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ㅣ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평점 :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해!”
사자의 시간이 다가왔다. 잠보와 말라이카의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와니니의 사자들이 와니니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와니니는 큰 소리로 포효했다.
크하하항! 크하하항! 크하하하하항!
그것은 왕의 목소리였다. 위대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커다란 포효소리가
온 초원을 뒤흔들었다.
…… 푸른 사자 와니니 1권 마지막 엔딩 ……

그렇게 푸른 사자 와니니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훌쩍 아프리카 초원의 흙먼지 길을 달려가더니 어엿한 암사자꾼이 되어 다시 돌아왔어요. 게다가 이번엔 당당하게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가지고 왔습니다. <검은 땅의 주인>. 정말 푸른 사자가 된 것 같아요.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어집니다.
나는 거대 사막과 척박한 땅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그들을 통해 자연을 존경하며 삶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경외심을 배워 익혀야 함을 뼛속 깊이 새깁니다. 부랴부랴 푸른 사자 와니니 첫 권을 재독하고 그 기분으로 2권 검은 땅의 주인으로 이어나갔어요.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돌아온 2권의 목차부터 훑어보며 책을 읽기 전에 상상을 시작합니다. 새로 친구들을 만나 와니니 무리가 결성되고 새 땅을 찾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마음은 벌써 초원으로 달려가더라고요. 내가 궁금했던 아산테…아산테의 몸은 초원으로 숭고히 돌아갔지만 영혼만큼은 와니니의 그림자처럼 곁을 떠나지 않고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와니니를 지킵니다.

탄자니아의 국립공원 캠프장, 인간과 어린 암사자 마이샤의 충돌부터 그려지는데 도입부가 독자를 훅 인간 세라와 와니니의 눈 속으로 끌고 갑니다. 정말 긴장감이 철철 흐릅니다. 어린 암사자 마이샤는 무리의 엄마들을 잃은 외톨이, 와니니와 말라이카 그리고 잠보와 함께 와니니 무리를 이루며 초원에서 떠도는 삶을 계속 하고 있어요. 사냥하는 방법, 친구를 만드는 방법, 다양한 무리들에 섞여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새 영토가 필요하지만 아직 싸워 뺏을 처지가 아닌 만큼 주인 없는 땅을 찾아 나서고 동물들의 지혜를 빌려 도착한 땅은 불로 폐허가 되어버리지요. 나중에 이 불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데 인간의 부끄러운 밀렵 행태가 벌인 인재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밀려드는 나의 죄책감은……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간의 과욕과 이기심은 결국 모두의 삶을 근본부터 파괴시키고 있음을 눈으로 보았어요. 사랑하는 마음은 물론이고 제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검은 땅의 주인에서도 다양한 동식물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위해 공존하는지 세밀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특히 코끼리의 지혜와 개코 원숭이의 찧고 까부는 말놀이, 타조의 사랑짝짓기 놀이는 신비함 자체였어요. 동물들의 일상을 와니니 무리의 여정 속에 잘 녹여 놓아서 인문학을 동시에 접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상상하며 읽었답니다.
전편을 읽고 아산테 다음으로 궁금했던 무투와 아들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무투는 체체파리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상처가 오염되어 다리를 저는 신세가 되었어요. 결국 두 아들은 권력 싸움에서 무투를 이겼다고는 하지만 암사자들이 무투와 두 아들 모두 무리에서 내쫓았어요. 바라바라 역시 다 자란 수사자의 운명으로 무리로부터 덩달아 내쳐졌지요. 곧 어른이 될거라서……무투는 절름발이 신세로 바라바라와 남들이 사냥한 먹이나 훔쳐먹는 떠돌이 생활을 하지요. 검은 땅을 떠나 다시 떠도는 중 로마야니, 나마야니,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슈자를 만나 잠깐 동안 머물면서 땅을 지배하는 자들의 교활한 계획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자연의 순리이고 리더인 왕의 이해되는 고민인 거예요. 그래서 더 나 자신을 혹독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와니니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암사자 입니다. 말라이카와 두터운 우정을 나누며 서로 더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빠 무투에게만 의지하고 붙어 다니던 바라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용기 내어 와니니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기가 찾아왔고, 축복된 날들 동안 배불리 먹고 열심히 사냥을 하며 포효하고 또 포효하며 성장합니다. 와니니는 결국 자신의 숙명처럼 땅을 차지할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감지하지요. 다시 돌아온 검은 땅은 우기 덕분에 잿더미는 말끔히 씻겨져 나가고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너희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
아빠를 떠나도 되는 거구나.
아니, 그래야 하는 거구나...
엄마들이 나를 떠나 보낸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됐어.
와니니는 왕이 되려면 스스로 원하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진정한 싸움의 의미를 알아가는 당당한 푸른 사자가 되었어요. 무투와 운명적인 한판 싸움을 앞두고 스스로 원하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고 스스로의 왕, 초원의 왕이 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와니니 무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무투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오늘이 사냥꾼으로서의 마지막 날인지도 몰랐다.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결국 초원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와니니는 아산테 아저씨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하는 싸움을 했으니
나는 스스로의 왕이다.
초원의 왕이다.
검은 땅의 주인, 푸른 사자 와니니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인간임을 한없이 부끄럽게도 만들고, 내가 사는 삶이 사자의 그것처럼 당당하구나 하고 나설 수 있게 해주었고, 참고 견디는 고통의 댓가는 반드시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에는 사랑과 포용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검은 땅의 주인,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땅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벌써 와니니의 용맹스런 암사자가 된 모습이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성군으로 초원에 군림하는 와니니의 전성기...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