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전쟁에서 시작한 필자의 기억하기는 전쟁 일기와 아버지의 자서전을 통해 아버지들을 이해하고 고향을 잃어버린 그들의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숙연하게 전한다. 열다섯 살이었던 소년은 함경남도가 고향으로 어머니와 막냇동생을 두고 피란 길에 올랐다가, 여든 살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는
“통일이 되면 나의 동생 또는 그 자식을 무리 없는 범위 내에서 찾아달라”
라는 유언을 남긴다.
현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념전쟁이 한창이다.
역사는 진화하고 시간은 흐른다.
진화라는 것은 꼭 우월하거나 앞선다는 의미라기 보다
우리가 우리의 안식과 번영을 위해 좋은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게 맞겠다.
한국은 아직 전쟁 중이고, 진화 중이다. 매일같이 이념 갈등을 빚고 상대 진영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아직 전쟁세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 세대를 지나가고 있는 중임을 알고 전제한다면 좋겠다.
*겨울, 슈톨퍼슈타인
영국,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추모일이다.
11월엔 ‘포피’라는 양귀비꽃을 어디서나 볼 수 있어서 이 꽃으로 이날을 기억한다.
왜 하필 1차 세계대전일까.
정규군으로 시작했지만, 긴 전쟁 폐허 속에 징병제가 실시되어 모든 젊은이가 전쟁터로 나가야 했던 전쟁,
국가 간 동맹 때문에 명분 없이 치러지는 전쟁, 1차 세계대전이 잔인한 비극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 영국인들은 무엇을 추모하는 것일까.
필자는 궁금해한다.
전사자의 충성, 애국심, 희생, 용맹, 헌신, 아니면 얼과 넋 같은 의의일까.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지요?”
“그저 ‘그들’을 기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