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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루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66
연수 지음 / 비룡소 / 2019년 7월
평점 :
이상한 하루
2019 황금도깨비상 수상
연수 작가님의 첫 그림책
“이 책은 사실적이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작가소개 밑에 쓰여있는 소개말이에요.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다......
대박 궁금증 유발의 이 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다시 앞 표지로 가서 횟집 앞에 섭니다.
책 제목은 [#이상한 하루]… ’루’자 위에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비상하듯 날아가는 비행기.
횟집 가게 이름이 <세상에 이런 횟집!>이랍니다.
도대체 어떤 횟집이길래요~
계절은 봄인가 보오…메뉴 판에 봄철 해산물을 강추 해주시고,
Kg당 매겨진 시세가 일까요?
누가 메뉴판 주인공들인가 봤더니, 군침 당기는 싱싱한 녀석들,
도다리, 우럭, 복어, 쭈꾸미, 가리비, 게, 장어, 참다랑어가 수족관
안에 유유히 담겨 있네요.
속지는 봄내가 물씬 나는 색과 함께 해산물들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어요.
달리 보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장을 더 넘기니..어~~ 어~~~
해산물들에 뭔가…… "세상에 이런"!!! 눈 휘둥그래 떠질 일들이……보이시나요?
#이상한하루

#수족관탈출 #해산물 #임시휴업
“물고기들이 수족관을 탈출했습니다.”
#놀이터 #소꿉장난 #오늘의반찬 #도다리
“오늘의 반찬은 파란 콩밥에
개나리꽃 탕, 동그랑땡 그리고 후식은
딸기 초콜릿 케이크예요.
엄마, 다른 반찬은 없나요?”

#풀숲 #장어 #작은곤충 #뱀
“쓰윽
풀숲에서는 무시무시한 뱀이 등장했다는 소문에
작은 곤충과 동물들 모두 꼭꼭 숨었습니다.”
주인집 사장님은 개인 사정으로 임시 휴업을 선언하고,
봄철 해산물 친구들이 수족관을 탈출해 버리는
[세상에 이런 횟집]의 이상한 하루가 벌어집니다.
도다리는 봄을 만끽하러 낄낄, 깔깔 아이들의 봄천지
놀이터에 숨어들었어요. 맛있는 소꿉놀이가 한창인 모래밭에서
보이나요?
변장술이 기가 막힌 눈속임~
도다리의 꿈이 맞겠지요? 가만히 짐작해 봅니다.
에구, 무셔라…무서버라…
스스슥 쓰윽,
능구렁이 마냥 풀숲 사이사이를 누비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무서움과 긴장감 속에
착각을 일으킵니다.
뱀…? 뱀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은…뱀…장어?
숨바꼭질 하는 친구들처럼
자기가 가야할 길을 아는 친구들처럼
그렇게 …… 어딘가 향해 가는 가는……

#집게발 #모종삽 #화단
“찻찻찻!”
“엄청난 집게를 가진 녀석이다!
덤벼라, 돌격!”

#가리비 #하늘 “신기한날개 #나비 #춤을추듯훨
“안녕? 너희는 날개가 참 튼튼하구나.”
수족관을 탈출한 집게녀석들과 가리비는 모험을 하는 중이군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꽃밭 화단에서 모종삽들과 마주치고
가리비는 나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며 춤 추듯 날고 있어요.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장면이에요.
이상한 하루, 상상 속에서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꿈과 희망
언제 잡혀 먹을지 모를 위험한 수족관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은
생명의 염원인 것 같아요.
나비처럼 날아가는 가리비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에 빠졌답니다.
날개는 누구보다도 튼튼한데……날 수 없는..
#복어 #복지리 #봄바람 #벚나무
“휘이.
따스한 봄바람이 불자 벚나무는
하얀 꽃잎을 살포시 벗어 놓았습니다.”
제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봄 바람에 벚꽃은 흩날리고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바람이 들면
간질한 가슴 안고 바깥으로 배회하고만 싶은 일탈의 마음….
일상탈출…
복어는 보도블록의 맨홀 뚜껑에 앉아서 봄의 생명력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복어를 어찌 횟집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누가 주인이더라도 손해를 볼지언정 임시휴업 할 만하지요?
#뻐꾸기 #쭈꾸미 #뱁새둥지
‘쳇, 다른 뻐꾸기가 먼저 선수를 쳤군.’
#우럭 #돌담 #고양이
“겹겹이 쌓인 돌담 벽 사이사이로 봄이 스며들었다는 걸
고양이는 이미 눈치챈 것 같습니다.”
방해꾼 뻐꾸기를 살피는 쭈꾸미의 눈,
들꽃에 재간부리는 고양이를 경계하는 우럭들의 눈.
고요하고 나른하지만 긴장감을 느끼게 해요.
들키면 안 되는데요……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여러분은 숨은 그림을 찾았나요?

#파란하늘 #창공을가르는비행기 #참다랑어
“푸른 하늘 높이 날아가는 커다란 비행기 뒤를
누군가 빼꼼히 바라봅니다.”
사실 이 장면부터도 무자막 처리해도 훌륭합니다.
이 책의 뒷부분은 글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거든요.
너무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습니다. 오롯이 읽는 독자에게 이야기의
엔딩을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었어요. 그림과 나만 남겨진.
나도 물고기들과 함께 일탈을 하고,
흰동가리 틈바구니에서 날기 위한 용기를 얻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참다랑어의 눈은 슬프면서 강한 의지의 힘으로 다가왔어요.
꼭 그렇게 해야 해! 할 수 있어!
혼자 마음 속으로 불끈 응원하게 되는 자유의지의 장면이었어요.
바다인 듯 하늘인 듯 땅 위인 듯 그렇게 모험을 하며 올려다본 마지막 종착지.
“쏴 아 아 아 쏴 아”
“하얀 구름을 파도 삼아 바다로 헤엄쳐 갑니다.”


어항 속.
어쩌지요?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마음이 초조한 흰동가리들의 눈망울이 보입니다.
눈들은 이미 저 바깥세상을 들여놨어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갈망.
이상한 하루의 날이 저물 무렵, 붉게 물들어가요.
노을 속인지 꽃밭 속인지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에서
토끼에게 자랑 삼아 꽃놀이 하고 있네요.
연수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 얼마나 큰 산고 끝에 탄생했을지
느껴지는 그림책이었어요.
우리가 무심히 지나가는 자연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지.
또한 존엄한 생명력을 무한히 감탄하며 아름다운 조화, 봄의 꿈처럼.
죽음을 기다리는 수용소 같은 무덤, 수족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그 너머로 꿈을 꾸는 한편의 독립영화를 본
느낌이었어요.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책을 통해
이상한 하루를 여행하며 깊은 여운을 가져갑니다.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 속을 둘러보다 그 풍경에 푸른 상상을 곁들여
[이상한 하루]를 만들었다지요.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물고기들의 파란 하늘을 향한 비상이
이룰 수 없는 꿈을 펼쳐 내는 것 같아, 저를 투영해 보며 슬픈 현실을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가소개
글그림 : 연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림책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가
이 그림책을 시작으로 그림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 들여다보면 평범하지만 자세히 보면
색다른 그림책을 쓰고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