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의 후손
박숙자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멜의 후손

 

2009년 《철원의 하루》로 "뉴욕문학"에 등단.

2011년 《건너야 할 강》으로 미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집 《두물머리》와 영문소설집 《River Junction》를 출간한

저자 박숙자의 첫 장편소설!

 

  #하멜의후손

  #지식과감성

  #박숙자장편소설

 

 

 

 

 하멜의 후손

 

다음 날인 9월 5일, 새벽에 마람이 멎었다.

노예 같은 생활을 벗어난 그 해방감 뒤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있었다. 하멜은 뱃머리에 서서 인생의 노른자 위

같은 이십 대와 삼십 대를 보낸 조선 땅이 땅거미 지는 서편으로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망연히 서 있었다.

떠난다는 말은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건만 해심은 이미 가슴과

피브로 느끼는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자식도 결국 자기 자신이

먼저라는 것을.......

 

 

하멜 (1630년생)과 해심(1626년생)

증조부 남민석(1905년생)과 선이(1915년생)

남진수(1980년생)와 재인(Jane Foster-1980년생)

 

 

 

 

17세기 항해 도중 태풍을 만나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에 표착한 역사적 인물 하멜을 중심으로 허구적인 인물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발자취를 그려낸 소설이다.

 

1부는 하멜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제주도에 표착해 무속인 아내 해심을 만나 자식을 낳지만,

하멜은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탈출을 시도하며

척박한 땅에서 야만인처럼 대접받던 험난하고 고단한 시간을 견딜 수 없어한다.

2부는 증조부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진수를 통해 서사된다.

3부는 진수의 이야기로 이방인의 피를 받은 그의 개인사를 덤덤하게 풀어낸다.

그 어느쪽도 소속될 수 없을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고뇌하고 방황하는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1653년 8월 16일,

악몽과 같던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토록 견고하고 아름답던 스페르베르호가 암초에 몇 번 부딪혔다고 해서

그렇게 어이없이 부서지다니!

선원 64명이 이 배를 믿고 넓디넓은 바다를 항해하며

삶의 터전으로 삼고 아끼며 사랑하지 않았던가?

한정된 공간에서 같이 먹고 생활하며 서로 의지하는 가운데

다투기도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던 동료들이

파도에 떠밀려 해변에 시체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하멜은 기가 막혔다.

p.54

 

하멜의 조선 땅 생활은 비참했다.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먼 이역 땅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 암담하고 돌아가야 한다라는 일념 하나로 버티게 될 뿐인 것이다.

 

주님,

이 세상에서 불러 가신 파울루스를 받아들이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고향에 계신 그의 부모님도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p.76

 

 

 

소설 속 시대별 인물들은 모두 허구로 ‘하멜’의 후손이다.

 

"나의 할아버지 남건열은 1936년에 출생하여 일제 때 유년기를 보냈고,

해방과 나라의 분단 그리고 끔찍한 6.25 전쟁 등,

변화무쌍한 시대를 다 거치신 분이야.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복한 인생을 사셨지. 물 건너 삼신리 선이의 딸과

결혼하여 오동리에서 조용히 살았어. 그분의 부친 남민석,

그러니까 나의 증조부가 일본에서 가져온 돈으로 마련한 논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군색하나마 단란하게 삼 남매를 길렀지."

p.207

 

세대를 걸쳐 나라의 흥망성쇠를 쥐락펴락했던 한 많은 역사 사건들,

이 모든 이별, 아픔과 상처, 그리고 사랑을 시대의 가족사와 함께 들여다 본다.

 

 

진수가 재인을 여수 엑스포 주제관으로 안내한다.

 

"이제 듀공을 만나러 가자.

아주 똑똑하여 말도 할 줄 안대."

"듀공이 뭔데?"

"돌고래와 같이 생겼어. 바다 소(sea cow)라고도 하는 짐승이야.

물속에 살긴 하지만, 물고기가 아니라 동물이지. 소처럼 풀을 먹어.

바다풀 말이야. 듀공은 아주 순한 동물이야.

고기 맛은 소고기와 비슷하다고 해. 듀공은 주로 필리핀, 호주 등

주로 더운 지방의 연안에서 살아. 사람들이 마구 잡아먹고

또 오염이 심해서 지금은 멸종 상태야. 그 많던 듀공이 이젠

세계에서 100여마리만 남았대.

우리가 이제 듀공 한 놈을 만나게 된다."

p.311

 

 

바다라는 곳을 통해 주고 받는 우리의 이야기.

 

 

 

* 헨드릭 하멜

1653년(효종 4) 7월 하멜은 상선 스페르웨르(Sperwer) 호를 타고 타이완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가게 되었는데 항해 도중 태풍을 만나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에 표착하였다. 당시 제주목사 이원진은 하멜 일행을 체포하여 감금하였고 당시 네덜란드 출신으로 조선에 귀화한 박연 (네덜란드 이름 얀 얀스 벨테브레)이 한양에서 내려와 통역을 하였고 하멜 일행의 소속과 정체가 파악되었다. 하멜 일행은 제주도에서 탈출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고 10개월 동안 감금되었다가 이듬해 한양으로 압송되어 심문을 받았다. 하멜은 조선의 임금인 효종을 알현하였는데 이때 일본으로 송환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되었으며 자신이 포를 다루는 포수의 경험 때문에 신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훈련도감에 배속되었다. 당시 조선은 북벌정책을 추진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문물과 지식이 무기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청나라의 사신이 조선을 방문하자 하멜은 이들을 찾아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탈출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가 이런 사실이 발각되어 처형될 위기에 몰리기도 하였다. 1656년 3월 한양 훈련도감에서 이들을 담당하기가 힘겨워지자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되어 전라병영성에 소속되었다. 이곳에서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잡역에 종사하였다. 당시 흉년으로 생활은 궁핍하여 먹을거리를 구걸을 하기도 하였다. 1660년에 전라병영에 부임한 절도사 구문치는 하멜 일행에게 비교적 관대하여 이들에게 집과 텃밭을 제공하였다. 그들은 7년 동안 전라병영성 근처 초가집에 머물렀다. 1663년(현종 4) 흉년이 들자 하멜의 일행은 남원에 5명, 순천에 5명, 여수의 전라좌수영에 12명이 분산되어 배치되었다. 하멜은 여수 전라좌수영에 배치되었고 고된 노역과 생활고에 지쳐 탈출을 결심하였다. 1666년(현종 7) 마침내 7명의 동료와 함께 배를 타고 탈출하여 일본 히라도(平戶)로 건너가서 나가사키(長崎)로 탈출하였다.

 

나가사키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상관(商館)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일본 바쿠후에도 전해져 조선에 남아있는 네덜란드 선원들의 석방교섭이 진행되었다. 1667년 석방 교섭이 완료되어 조선에 남아있던 동료도 모두 석방되었고 1668년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헨드릭 하멜 [Hendrik Hamel] (두산백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전쟁, 영국 청년 마이클의

마이클, 제임스 그리고 아버지...

오래된 사진과 일기 속에

감추어져 있던 이야기

잊힌 전쟁을 살아낸 이들에게 보내는

진솔한 마음

 

 

 

 

6월 25일 한국전쟁

1950년 그 해, 한국은 맹렬한 추위와 썩어 문드러지는 듯한

더위로 그 참혹함과 비참함을 더했다.

한국전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3대에 걸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몫이 있다.

한국전쟁 속에 수많은 영혼이 얽히고설켜 있다.

이 영혼들의 이름은 무엇이라 불러줘야 하는 걸까?

지금 부산에 잠들어 있는 그들에게 어떤 안부를 물어야 하는 걸까.

그 겨울, 영국 청년들은 의무 징집병으로 부산항에 왔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혹독한 겨울 맹추위에 손발이 동상에 얼어 절단이 나던 열여덟, 열아홉의 어린 꽃들. 전쟁은 안중에도 없고 일단 살고자 했을 어린 젊은이들이었다. 명분도 실리도 없이 징집되어 한국 땅을 밟은 그들은 왜 왔으며, 무엇을 얻고자 부산항에 들어왔을까.

 

* 의무 징집병

의무 징집병은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 세대들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분위기 속에서 영웅심리처럼 의례식을 가졌던 청년들, 전쟁이 주는 호기심과 자부심이 가져다주는 명예로움을 높이 샀던 청년들, 정규군처럼 월급을 받을 수 있어 가난 때문에 참전했던 청년들, 친구들을 따라 무리 지어 참전한 청년들, 한국은 알지도 못했던 청년들, 그래서 어느 땅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징집된 그들이었다.

 

 

 

*봄, 잊힌 전쟁

영국, 영국군 81,084명의 용사들이 참전했다.

1,106명이 전사했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으며, 1,060명이 포로가

되는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세월이 흐르고,

2014년 런던 템스 강변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제막되었다.

이게 이들을 기억하는 첫 서막에 불과하다.

어린 청년 용병들은 이기고 살아 돌아왔음에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들이 전쟁사를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가라는 이름은 그렇게 개인을 밟고 서나 보다.

그런데 기념비를 세운 우리 대한민국의 이념과 그들을 향한 감사에 대한 의미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저는 바닥에 놓인 포피(양귀비꽃) 화환에 붙어 있는

“잊지 않겠다”라는 글을 읽었을 때 제일 슬펐습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는 잊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잊지 않는다는 말이

사람들은 다 잊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기념비 아래 스탠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영국군 장병들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그 먼 곳에서 일어난 남의 전쟁에 왜 갔을까?’

‘수호’라는 것은 지킨다는 뜻인데,

무엇을 지키려면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1950년 대한민국에, 수호할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었을까?

"그때는 북한에서도 해방된 조국의 자유나 민주개혁을 부르짖었는데,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북한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물론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두 사회는 비교할 수없이 다르지만, 전쟁이 일어난 1950년으로 돌아가면 두 사회는 많은 것이 닮았고, 어떤 것은 겹쳐 있었고, 사람들은 혼란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기념비는

“영국군 장병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가져야 그들을 위한 정직한 기도가 될 것 같다.

 

 

 

*여름, 데이비드 마이클 호크리지 소위

1950년 이스트본칼리지 학생회장, 고전 문학반 멤버, 학교 럭비팀 대표 선수.

1950년 12월 졸업 후 1951년 입대.

군 복무 후 1953년 10월 옥스퍼드 대학 입학 예정

1952년 2월 6일 한국에서 전사.

마이클은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마이클 호크리지는 놀랍도록 용감했고, 자신의 허물에 눈 감지 않았고,

언제나 스스로에게 정직했다.

그는 고통에 이상할 정도로 무감했고, 좀처럼 두려움을 몰랐다.

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괴로워했다.

충성을 다하고 헌신하는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는 늘 당당하게 죽는 것을 연습해 온 것 같다”

영국은 가을이 되면 1차 세계대전 전사자를 기억하는 양귀비꽃이 온 거리에 흐드러지게 핀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가슴에 빨간 양귀비꽃 ‘포피’를 단다. 그걸 보면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전쟁이 아주 가까운 과거처럼 느껴진다.

마이클의 기록을 보면, 이념이나 가치 사명 때문에 전쟁에 참전했던 것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시험하고 모험하며 증명해 보이려는 사적인 결정으로 한국에 왔던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들을 국가의 기념비적 의미에서 기억하는 게 잊힌 전사자들에게 보이는 적절한 예의인가 하는 질문에 도달한다.

      

“어떤 이를,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모습으로 기억해주는 것이 더 존중하는 방법 아닐까요?”

“개인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전쟁터에 나간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겠네요. 각자 자신의 고민을 가졌던,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던 젊은이요,”

 

- 마이클 기억하기

 

 

 

 

 

*가을, 아버지와 일기

“일기는 시대를 담아두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한 개인의 일상이지만 거기에는 그 시대도 같이 적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기는 다음 세대 사람들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잊힌 전쟁에서 시작한 필자의 기억하기는 전쟁 일기와 아버지의 자서전을 통해 아버지들을 이해하고 고향을 잃어버린 그들의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숙연하게 전한다. 열다섯 살이었던 소년은 함경남도가 고향으로 어머니와 막냇동생을 두고 피란 길에 올랐다가, 여든 살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는

“통일이 되면 나의 동생 또는 그 자식을 무리 없는 범위 내에서 찾아달라”

라는 유언을 남긴다.

현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념전쟁이 한창이다.

역사는 진화하고 시간은 흐른다.

진화라는 것은 꼭 우월하거나 앞선다는 의미라기 보다

우리가 우리의 안식과 번영을 위해 좋은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게 맞겠다.

한국은 아직 전쟁 중이고, 진화 중이다. 매일같이 이념 갈등을 빚고 상대 진영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아직 전쟁세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 세대를 지나가고 있는 중임을 알고 전제한다면 좋겠다.

 

 

 

 

*겨울, 슈톨퍼슈타인

영국,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추모일이다.

11월엔 ‘포피’라는 양귀비꽃을 어디서나 볼 수 있어서 이 꽃으로 이날을 기억한다.

왜 하필 1차 세계대전일까.

정규군으로 시작했지만, 긴 전쟁 폐허 속에 징병제가 실시되어 모든 젊은이가 전쟁터로 나가야 했던 전쟁,

국가 간 동맹 때문에 명분 없이 치러지는 전쟁, 1차 세계대전이 잔인한 비극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 영국인들은 무엇을 추모하는 것일까.

필자는 궁금해한다.

전사자의 충성, 애국심, 희생, 용맹, 헌신, 아니면 얼과 넋 같은 의의일까.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지요?”

“그저 ‘그들’을 기억합니다.”

 

 

* 슈톨퍼슈타인,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이라는 뜻의 동판

독일 예술가 군터 뎀니히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1992년 독일에 처음 설치했는데,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어 1,200여 개 도시에 7만 개가 넘는 슈퍼톨스타인이 있다고 한다.

“이웃사람에게 일어난 이 불행한 일에 행인들의 발걸음과 마음이 걸려 넘어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동판 위에는 “여기 살았다”라고 적습니다.”

나와는 거리가 먼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였던 일이 나의 이웃이 겪는 중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관계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평화 디딤돌’이라는 프로젝트로 일제시대 징용 노동자의 이름을 새겨 넣어 동판 위에 “여기 살았다” 대신 ‘이 동네 사람’이라 새겨 넣었다.

“옛 거리가 남아 있는 곳에서 그런 표지를 본다면 마음이 더 짠해질 텐데요.

우리의 삶의 공간은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기억을 담아둘 장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나의 이념과 무관하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겠다는 표지를 기꺼이 가슴에 달 날이 올까요?그렇게 되려면 우리의 포피는 어떤 색깔,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전쟁 세대와 휴전 세대 사이를 지나가는 우리들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다.

모든 지나가는 시간과 개인사가 모두의 역사가 되어 공존한다.

포용하며 기억하여 진화해야 한다.

포장하지 말고 왜곡하지 말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모두의 목소리를 항해 열려있어야 하는 것이다.

“갈등의 해결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로부터 시작해보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서로 반목하는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이야기의 다른 부분입니다.

그들은 함께 상처 입었기 때문에 결국 치유도 함께 해야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akaoTalk_20191011_115428872_01.jpg

 

8 만에 우리의 곁으로 다시 와준 시간을 파는 상점 2.

 

너를 위한 시간

 

표제 목을 보니 너무 기대되는 신작이었다.

 

오래전 김선영 작가님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고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함께 학교를 배경으로 갈등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진한 여운을 담아 책을 곱씹어 보았던 경험이 있다.

 

이번 <너를 위한 시간> 청소년뿐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봐야 하는 명작 명작으로 전작을 능가하는 사회적 유대 공감 형성 이야기에 빠져 가을을 맞이했다.

 

 

목차

 

내가 주동자다

 

Time seller

 

숲속의 비단

 

질투의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

 

비가 쏟아지는 숲속의 비단

 

시간 상장, 시간 거래소

 

물방울이 모여 강물이 되고 파도가 되고

 

우리가 부르는 노래

 

새벽 저수지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은 전편에서 백온조가 1 운영자로 활약하였다면 이번에는 개성 넘치는 친구들 정이현, 홍난주, 오혜지 친구 셋이 운영에 합류한다. 2 운영자 정이현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를 구축해 나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시간을 어떻게 사고팔아야 할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비영리적으로 모두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들이며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인터넷 카페.

 

시간을 사고팔 조건이다.

 

 

요즘 청년들이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대들의 다양한 소통과 소비를 있는 콘텐츠를 구상하여 활동하는 모습들이 작가의 깊은 통찰력 덕분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와 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청소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갈등, 우정,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내 김선영 작가님만의 진중한 무게로 작품을 완성시킨 같다.

 

학교생활, 대인관계, 성적 관리, 진로 고민, 자아성찰....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려 애쓰는 아이들을 통해 기성세대 또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며 어떤 성찰을 나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너를 위한 시간> 학교에서 보이지 않게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보안관 아저씨의 부당 해고를 알리고 시민사회의식 위로 공론화하여 복직을 위해 애쓰는 활동으로 도입부를 시작한다.

 

 

-해고 철회 복직 촉구-

 

 

아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일을 처리하면서도 학교의 부당한 제도를 개선하기 원하고 각자 어떤 역할로 목소리를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졸업한 선배들도 합세하여 뜻을 모아준다. 위태로우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애를 태운다. 불의와 부당함을 알지만 선뜻 나설 용기가 서지 않는 모두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품고도 주동자라고 나서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얻고 양지에서, 음지에서 우리라는 힘의 진가를 보여준다. 드러냄이 전부는 아니라는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역할을 이행해 주는 모습에 용기가 난다. 눈에 보이지만 않을 모두는 옳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을 사고파는 "시간 공유제도"

 

 

 

-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다른 사람이 있도록 내놓는 .

 

모든 것이 시간 선상에 있으며 시간의 축적으로 추상적인 것이 재화가 되고 물질이 되는 원리가 분명하다면 진짜 시간을 사고팔 있는 .

 

경첨의 축적으로 대가를 준다는 말도 가능하며 경험의 축적이란 시간의 축적을 말하게 되는 .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결과는 개인이 보상받는다.

 

 

가위손 보안관 아저씨의 부장 해고 사건 해결에 집중하면서 한편으로는 "숲속의 비단" 의뢰인의 부탁을 이현이가 승낙하며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게 된다. 몸이 굳어가는 의뢰인의 아버지를 만나 책을 읽어주러 가야 하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길을 알고 가는 사람을 어린 이현이가 만나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현이만의 고민과 성장으로 일을 해결해 나간다. 마음이 닫힌 자들의 시간, 죽음을 향해 치닫는 자들의 시간, 저물어 가는 자들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것일까. 죽어가는 마음의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고, 꽃길로 만든다는 , 시간을 사고파는 가치란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

 

 

꿈틀댄다는 .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는 .

 

 

책의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다.

 

"숲속의 비단" 의뢰인의 미션을 완성해 나가면서 온조 어머니의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위한 시위에 힘을 모으면서, 개인을 뛰어넘어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경고도 서슴지 않는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일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그들의 시간에 우리가 개입되고 나의 시간이 너를 위해 흘러가고, 우리 모두의 시간으로 우주를 통하는 정신은 충분히 공감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독한 진화 류츠신 SF 유니버스 5
류츠신 지음, 박미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독한 진화

 

 

 

세계적 작가 류츠신

청소년을 위한 SF소설 시리즈 다섯 번째 엔딩 이야기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간의 사랑이 꼬리를 물고 지구 존재를 우주와 연결

상상력의 반전 극대화

 

 

 

 

 

 

<
고독한 진화> 는 세편의 단편을 묶어 엮은 소설집이다.

이로써 청소년을 위한 SF소설을 엮기 위해 자신의 작품 중

스무 편을 선점해 총 다섯 권에 나누어 담아 시리즈로 출간했다.

앞에 담긴 작품들도 작가의 사실적 과학이론을 근간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문장이 살아있어 우리에게 고도의 지적 자극과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는데 이번 <고독한 진화> 역시 만만치 않은 대 반전이었다.

타인의 눈’, ‘지구 대포’, ‘산골 마을 선생님작품의 단편 구성배치도

단연 돋보였다.

 

<고독한 진화>는 지구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우주로 확장시켜 위만 쳐다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존재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내면을 파헤친다.

 

 

 

 

 

* 타인의 눈 *

 

크고 도톰한 우주복을 입은 그녀.

실제 모습보다 더 작고 왜소해 보여

가엾기까지 한 젊은 여자.

 

 

우주는 도서관에서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세계가 아니며 한편으로는 오히려

지옥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한 모습

 

남자는 그녀의 눈 한 쌍을 가지고 휴가를 떠난다.

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VR 안경이다.

이것을 착용하면 내가 보는 모든 이미지가

초고주파 신호로 발사된다.

그러면 멀리서 똑같은 VR 안경을

쓴 사람이 이 신호를 받아서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기막힌 발상에 너무 놀랐다.

가만히 앉아서 세계를 정복하는 오감은 짜릿하고 쾌락적일 것 같다.

증강현실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의 소통과 교감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철학적 상상력이 놀랍다.

 

이 소녀는 남자가 전해주는 초원과 달,

들풀과 들꽃, 구름과 바람을 모두 담는다.

그렇게 까지 하는 소녀를

남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불편해 한다.

부담스러워 한다. 남자는 말한다.

 

 

당신은 이런 사소한 것도 아주 소중히 여기는 군요.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못해요.

모든 게 쉽게 얻어지는 시대잖아요.

물질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파란 하늘과 맑은 물이 있는

아름다운 환경, 시골이나 외딴섬의 고요함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심지어 옛날 사람들이

가장 얻기 어렵다고 했던 사랑도 가상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경험해 볼 수 있게 됐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손만 뻗으면 잡히는 과일 무더기

앞에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싫증 나 던져 버리는 꼴이죠.”

 

 

두꺼운 우주복을 입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한 소녀는 도대체 누굴까……

 

 

소녀는 편지한다.

눈만 감으면 대초원이 떠오르고

직접 이름 붙인 작은 들꽃 하나하나를 만날 수 있다고.

 

 

그럼 안녕히!

 

 

 

왈칵 울음이소녀의 마지막 인사말에서 멍울이 든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뼈아픈 후회를 하며 타인의 눈을

재차 읽으며 소녀를 다시 만났다.

충격적인 반전 속에 우주복을 입고 소녀는

어디로 간 걸까……

지구 존재의 이류를 내면에서 찾고자 떠난 긴 여행……

수천 킬로미터 깊이에서 전해지는

소녀의 심장박동 소리……

이제 세상 끝 어디를 가든 소녀와

더 이상 멀어질 수는 없으리라.

 

 

 

* 지구 대포 *

 

 

 

각 대륙의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세계는 남극대륙으로 눈을 돌린다.

지구전체의 핵무기를 철저히 폐기하는 것으로

비핵화가 실현되면서 남극대륙을 향한

인류의 경쟁은 더 안정되어 간다.

박사 선화베이, 아내 지질학자 자오원자,

여덟살 짜리 아들 선위안.

그리고 운명의 당의.

전 세계 핵 폐기 계획에는 해체와 지하 핵폭발

두 가지 방식으로 채택됐다.

선화베이는 백혈병 치료를 위해

동면에 들어가기로 결정 하고

아내와 아들에게 남은 삶을 축복한 뒤,

40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동면 시스템을 통한 인간 생명 연장권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미래에 다시 살아나는 선택을 존중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윤리적으로 생각해 볼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지금은 어려운 선택일 수 있으나

 

 

미래에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이건 또 얼마나 무서운 인간의 진화일까.

선위안은 <고독한 진화>전반에

문제의식을 던지는 인물이다.

지구가 폐허가 되어버린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은

선위안과 선화베이가 원인이었다.

중국과 남극을 통하는 지구 지하 터널을 건설하고

더 나은 탈출항로인 우주로 날아가는 일들은

모두 사랑이 결핍된 인간의 헛헛함에서 초래되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현실에서는 무력한 경우가 많지.

반대로 역사의 흐름을 쥐고 있는 현실 속의 강자는

대부분 상상력이라고는 없는 빈곤한 뇌를 가지고 있고.

그런데 네 아들 선위안은 역사상 몇 안 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이었어.

평소 현실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환상이라는 바닷속에

있는 외딴섬일 뿐이었지.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원하면

자신의 세계를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 있었어. 환상을

작은 섬으로 그리고 현실을 바다로 삼는 거지.”

 

 

 

남극대륙을 향한 나라간 경쟁이 초보적인 합의에 이르고 남극대륙이

지구 전체의 공동 개발 구역으로 확정된다. 강대국들은 더 넓은 경제구역을

얻고자 그곳을 번성시키고 자원을 개발하고자 한다. 결과는 참혹하게도 더

악화되어가는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현재는 치열한 삶 속에서 살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써 나가지만,

미래는 삶의 애환은 없고 결과물만 숭고하게 기억한다.

 

 

 

만리장성과 피라미드 역시 완전히 실패한 프로젝트였죠.

전자는 북방 기마민족의 침입을 막아 내지 못했고,

후자도 그 속에 있는 파라오의 미라를 부활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 위에 서린 인류의 정신만이 영원히 빛을 발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게 됐죠!”

 

 

 

선화베이와 아들 위안의 기형적 인류애도 깊게 생각해볼 만하지만,

앞 작품타인의 눈속 소녀와 얽혀있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이 숨어있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듯 하다.

 

 

 

* 산골 마을 선생님 *

 

 

 

 

 

앞 두 작품은 지구 내면화를 통해 지구인의 존재를 드러냈다면

마지막 작품은 우주 외계로 확장된 영역을 보여준다.

 

 

산간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존재는 빈곤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곳 사람들이 현재의

빈곤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이었다.”

 

 

산골 마을 선생님은 생각한다.

교육이 없다면 사람이 천박해지고

열악한 자연환경은 사람을 좌절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정말 이 산골에 가망이 없다고 느낀 것은

이곳 사람들의 생기 없는 눈빛 때문이었다.

 

지구 밖, 은학의 중심에서 2만년의 우주 전쟁이 막을 내린다.

은하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 무시무시한 우주전쟁이자 탄소 문명과

규소 문명 사이의 처절한 생존경쟁이었고, 탄소 연방과 규소 제국의

오랜 전쟁 중 일정 수준의 문명이 있는 행성계는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탄소 연방은 생명이 존재하는 곳에선문명 테스트를 진행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수업으로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을

가르치게 되고, 우연한 필연적 서사로 파괴당할 뻔한 지구에서

생명을 가진 존재, 산골 마을 아이들이 발견되어 운명적 테스트를 시작한다.

 

산골 마을 아이들에게 달린 지구의 운명.

 

아이들은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

 

 

고독한 진화

구식 문명이지만 독자적으로 발전한 지구의 문명.

탄소 연방은 지구 주위 100광년 범위에

비행 금지령을 내린다.

 

고독한 진화는 유희하는 상상 속에 실현 가능한 과학적 사건,

문화인류의 철학과 사상이 한데 어울려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엮었다.

진실과 허구 속에서 미래를 찾아나가는 묘미가 요소요소에 적재해 있다.

 

 

 

 

 

 

저자 : 류츠신

세계적인 SF 작가. 2015년 장편소설 『삼체』로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휴고상을 수상했으며, 등단 이래로 중국 SF 문학상인은하상을 아홉 차례, ‘성운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류츠신은 1963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산시성에서 성장했다. 1988년 화베이수리수력원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발전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깊은 산속이라 일찍 해가 지는 근무지에서 기숙사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풍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엔지니어 특유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 덕분에과학 기술과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근미래 사회를 묘사함으로써 SF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으며 교사, 대학생, 이주 노동자, 엔지니어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연스럽게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우주의 신비 못지않게 우리 주변에 있는 노동자·약자·소수자의 세계도 신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역시 컴퓨터 엔지니어인 아내와 함께 발전소에서 근무하며, 매일 밤 SF를 쓰고 있다.

 

1999년 단편 「고래의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이들만 살아남은 지구를 그린 『초신성 시대』, 시골 교사가 아무도 모르게 지구 멸망을 막아 내는 「향촌 교사」, 가난한 창문 닦이가 별안간 우주 공간으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중국 태양」 등이 있다. 2019년 초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유랑지구>는 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중국 대입 시험에 그의 소설이 지문으로 출제되기도 했다.

 

 

 

 

 

 

역자 : 박미진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톈진사범대학에서 수학했다. 중국어 강의와 무역 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은 한국관광공사 소속 중국어 전문 관광통역안내사로 활동하며 유커들에게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내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중국 원서의 출판 기획 및 번역 작업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안녕, 우울』 『서른, 노자를 배워야 할 시간』 『마윈의 충고』 『큰소리치지 않고 아들 키우는 100가지 포인트』 등 다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축구왕 이채연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축구왕 이채연

취미는 축구, 특기는 거침없는 슈팅!

"잘 못하면 어때? 재밌잖아!"

함께라서 더 즐거운 우리들의 축구

 

 

 

 

2002년 월드컵 세계 4강 신화를 썼던 대한민국 축구를 떠올려봅니다.

축구를 잘 몰랐던 나도 12번째 선수가 되어

온 맘으로 거리 응원을 펼쳤던 그 시절……

지금도 축구라 하면 그날의 흥분이 나이 오감을 전율하게 하는 건

대한민국이 한날한시 한곳에서 느꼈을 그 동질성 때문인 것 같아요.

애국심과 자긍심을 팍팍 심어주는 강력한 무기!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창비 아동문고에서

여자 축구를 소재로 한 유우석 작가님의 어린이 성장 동화를 출간했습니다.

참신한 소재라 솔깃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는 내내 열정 넘치는 훈련과

사춘기 소녀들의 섬세한 갈등까지 균형 잡힌 탄탄한 구성에 몰입하느라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유우석 작가님은 초등 교사 시절 여자 축구부 감독을 맡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신작을 완성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나도 함께 운동장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기분이 들었어요.

 

* 인 연 *

채연이는 운동엔 별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시큼한 땀 냄새에 코를 찡 틀어막는 편이지요.

하지만 단짝 지영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남자 축구부만 있어서

그렇지 여자 축구부원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한껏 들떠 있어요.

지영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자 축구부에 지원해 안곰샘의 지휘

아래 축구라는 운동을 시작해 봅니다.

그런데 지난해 친구와 오해가 생겨 관계가 소원해진 후 전학을 갔던

그 아이가 다시 지금의 학교로 돌아옵니다. 소민이에요.

문제는 소민이도 지영이의 권유에 따라 축구부에 지원을 합니다.

어색한 마음의 관계.

열세 살 소녀들의 인생은 이렇게 엮이며 시작됩니다.

나는 가끔 특별한 인연을 느낄 때가 있다.

지영이를 처음 보자마자 지영이와 내가

특별한 인연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런 인연을 만나면 그 사람의 눈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자려고 눈을 감아도 그 얼굴이 떠오른다.

물론 그 인연이 좋은 인연인지 나쁜 인연인지는

끝까지 가 봐야 한다.

 

축구왕 이채연 p.23 

 

 

* 열 정 *

채연이 동생 채윤이는 축구를 퍽 잘합니다.

재능도 있고 열정도 가득하고, 축구를 통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열심히 배우고 있지요. 채연이는 사실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영이와 친해지고 싶어 피구를 자주 했어요.

그러는 동안 채연이는 자신의 몸놀림이 남들보다 의외로

빠르다는 것을 알아채지요.

어설픈 축구 입단 신고, 이채연.

모두가 안곰샘의 지휘 아래 기본기 훈련부터 배워갑니다.

안곰샘은 새로 부임한 체육 선생님,

이번에 여자 축구부를 창설하고 감독을 맡으셨지요.

 

 

잊지마.

남의 움직임에 나의 움직임을 맞춘다.

옆줄, 앞줄 흐트러지지 않게 달리는 거야.

이건 축구가 팀 스포트이기 때문에 더 중요해.

혼자서 잘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축구왕 이채연 p.59 

* 스승과 제자 *

 

안곰샘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축구란 어떤 운동이며 운동이 왜 중요한가를

가르쳐주십니다.

안곰샘은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최소한의 개입으로 인생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자신감과 열정을 끌어내 주시지요.

한동안 힘들어하던 안곰샘은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축구 감독을

보게 되었는데, 그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축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축구왕 이채연 p.34 

* 성 장 *

처음이지만, 엉성하고 힘들지만,

달리기서부터 드리블, 패스까지

여자 축구부 아이들은 혹독한 훈련 과정 동안 한 팀으로서

조직력과 조화로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워갑니다.

진지한 태도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게다가 채연이의 잠재적 감각이 살아나고,

전국 대회를 향한 경기가 거듭될수록 몸도 마음도 점점 이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지요. 무엇보다도 채연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에 확신이 서게 됩니다.

축구는 아이들의 생명 같아요. 뛰는 동안 살아 있지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스스로 그 길을 만들어 나갑니다.

채연이와 소민이는 같이 땀 흘리며 경기하는 동안 서로 오해도 풀고

진정으로 다시 관계 맺기를 시작합니다. 예전보다 더 넓어진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진정한 사과를 해요.

지영이 또한 축구를 통해 혼자만 잘하기보다는

 화합을 이루기 위한 배려를 배웁니다.

축구는 움직임의 운동이야.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움직임!

주변의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하고

나도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것!

상대의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에

민감한 사람이 축구를 잘 하는 거야.

 

축구왕 이채연 p.50

 

 

 

* 관 계 *

<축구왕 이채연>은 아이들이 갈등이 모나지 않게 그려져 있습니다.

조용한 듯 머뭇거린 듯 벌어지지만 해결 또한 열려 있습니다.

갈등의 원인과 결과가 명확해서 ‘옳고 그르다’를 주입식으로 판단하게

하기를 배제한 동화입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관계 실패 때문에

망설일 수 있는 일들을 시간의 흐름과 자연스러운 인격 성숙을 통해

넓어진 마음으로 이해하고 다가가게 해줍니다.

내면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이 온유하고 느린 철학적 섬세함이

너무 맘에 들었던 책이에요. 억지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그리고,

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통을 치르는 아름다운 가치 동화.

 

움직임과 패스의 상관관계는?

패스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하는 거야.

움직임은 상대와 나 사이의 공간,

즉 패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많이 움직이는 만큼 공간도 더 많이 생긴다.

축구왕 이채연 p.69

 

내일 이길 확률은……

‘불가능’이라는 말 대신……

지금 하늘에서 별 찾는 것만큼 어려운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하지만,

별을 찾아냅니다.

별은 보려고 하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거라서,

내일 이긴다는 쪽에 저 별을 겁니다.

내일도 거침없이 날리는 슈팅! 을 기대하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축구왕 이채연>을 통해

감동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장을 달리며 온 신경을 공에 집중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숨소리와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만 느껴질 뿐이다.

경기가 끝나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지만

마음만은 축구공처럼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축구를 생각보다 더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축구왕 이채연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