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박일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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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박일문 님의 포토 산문 집을 손에 들었다.

먼 타국 땅에서 남녘 땅 깊은 산골짜기까지 이 책 한 권 안에 인생이 들어있다.

잠 못 드는 밤 서성이는 곳은 달라도 별들은 거기 그 자리에 있다.

별들이 내려온 곳에는 들꽃이 피고, 사람이 들고, 바람이 휘감아 하늘내들꽃마을의 봄밤을 부른다.

박일문 님의 시와 사진, 그리고 에세이를 처음 접해 만났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특히, <참게> <달이의 머릿속>, <그리운 사람>, <바람>은 자꾸자꾸 보고 싶어진다.

<백야몽>

별들이 스러져 꽃이 피는지, 꽃잎들이 스러져 별이 되는지…….

별도 꽃도 총총 피어나는 하늘내들꽃마을의 봄밤!

어찌 잠을 이룰 수 있으랴.

- 너무 아련한 시말이다. 이 시와 함께 올려진 사진도 정말 맘에 든다. 별들을 노래한지 얼마나 오랜만이던가정말 하늘보고 별보고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아도 별은 항상 그곳에 있>는데내가 변한 게 맞는 거겠지……

 

<아무도 모르는 하늘내의 진실>

드디어 텅 비었다.

가로등 스위치를 껐다.

그러자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내들꽃마을에 다시 하늘내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늘에도 땅에도…….

 

- 아무에게 보이지 않는 진실. 기다리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보이지 않아야 마침내 보이는 길. 그 길은 내어 주는 자에게만 흘러가 쏟아내는 사랑인가보다. 너무 맘에 드는 시다. 꼭 내 마음을 알아 주는 시……

 

<살아 있는>

우중 산책이라!

또 다른 맛이 있다. 숲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고, 숲 가운데 나는 모처럼

여유 있는 호모사피엔스가 되어 온몸의 감각 기관을 총 동원하여

비와 바람이 실린 날것들을 마주한다……

 

거기엔 잡것이라고는 없다. 생명으로 가득하다. 나도 그 일부분인가? 아니면 한갓 이물질인가?

한참을 생각하다 시큼한 산딸기 한 주먹을 먹고서야 깨닫는다.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산책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도라지꽃이 유난히 청초하다.

 

- 우울한 날 오히려 비가 반가울 때가 있지 않은가……약간 쌀쌀한 바람, 닭살 돋는 피부, 쭈삣쭈삣 서는 털들…… 내 몸은 잡것일지 몰라도 들이쉬는 이 숨은 본능적인 것을 어쩌란 말인가. 허기져서 먹고 보니 배부르고 내쉬어보니 가슴 후련하다.

 

 

<익숙한 얼굴>

숲에 들었다.

폐가 벌렁거리고 들숨 날숨이 길어진다.

혀를 길게 빼고 숨을 내쉬어 봤다가, 가슴을 쫘악 펴고 숨을 들이켜 본다.

그제야 숲속에 사는 친구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으름나무야 잘 있었니?

네 몸엔 한 무더기의 나비 떼가 앉았구나!

매발톱아!

쑥대밭에서 용케도 꼿꼿이 잘 자랐구나.

……

- 나도 꼭 이 시처럼 인사해 보고 싶다. 모든 것을 이겨낸 이름들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꼭 알맞은 의식을 치워주면서 말이다.

 

<자식놈>

……

온몬이 만신창이다.

옆구리 한쪽은 움푹 패였고,

허벅지와 배 사이에 굵은 볼펜 두께의 구멍이 두 개나 뻥 뚫려 있는 게 아닌가?

한눈에 봐도 이건 멧돼지 녀석의 소행이다. 산에 갔다가 한판 붙은 모양이다.

싸우다 미처 몸을 피하기 전에 성난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린 것이다.

이런……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

산아!

나랑 더 오래 같이 살자꾸나!

 

- 반려견인 산이, 강이, 달이의 이야기가 얼마나 정겹고 따뜻한지 모른다. 읽는 내내 우리 강아지도 생각나고, 나를 두고 먼저 별이 된 반려견들, 우리 동네 떠돌이 강아지들, 정말 많이 생각났다.

 

<그리운 사람>에 나오는 몸이 불편한 후배 아저씨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서글펐다. 천성이 아픔인지라 세상 나서기 두려워 어두움으로 살아왔을 그의 말주변에 마음이 저며왔다. 뭐든지 말 할 수 있을 때 다 털어버리기로 작정한 듯, 주섬주섬 흔적을 남겨 두는 후배 아저씨. 멀리서 별이 되어 내려온 그를 야생꽃 바라보듯 어쩜 그리도 아픔을 덤덤하게 투박한 듯 건네는 건지.  감정 사이에 문장 사이에 불편함이 전혀 없는 조용한 경청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박일문님의 글의 힘이 너무 좋았다.

 

<참게>도 마찬가지였다. 쉬지 않고 참게의 동선을 따라 똥통에서 섬진강으로 무엇이든 순환이 되지 않으면 막히는 법이어서 순리대로 이치대로 살아야 함을 잠시 묵상했다.

 

 

 

 

<담장 너머의 기억>

녹슨 양철 지붕 위,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오래된 골목길, 새로 해 넣은 새뜩한 파란 대문 집 돌담 너머,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 한때 둥근 등을 가진 할머니가 뻔질나게 들락거렸을, 이제는 펋고 누런 배암들의 안식처일 오래전 문 굳게 잠긴 빈집, 주인 잃은 정짓간 옆 돌확……

가장 이른 봄에 피어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산수유꽃, 그 꽃에서는 참 골고루 가난했던, 그래서 더 좋았던 아득한 유년 시절 동무들의 채취, 두엄 같은 구수한 고향의 냄새가 난다.

그 봄날, 돌담 너머로 멀리 하얀 종아리만 보여도 아지랑이처럼 현기증이 피어올랐던 옆집 옥이 누나는, 지금은 어디에서 눈물 같은 산수유꽃 그리워하고 있을까.

 

- 어릴 적 외갓집도 딱 이런 집이었다. 지금은 재개발로 다 사라진 별이 되었지만, 돌담에 핀 민들레도 잡초들도 그땐 소중한지 모르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지금은…… 지금은….. 너무너무 그립다.

 

 

 

 <양 한 마리 요리까지>

……

아주 잠깐 동안의 기도가 끝나고 이윽고 양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작은 구멍이 내지고 그 구멍으로 곧장 손을 넣어 심장의 기능을 일순간에 정지시켰다. 정말 양은 순식간에 삶과 죽음이 나뉘었다. 겉으로 보기엔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양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그렇게 선택된 양은 자신의 가죽 위에서 고기는 고기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순식간에 순식간에 해체되었으나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건한 의식 같아서 전혀 징그럽거나 혐오스럽지가 않았다.

내장 손질은 여자들의 몫인 듯 실을 감듯 척척 손발이 맞는다.

 

가죽은 가죽대로 따뜻한 겨울을 대비해 잘 손질되고 피 한 방울도 허투로 버려지는 일이 없었다.

 

처음 양을 그냥 땅바닥에서 잡아도 되나 싶었으나 이 역시 기우였다. 잘 벗겨진 자신의 가죽이야말로 가장 위생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

 

- 유목민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자연을 경외하는 그들의 정신적 숭고함을 보면서 내가 함부로 진리와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궤변이나 않으면 다행일까……우리는 그 땅이 척박하다 할지라도 우주의 별들이 거기에도 내리고 들꽃처럼 아름다운 의식이 끝나면 축복의 기름진 음식이 있다.

<바람>

……

넌 어떤 바람이니?

어디서 태어났어?

난 엊그제 벚꽃 잎 피었다 지며

팔랑일 때 태어났어

그래서 내 몸에서는

찰랑거리며 거리에 쏟아져 내린

사람들이 가져온

쉰 김밥 냄새가 나

 

……

안녕

또 만나자

우리가 무슨 바람으로 불리우든

그때도 우린

좋은 친구일 거야

 

- 이 시는 너무 아름답다. 이 책을 통틀어서 별과 들꽃과 바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모두에 대한 안부, 만남과 이별, 다시 만나길 소망하는 의미를 담아 나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각자

떠날 준비를 하자고

그러니 오늘 우리는

모두

봄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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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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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해!”

사자의 시간이 다가왔다. 잠보와 말라이카의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와니니의 사자들이 와니니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와니니는 큰 소리로 포효했다.

          크하하항! 크하하항! 크하하하하항!

          그것은 왕의 목소리였다. 위대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커다란 포효소리가

 

          온 초원을 뒤흔들었다.

 

 

 

…… 푸른 사자 와니니 1권 마지막 엔딩 ……

 

그렇게 푸른 사자 와니니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훌쩍 아프리카 초원의 흙먼지 길을 달려가더니 어엿한 암사자꾼이 되어 다시 돌아왔어요. 게다가 이번엔 당당하게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가지고 왔습니다. <검은 땅의 주인>. 정말 푸른 사자가 된 것 같아요.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어집니다.

 

 

나는 거대 사막과 척박한 땅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그들을 통해 자연을 존경하며 삶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경외심을 배워 익혀야 함을 뼛속 깊이 새깁니다. 부랴부랴 푸른 사자 와니니 첫 권을 재독하고 그 기분으로 2권 검은 땅의 주인으로 이어나갔어요.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돌아온 2권의 목차부터 훑어보며 책을 읽기 전에 상상을 시작합니다. 새로 친구들을 만나 와니니 무리가 결성되고 새 땅을 찾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마음은 벌써 초원으로 달려가더라고요. 내가 궁금했던 아산테아산테의 몸은 초원으로 숭고히 돌아갔지만 영혼만큼은 와니니의 그림자처럼 곁을 떠나지 않고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와니니를 지킵니다.

 

 

 

 

탄자니아의 국립공원 캠프장, 인간과 어린 암사자 마이샤의 충돌부터 그려지는데 도입부가 독자를 훅 인간 세라와 와니니의 눈 속으로 끌고 갑니다. 정말 긴장감이 철철 흐릅니다. 어린 암사자 마이샤는 무리의 엄마들을 잃은 외톨이, 와니니와 말라이카 그리고 잠보와 함께 와니니 무리를 이루며 초원에서 떠도는 삶을 계속 하고 있어요. 사냥하는 방법, 친구를 만드는 방법, 다양한 무리들에 섞여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새 영토가 필요하지만 아직 싸워 뺏을 처지가 아닌 만큼 주인 없는 땅을 찾아 나서고 동물들의 지혜를 빌려 도착한 땅은 불로 폐허가 되어버리지요. 나중에 이 불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데 인간의 부끄러운 밀렵 행태가 벌인 인재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밀려드는 나의 죄책감은……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간의 과욕과 이기심은 결국 모두의 삶을 근본부터 파괴시키고 있음을 눈으로 보았어요. 사랑하는 마음은 물론이고 제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검은 땅의 주인에서도 다양한 동식물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위해 공존하는지 세밀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특히 코끼리의 지혜와 개코 원숭이의 찧고 까부는 말놀이, 타조의 사랑짝짓기 놀이는 신비함 자체였어요. 동물들의 일상을 와니니 무리의 여정 속에 잘 녹여 놓아서 인문학을 동시에 접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상상하며 읽었답니다.

전편을 읽고 아산테 다음으로 궁금했던 무투와 아들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무투는 체체파리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상처가 오염되어 다리를 저는 신세가 되었어요. 결국 두 아들은 권력 싸움에서 무투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암사자들이 무투와 두 아들 모두 무리에서 내쫓았어요. 바라바라 역시 다 자란 수사자의 운명으로 무리로부터 덩달아 내쳐졌지요. 곧 어른이 될거라서……무투는  절름발이 신세로 바라바라와 남들이 사냥한 먹이나 훔쳐먹는 떠돌이 생활을 하지요. 검은 땅을 떠나 다시 떠도는 중 로마야니, 나마야니,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슈자를 만나 잠깐 동안 머물면서 땅을 지배하는 자들의 교활한 계획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자연의 순리이고 리더인 왕의 이해되는 고민인 거예요. 그래서 더 나 자신을 혹독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와니니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암사자 입니다. 말라이카와 두터운 우정을 나누며 서로 더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빠 무투에게만 의지하고 붙어 다니던 바라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용기 내어 와니니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기가 찾아왔고, 축복된 날들 동안 배불리 먹고 열심히 사냥을 하며 포효하고 또 포효하며 성장합니다. 와니니는 결국 자신의 숙명처럼 땅을 차지할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감지하지요. 다시 돌아온 검은 땅은 우기 덕분에 잿더미는 말끔히 씻겨져 나가고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너희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

   아빠를 떠나도 되는 거구나.

   아니, 그래야 하는 거구나...

   엄마들이 나를 떠나 보낸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됐어.

 

 

 

 

 

 

와니니는 왕이 되려면 스스로 원하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진정한 싸움의 의미를 알아가는 당당한 푸른 사자가 되었어요. 무투와 운명적인 한판 싸움을 앞두고 스스로 원하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고 스스로의 왕, 초원의 왕이 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와니니 무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무투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오늘이 사냥꾼으로서의 마지막 날인지도 몰랐다.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결국 초원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와니니는 아산테 아저씨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하는 싸움을 했으니

나는 스스로의 왕이다.

초원의 왕이다.

 

검은 땅의 주인, 푸른 사자 와니니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인간임을 한없이 부끄럽게도 만들고, 내가 사는 삶이 사자의 그것처럼 당당하구나 하고 나설 수 있게 해주었고, 참고 견디는 고통의 댓가는 반드시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에는 사랑과 포용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검은 땅의 주인,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땅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벌써 와니니의 용맹스런 암사자가 된 모습이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성군으로 초원에 군림하는 와니니의 전성기...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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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밝은미래 그림책 39
이성실 지음, 오정림 그림 / 밝은미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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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신기한 일이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니?

그런데 그것도 두 번째란다.

그럼 첫 번째는 얼마나 더 신기한 일이라는 것 일까?

 

 

 #세상에서두번째로신기한일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앞뒤표지와 제목만으로 그냥 홀려버린 그림책입니다.

게다가 #밝은미래 출판, #이성실 작가님과 #오정림 그림 작가님의

공동작업이라는 소개는 그림책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주었습니다.

이성실 작가님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자연 속에 소곤소곤 살아가는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잠시 표지를 감상해 볼래요.

이 아이의 이름은 지후예요. 노란 우의와 장화, 파란 반바지와 우산.

너무 설레고 산뜻한 시작을 알리는 자명종 시계 같아요.

게다가 뒤돌아서 고개만 돌리고.

곁눈질한 눈길에서 어쩜 이리 톡톡 튀는 리듬감이 느껴질 까요.

아이를 둘러 싼 아기동물들이 모두 사랑스럽군요.

아기곰, 두꺼비, 고슴도치, 박쥐, 벌, 늑대, 분홍핑크 메꽃, 무당벌레.

누가 누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짐작을 해 볼 수 있네요.

이제 그 신기한 일의 정체만 알면 되겠습니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 한 생명의 소중함

지후의 평범한 하루 일상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신기한 일은 지후의 소소한 생활과 함께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런 날들 중에서 아주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왜냐면 바로 지후가 태어난 날이니까요.

 

 

“지후야,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기한 일이 뭔지 아니?”

하지만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기 곰은 엄마가 겨울잠 잘 때 태어나.

#아기곰과 #겨울잠

 

“엄마 곰은 겨울잠 자러 들어가기 전에 꼭 응가를 해.

겨울잠 자는 동안 새끼를 낳고 젖도 주거든.

새끼 곰은 젖을 빠는 내내 옹알거리듯이 소리를 내서

젖이 많이 나오게 해. 신기하지?

하지만 이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이야.”

 

 

와…겨울잠을 자는 곰 가족에게 이런 신기한 일이 숨어 있었다니.

이런 생명에 대한 비밀을 우리가 알게 되었네요.

정말 신기했어요. 옹알이…

지후가 곰돌이 인형을 꼭 껴안고 헤 벌쭉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과

너무 어울리는 포근함이에요.

 

 

아빠가 토해 낸 고기를 먹는대.

#늑대와 #토해낸고기

 

“엄마 늑대는 새끼를 낳기 전에 자기 배의 털을 물어뜯어.

새끼들이 태어나면 누일 포근한 침대를 만드는 거야.

아빠 늑대는 고기를 먹은 뒤에 토해 내서 먹인대.

반쯤 소화가 된 고기를 먹이는 거야.

어때, 신기하지?”

 

지후가 아침 밥을 열심히 떠먹으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네요^^

늑대가 자기 털을 물어뜯는 일을 새끼 탄생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하고 있네요.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새끼 뱀장어는 태어나자마자 바다 여행을 해.

#뱀장어와 고향바다

 

“뱀장어는 먼 바다가 고향이야.

강에서 살던 엄마 뱀장어가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서 알을 낳거든.

엄마 뱀장어는 알을 천만 개나 낳아.”

 

지후는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갈 채비를 합니다.

"새끼 뱀장어의 눈에는 먼 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보일걸요.”

 

풀숲에서 지후는 두꺼비를 만나고 꿀벌들을 만납니다.

지후와 만나는 동물들은 환한 빛을 밝히고 아이가 충분히 호기심을 채울 수 있도록 바깥활동을 열심히 도와주는 듯 해요. 두꺼비는 물웅덩이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 덩어리를 낳고 위험을 무릅쓰고 두 달쯤 새끼들을 기다렸다가 다시 숲으로 돌아간대요. 너무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마음을 맑고 사랑스럽게 씻겨 주는 것 같아요.

 

다 자랄 때까지 업고 다녀.

#늑대거미와 #알주머니

 

“늑대거미는 알주머니를 꽁무니에 붙이고 다녀.

비가 오면 알주머니가 젖지 않게 비를 피하고

따뜻한 곳과 그늘을 오가며 알들을 보살피지.

알에서 깬 새끼 거미들은 등에 업고 다녀.

몸에 털이 나 있어서 새끼들이 미끄러지지 않고 잘 지내지.

새끼들은 스스로 사냥할 때까지 엄마 등 위에서 살다가 떠나.

신기하지? 하지만 이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이야.”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지후는 늑대거미의 새끼처럼 엄마 등에 업혀서 잠이 들었어요. 이렇게 엄마 등에 업혀서 다닐 수 있을 때가 언제까지일까요.

아, 가슴이 찡해요. 자식을 낳고 기르고 떠나 보내야 하는 일들이 자연의 순리대로 내게도 찾아올 것인데 나는 어미로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명의 #탄생과 #성장은 몇만 곱절의 #희생과 #사랑을 업고 얻을 수 있는 신비한 일인데, 소개하는 모든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는 부모로서 얼마나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새삼 그 존엄한 만물조화의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돌고래는 배꼽이 있어.

#엄마돌고래 #새끼돌고래

 

“엄마 #돌고래는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물 밖으로 밀어 올려.

푸우 하고 첫 숨을 쉬어야 살 수 있거든.

숨을 쉬고 나면 젖을 찾아 먹어.

새끼 돌고래는 헤엄을 칠 때도 어미 등에 업혀 다니거나

손잡고 다니듯이 엄마 돌고래의 가슴지느러미를 잡고 다닌대.

돌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원래 앞발이 변한 거거든.

어때, 정말 신기하지?

하지만 이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이야.”

 

그럼 세상에서 진짜 진짜 신기한 일은 바로, 바로!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일이야!”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

소중하고 고마운 일,

그건 네가 태어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야!”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은 이렇게 책을 닫아요.

덧!! _ 동물들도 우리처럼 엄마, 아빠가 있고,

가족이 있고,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

동물들의 삶은 도처가 위험이고 위기이지만,

험한 세상이라고 해서 다 불행한 건 아니지요.

방에 들어온 거미 한 마리, 집게벌레 한 마리도

목숨을 귀하게 여겨 주라는 작가님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이 있네요.

 


작가 소개

글 이성실

우리 곁의 생명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시작이었어요. 놀랍고 흥미로운 자연을 통 해 생기와 희망으로 가득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옛이야기 모임 ‘팥죽할머니’에서 공부 하며 옛이야기도 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연 그림책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기한 일》 《거미 가 줄을 타고》 《참나무는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곡식》 《내가 좋아하는 식물원》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개미가 날아올랐어》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와 옛이야기 그림책 《요술 맷 돌》 《황소를 무로 바꾼 욕심쟁이》 《연이와 반반 버들잎》 《여우 누이》 등을 썼어요. 지렁이가 징그럽고 거미가 무섭다면서도 아이가 좋아한다며 열심히 자연 책을 읽어 주는 어머니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그림 오정림

섬세하면서 따뜻하고 정겨운 색감을 좋아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이 책은 조카들의 귀여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내내 즐겁게 작업했어요.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그 즐거움이 마음 가득 퍼지기를 소망합니다. 그 동안 그린 책으로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신 기한 일》 《금이 잉카 제국을 멸망시켰다고?》 《불이 번쩍! 전깃불 들어오던 날》 《우산 도서관》 《나리야, 미안해》 《숲 속의 비밀》 《몰래 버린 실내화 한 짝》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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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루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66
연수 지음 / 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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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루


2019 황금도깨비상 수상

연수 작가님의 첫 그림책

 

이 책은 사실적이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작가소개 밑에 쓰여있는 소개말이에요.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다......

대박 궁금증 유발의 이 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다시 앞 표지로 가서 횟집 앞에 섭니다.

책 제목은 [#이상한 하루]… ’자 위에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비상하듯 날아가는 비행기.


 

횟집 가게 이름이 <세상에 이런 횟집!>이랍니다.

도대체 어떤 횟집이길래요~

계절은 봄인가 보오메뉴 판에 봄철 해산물을 강추 해주시고,

Kg당 매겨진 시세가 일까요?

누가 메뉴판 주인공들인가 봤더니, 군침 당기는 싱싱한 녀석들,

도다리, 우럭, 복어, 쭈꾸미, 가리비, , 장어, 참다랑어가 수족관

안에 유유히 담겨 있네요.

 

속지는 봄내가 물씬 나는 색과 함께 해산물들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어요.

달리 보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장을 더 넘기니..~~ ~~~              

해산물들에 뭔가…… "세상에 이런"!!! 눈 휘둥그래 떠질 일들이……보이시나요? 


#이상한하루

 

#수족관탈출 #해산물 #임시휴업

물고기들이 수족관을 탈출했습니다.”

 

#놀이터 #소꿉장난 #오늘의반찬 #도다리

 

오늘의 반찬은 파란 콩밥에

 개나리꽃 탕, 동그랑땡 그리고 후식은

딸기 초콜릿 케이크예요.

엄마, 다른 반찬은 없나요?”

 

#풀숲 #장어 #작은곤충 #

 

쓰윽
풀숲에서는 무시무시한 뱀이 등장했다는 소문에
작은 곤충과 동물들 모두 꼭꼭 숨었습니다.”

 

주인집 사장님은 개인 사정으로 임시 휴업을 선언하고,

봄철 해산물 친구들이 수족관을 탈출해 버리는

[세상에 이런 횟집]의 이상한 하루가 벌어집니다.

도다리는 봄을 만끽하러 낄낄, 깔깔 아이들의 봄천지

놀이터에 숨어들었어요. 맛있는 소꿉놀이가 한창인 모래밭에서

보이나요?

변장술이 기가 막힌 눈속임~

도다리의 꿈이 맞겠지요? 가만히 짐작해 봅니다.


에구, 무셔라무서버라

스스슥 쓰윽,

능구렁이 마냥 풀숲 사이사이를 누비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무서움과 긴장감 속에

착각을 일으킵니다.


…? 뱀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은장어?


숨바꼭질 하는 친구들처럼

자기가 가야할 길을 아는 친구들처럼

그렇게 …… 어딘가 향해 가는 가는……

 

#집게발 #모종삽 #화단


찻찻찻!”

엄청난 집게를 가진 녀석이다!

덤벼라, 돌격!”

 

#가리비 #하늘 신기한날개 #나비 #춤을추듯훨      

 

안녕? 너희는 날개가 참 튼튼하구나.”


수족관을 탈출한 집게녀석들과 가리비는 모험을 하는 중이군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꽃밭 화단에서 모종삽들과 마주치고

가리비는 나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며 춤 추듯 날고 있어요.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장면이에요.

이상한 하루, 상상 속에서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꿈과 희망

언제 잡혀 먹을지 모를 위험한 수족관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은

생명의 염원인 것 같아요.

나비처럼 날아가는 가리비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에 빠졌답니다.

날개는 누구보다도 튼튼한데……날 수 없는..

 

#복어 #복지리 #봄바람 #벚나무   

 

휘이.

따스한 봄바람이 불자 벚나무는

하얀 꽃잎을 살포시 벗어 놓았습니다.”


제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봄 바람에 벚꽃은 흩날리고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바람이 들면

간질한 가슴 안고 바깥으로 배회하고만 싶은 일탈의 마음….

일상탈출

복어는 보도블록의 맨홀 뚜껑에 앉아서 봄의 생명력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복어를 어찌 횟집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누가 주인이더라도 손해를 볼지언정 임시휴업 할 만하지요?

 

#뻐꾸기 #쭈꾸미 #뱁새둥지

, 다른 뻐꾸기가 먼저 선수를 쳤군.’

#우럭 #돌담 #고양이

겹겹이 쌓인 돌담 벽 사이사이로 봄이 스며들었다는 걸

고양이는 이미 눈치챈 것 같습니다.”


방해꾼 뻐꾸기를 살피는 쭈꾸미의 눈,

들꽃에 재간부리는 고양이를 경계하는 우럭들의 눈.

고요하고 나른하지만 긴장감을 느끼게 해요.

들키면 안 되는데요……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여러분은 숨은 그림을 찾았나요?

 

#파란하늘 #창공을가르는비행기 #참다랑어


푸른 하늘 높이 날아가는 커다란 비행기 뒤를

누군가 빼꼼히 바라봅니다.”


사실 이 장면부터도 무자막 처리해도 훌륭합니다.

이 책의 뒷부분은 글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거든요.

너무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습니다. 오롯이 읽는 독자에게 이야기의

엔딩을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었어요. 그림과 나만 남겨진.

나도 물고기들과 함께 일탈을 하고,

흰동가리 틈바구니에서 날기 위한 용기를 얻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참다랑어의 눈은 슬프면서 강한 의지의 힘으로 다가왔어요.

꼭 그렇게 해야 해! 할 수 있어!

혼자 마음 속으로 불끈 응원하게 되는 자유의지의 장면이었어요.

바다인 듯 하늘인 듯 땅 위인 듯 그렇게 모험을 하며 올려다본 마지막 종착지.


쏴 아 아 아 쏴 아

하얀 구름을 파도 삼아 바다로 헤엄쳐 갑니다.”

 

 


어항 속.

어쩌지요?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마음이 초조한 흰동가리들의 눈망울이 보입니다.

눈들은 이미 저 바깥세상을 들여놨어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갈망.

이상한 하루의 날이 저물 무렵, 붉게 물들어가요.

노을 속인지 꽃밭 속인지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에서

토끼에게 자랑 삼아 꽃놀이 하고 있네요.

 


연수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 얼마나 큰 산고 끝에 탄생했을지

느껴지는 그림책이었어요.

우리가 무심히 지나가는 자연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지.

또한 존엄한 생명력을 무한히 감탄하며 아름다운 조화, 봄의 꿈처럼.

죽음을 기다리는 수용소 같은 무덤, 수족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그 너머로 꿈을 꾸는 한편의 독립영화를 본

느낌이었어요.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책을 통해

이상한 하루를 여행하며 깊은 여운을 가져갑니다.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 속을 둘러보다 그 풍경에 푸른 상상을 곁들여

[이상한 하루]를 만들었다지요.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물고기들의 파란 하늘을 향한 비상이

이룰 수 없는 꿈을 펼쳐 내는 것 같아, 저를 투영해 보며 슬픈 현실을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가소개

글그림 : 연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책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가

이 그림책을 시작으로 그림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 들여다보면 평범하지만 자세히 보면

색다른 그림책을 쓰고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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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잡으러 가는 아이 알맹이 그림책 46
김기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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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잡으러 가는 아이

                      46알맹이그림책

 

너무 다르지만 정말 소중해!

마주 잡은 손의 의미를 전하는 그림책

  

[마음을 잡으러 가는 아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준답니다.

   

 

내 친구 마음이는요,

같이 가기로 해놓고 혼자 가버리고

조금 빨리 가자고 하면 버럭 화를 내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는 여행 내내 싸우고 헤어졌어요.

 

하지만 왜일까요?

혼자서도 즐겁기만 할 줄 알았던 여행이

즐겁기는커녕 자꾸만 마음이가 생각나는걸요.

마음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니까요.

 

마음이는 책 표지부터 너무 따뜻합니다.

파스텔의 부드러운 밝은 색감이 정말 마음이의 빛깔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아 나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요.

 

마음이와 나의 표정을 번갈아 살펴보면 참 재미납니다.

나는 항상 의젓하고 차분하며 가만히 사색을 즐기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는 나와 반대로

항상 개구지고 산만하며 얼굴에 좋고 싫음이 분명한 표정을 드러내고 다닙니다.

나는 아직 대답도 안하고 계속 생각 중인데

마음이는 벌써 내가 허락하거나 동의하지도 않은 일들을 행동에 옮기고 순식간에 저질러 버리고 맙니다.

난 아직 그럴 마음이 아닌데...나를 퍽이나 당황스럽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이가 밉거나 싫지 않아요.

오히려 걱정되고 미안하고 자꾸 챙겨주게 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한쪽만 맞추면서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데 말이에요.

 

이번에도 마음이를 잡으러 갔던 일이 생생해요.

나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실래요?

 

   

 

    

마음이와 나는 상상만 해도 벌써 행복이 가득한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고래도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이   바보. 별바다 사막에는 고래가 없다고!”

나         빨리 별바다 사막에 가고 싶어.

                     폭신폭신 모래에 누워,

                     반짝반짝 별바다 사막을 바라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음이   아이스크림도 먹자!”

         좋아, 더우니까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 거야!”

마음이   하루 종일? 맛있겠다.......”

 

 

    

 

그런데, 설레하던 마음이가....

. ! 먼저 가버리면 어떡해!”

 

 

    

 

 

원망스런 기분이 가득 차버렸어요....

가기 싫은 학교와 듣기 싫은 잔소리 부모님한테

나를 그냥 내버려 두고

자기 혼자 먼저 가다니...!!

 

 

   

 

 

마음이는 진짜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혼자 먹고 있는 겁니다.

진짜 혼자서......

 

실 컷 화 를 내 !!!!

 

나는 마음이의 손을 꼭 붙잡고 진짜 여행을 시작하려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는 내가 세운 계획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꾸 길동무들이랑 좀 더 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제멋대로인 마음이의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난걸까요?

오히려 마음이는 나에게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구요!

후회할 텐데, 마음이가 도대체 왜 그럴까요?

 

 

  

 

나는 오래도록 이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만큼 절대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 낙타를 찾아가 나를 별바다 사막에 데려다 주기를 부탁해야겠다.

나는 마음이 없는걸까요? 생각만 있는걸까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고 마음이가 걱정되고 보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꽉 들어있어요......

 

 

    

 

       낙타야. 마음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니?

   너는 사막을 잘 알고 있잖아

낙타    나는 사막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마음이는 네가 잘 알고 있지 않니?

                   곰곰이 생각해보렴.

           나도 사막의 길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는

           멈춰 서서 생각해.

                   그러다 보면 길을 만나게 되거든.......“

 

아니, 낙타......나는 틀렸어요. 마음이가 있을 곳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요......

나는 마음이 없는건가요......    

   

 

 

그런데,

마음이었어요.

 

마음이 늦게 와서 미안해.”

먼저 가서 미안해.”

폭신폭신, 반짝반짝

별바다 사막은 정말 아름다웠고,

마음이와 나는 그 풍경을 서로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았어요.

마음이와 나는, 우리는.

 

    

 

 


 

 

작가소개

저자 : 김기린

만화를 공부했고,

그림책을 좋아해서 마음을 잡으러 가는 아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따뜻함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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