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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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는 대니얼 디포의 작품이다.로빈슨 크루소를 너무 예전에 읽었고, 게다가 그 후로는 문고 버전으로 아이들 읽혀주었던 주요 작품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래서 디포의 작품이란 <전염병 일지>의 책 소개를 보고 주저없이 신청했다.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처참한 광경이었을 터이다. 인간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들이 매일매일 안팎에서 벌어지고 그 참상을 직접 목도하고 좌절하고, 울부짖고, 분노하고, 그리고 다시 죽음과 싸우는 공포의 혈전으로......
고전 중 고전이라 꼽히는 걸작 <전염병 일지>는 페스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소설이기는 하나 상상하지 말고 속지 마시라.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몇부작으로 나누어 스페셜 방영하는 르포 분위기의 장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더 리얼한 장면들이 읽고 난 후에 잔상으로 계속 떠오른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시대적 고통과 암울함이 이토록 오랫동안 마음을 우울하게 사로잡는 소설은 드물게 오랜만이었다. 재난은 언제고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재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죽고 사는 태생적 문제가 건드려 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염병 일지>는 17세기 영국의 페스트 대유행을 기록해 놓은 글이다.1720년 프랑스 마르세유, 페스트로 6만에 가까운 기록적인 숫자의 인구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전에 이미 영국은 1665년 전례없던 10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페스트로 인해 죽었고, 다시 도는 전염병의 공포가 그들을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매뉴얼도 없고, 가짜와 미신이 요동치던 시대, 의학도 과학도 무의미하던 시대, 신의 이름으로라 하는 이단 종교가 넘쳐 나고, 종교의 종말론이 사회를 더욱 병들게 만들었다.
사기와 협박, 온갖 범죄가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던 시대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다들 멀리 도망가거나 피난길에 오르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아수라장에 시체가 넘쳐나는 망자의 거리에서 디포는 <전염병 일지>의 구상을 계획했을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었다.무척이나 길었고, 두려웠다. 이제는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들에 어떻게 살 것인가...
무척이나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 긴 기간 동안 갇혀 지내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었다. 재난의 시대에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준다면 그나마 덜 불안하고 덜 무섭겠다.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디포는 사회 분위기 전반에 걸쳐 행동 지침으로 여겨질 만한 세부 사항들을 자세히 써내려 갔다. 여기서 인본주의 서사라는 독특한 구조의 창작기법을 배웠다.
건조한 기록 문체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의 이해라는 측면을 강조해 분석 기술하는 방식이다. 물론 디포는 소설 중 '나'라는 중개무역상을 주인공으로 세워 그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문답하는 형식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덤덤한 주인공의 일기를 보듯 하니 더 리얼하게 들리고 책을 덮고 난 후에는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고 모든 죽어가는 이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었나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재난도 창궐할 것이다. 그들의 우연한 연관으로 인해 더 큰 재난이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지난 일을 상기하고 복기한다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살아있는 자들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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