 이어져 신앙으로 연결되고, 이들 이미지는 러시아의 정치 경제학, 철학, 그리고 윤리학으로 녹아 소설 속 인물들의 다양한 갈등과 사건들로 촘촘한 이야기를 극대성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신념이 빛을 발하게 해준다.
그리스도가 주요 구도로 중심 이미지를 잡아준다.
소설 속 세상은 신앙이 죽은 사랑이 없는 세계다.
이러한 세계에 간질병 환자인 미시킨 공작이 그리스도의 선한 사랑을 본받아 아름답고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숭고한 정신을 무한히 뿌리내리게 하고자 소설 속 문장마다 누비고 다닌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속한 세상 속에서 구원에 이르는 무한한 생명의 영속성을 끊임없이 소망하며 살아간다. 간구하는 소망이 욕망이 되고 욕심이 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운명처럼 죄악 속에 응징 당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인간 중심의 추상적인 관계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백치는 4부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백치의 4부 구성 중 1부에서는 인간 존재들의 개인적 고통을 이미지로 형상화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2부 속 〈철도〉는 러시아의 사회경제를 그려내며 물질 만능주의 사상을 담아낸 이미지다. 자본가들이 부를 창출하는 속도전의 대표적 상징, 철도는 그대로 자본주의 시대 신층 리치맨들의 모습으로 오마주 된다. 공간을 마음껏 가로지르는 속도를 타고 기술과 상업 발전은 이루는 만큼 이상으로 돈을 내리고 이는 새로운 종교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 파고든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 불사조의 것일 수는 없다.
칼이 갖는 이미지는 그래서 심판과 응징, 살인과 종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도스토옙스키는 백치를 통해 인간과 신의 화해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날들의 회한이란 결국 돌아올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흘러간 것들이지만 기억은 나로 하여금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언제든지 나에게 기회를 가져다 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끊임없이 인간의 갱생, 회개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보이는 것들에만 욕망을 쏟지말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망하며 인간의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도록 이끄는 작가가 도스토옙스키라고 생각한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매달려 보는 그의 소설 <백치>의 해설서와도 같은 책,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철도칼그림 #석영중 #열린책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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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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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는 사이클을 타야만 보이는 인생의 통찰이 있었다.
매년 7월, 프랑스에서는 투르 드 프랑스라는 사이클 스포츠가 열린다고 한다. 이 스포츠의 경기 방식은 이렇다. 무려 3주 동안 프랑스와 프랑스와 인접한 나라들의 들판과 산맥을 돌게 된다.
트랙 구간은 21개로 약 3,500킬로미터를 달린다.
맨 몸으로 뛰고 걷기에도 벅찬 3,500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오로지 사이클로만 자신과 한 몸이 되어 모든 극한의 경계를 이겨내고 무너뜨려야만 한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들과 행동은 갈등을 빚으면서 동적이고 정적인 인간의 모든 어지러운 반응들을 통제하고 일관되게 굳혀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집중의 강력한 선택을 사이클 탄 철학자들이 몸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스토리의 한 방이다.

스포츠와 철학의 컬라보레이션은 세계 각국의 투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우리가 가진 두려움, 의심, 혼돈, 차별과 습관, 편견 등등 이 모든 자연스러우나 불편한 때로는 어려우나 진리인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데 완주를 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기욤 마르탱은 진짜 철학가이면서 사이클 선수다. 어찌보면 비주류 종목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사이클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통찰하게 만든 소재가 너무 신선했다.
이토록 사이클이 사유의 장르였다니!!
게다가 단순한 운동의 매커니즘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비과학의 절묘한 조화가 만나 그것을 퍼포먼스처럼 소화하는 철학자들의 페달링은 3주간의 롱런으로 인생 최고의 굴렁쇠를 굴리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다양한 철학적 사유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가를 잘 보여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아인슈타인, 사르트르, 파스칼, 아우렐리우스, 마르크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이들의 향연이 얼마나 다이내믹할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며,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존재.

곧 아시안 올림픽이 열린다.
사이클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다.
*책좋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읽은 책입니다.

#사이클을탄소크라테스 #기욤마르탱 #나무옆의자 #책좋사 #책좋사서평이벤트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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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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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는 대니얼 디포의 작품이다.로빈슨 크루소를 너무 예전에 읽었고, 게다가 그 후로는 문고 버전으로 아이들 읽혀주었던 주요 작품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래서 디포의 작품이란 <전염병 일지>의 책 소개를 보고 주저없이 신청했다.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처참한 광경이었을 터이다. 인간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들이 매일매일 안팎에서 벌어지고 그 참상을 직접 목도하고 좌절하고, 울부짖고, 분노하고, 그리고 다시 죽음과 싸우는 공포의 혈전으로......
고전 중 고전이라 꼽히는 걸작 <전염병 일지>는 페스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소설이기는 하나 상상하지 말고 속지 마시라.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몇부작으로 나누어 스페셜 방영하는 르포 분위기의 장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더 리얼한 장면들이 읽고 난 후에 잔상으로 계속 떠오른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시대적 고통과 암울함이 이토록 오랫동안 마음을 우울하게 사로잡는 소설은 드물게 오랜만이었다. 재난은 언제고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재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죽고 사는 태생적 문제가 건드려 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염병 일지>는 17세기 영국의 페스트 대유행을 기록해 놓은 글이다.1720년 프랑스 마르세유, 페스트로 6만에 가까운 기록적인 숫자의 인구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전에 이미 영국은 1665년 전례없던 10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페스트로 인해 죽었고, 다시 도는 전염병의 공포가 그들을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매뉴얼도 없고, 가짜와 미신이 요동치던 시대, 의학도 과학도 무의미하던 시대, 신의 이름으로라 하는 이단 종교가 넘쳐 나고, 종교의 종말론이 사회를 더욱 병들게 만들었다.
사기와 협박, 온갖 범죄가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던 시대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다들 멀리 도망가거나 피난길에 오르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아수라장에 시체가 넘쳐나는 망자의 거리에서 디포는 <전염병 일지>의 구상을 계획했을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었다.무척이나 길었고, 두려웠다. 이제는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들에 어떻게 살 것인가...
무척이나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 긴 기간 동안 갇혀 지내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었다. 재난의 시대에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준다면 그나마 덜 불안하고 덜 무섭겠다.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디포는 사회 분위기 전반에 걸쳐 행동 지침으로 여겨질 만한 세부 사항들을 자세히 써내려 갔다. 여기서 인본주의 서사라는 독특한 구조의 창작기법을 배웠다.
건조한 기록 문체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의 이해라는 측면을 강조해 분석 기술하는 방식이다. 물론 디포는 소설 중 '나'라는 중개무역상을 주인공으로 세워 그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문답하는 형식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덤덤한 주인공의 일기를 보듯 하니 더 리얼하게 들리고 책을 덮고 난 후에는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고 모든 죽어가는 이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었나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재난도 창궐할 것이다. 그들의 우연한 연관으로 인해 더 큰 재난이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지난 일을 상기하고 복기한다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살아있는 자들의 소망일 것이다.


#전염병일지 #대니얼디포 #열린책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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