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의 마법사
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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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화려하게 붙어 있는 '크렘린의 마법사'는 읽어봐야만 왜 그런지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러시아 고전 문학의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서일까...... 내겐 러시아 문학과 예술, 정치, 사회, 과학 및 건축.... 모든 영역이 시작 전부터 머리가 무거워진다. 이름도 어렵고, 체제도 낯설고, 그들만의 독특한 이념 수긍 방식도 보편적이지는 않아서일까.

줄리아노 다 엠폴리의 '크렘린의 마법사'가 책세상을 통해 출간되었는데, 지난 세기 동안 지구상에서 독자적으로 돌아가는 듯한 그들만의 세상이 어떤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 첫 책이었다.
굉장한 소설이다.

바딤 바라노프.
차르의 고문직을 맡던 요주의 인물. 책은 그의 회고적 텔링으로 거의 모든 시절을 덤덤하게 이끌어간다. 권력의 추상적 이미지가 그의 한마디에 정의된다. 힘 있는 사람 대부분은 현재 머무는 직위로부터 자신의 아우라를 끌어낸다.... 얼마나 간단명료한 권력의 형태인지.....

러시아를 아는 사람은, 우리에게 권력이란 대지의 주기적 운동에 종속한다는 사실까지 알기 마련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흐름을 바꾸는 시도가 가능하지요. 그러나 일단 운동이 시작되면, 사회의 모든 톱니 장치는 말 없는 불가역의 논리에 따라 제 위치를 찾아갑니다. 그런 움직임에 저항하는 자체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공전에 반하는 것만큼 헛된 일이지요.
--- p.165

푸틴이 자신의 정치권력 야욕을 드러내며 자신의 지지도 경쟁을 스탈린에서 찾는 장면은 소름이 돋았다. 푸틴은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러시아 세계이권찬탈을 구상하며 그렸을 전쟁그림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정교하게 드러났다.
'오렌지 혁명' -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을 희망하며 고개를 들었더니 그들은 이렇게 이 사태를 명명한다.
러시아의 실상이 어떤 상태인지 팩트와 픽션이 절묘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직조되어 있어 거울효과처럼 보인다. 이 소설만이 가진 맛이 바로 이런 것이다. 줄리아노 다 엠폴리 작가는 국제 정치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크렘린의 마법사'는 그의 첫 프랑스어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담아내는 인물들의 구체적 활동들은 독자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스토리는 전혀 어설프지 않고 사건들을 통제하는 속도는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네레이션이 배치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서사가 전반부를 통해 할애되지만 나는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러시아 실정에 대해 머릿속에 차분히 입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큐멘터리 자료를 수집하고자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주인공 '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한 젊은 청년을 알게 되고 그의 리드에 이끌려 방문한 한 저택에서 바딤, 혹은 바쟈로 불리는 자를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스크바는 필터링 없이 유입된 서구 문명의 여파로 계층의 결이 바뀌고, 부의 급증과 개개인이 자유롭게 벌크화되는 사회현상을 격는 중이다.
이를 우려하는 사람도, 반기는 사람도 미래 사회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끌어안고 가는 길은 동일하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유의 오히려 이들에게 극강의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온다. 강한 자의 결단과 통제를 그리워 하고 갈망하던 이들의 귀속성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푸틴 등장을 은근 반긴다.

우리는 작가를 통해 러시아의 시대 아이콘이던 보리스 옐친,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을 상기할 수 있고, 체첸전쟁, 소치올림픽, 중간중간 인용된 고전 문학의 명문장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사적 문제들을 무게있게 고민해 볼 수 있다.
'권력'과 '인간'의 유동적 결탁은 국가체제의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 거대화되고 어떤 형태로 비윤리적 배반을 인삼는지, 또 인간 본능에 어떤 자극적 욕망으로 잠식하는지 가감없이 느끼게 해 준다.
우리는 지금의 안위가 최선인지 그들의 동떨어진 안보 노선이 최악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준 올 해 최고의 소설이었다.



#크렘린의마법사 #줄리아노다엠폴리 #책세상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신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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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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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영화,「오펜하이머」가 개봉했고, 나는 영화를 보고 왔다.
그 전에 이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정주행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로 비유하는지 약간 갸우뚱했다.
신화의 비극적 서사 프로메테우스의 상징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오피와 쌍벽을 이루기엔 무언가 어긋난다고 생각됐던 것 같다.

전쟁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두 차례 원자 핵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고 난 후 벌어졌던 상상 그 이상의 참혹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 시대의 다른 국가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 폭탄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들여다보는 관점들을 좋아한다.
특히 전쟁사의 요주 인물들은 더욱 궁금하다.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과학적 이론과 근거, 증명 보다는 이것을 어떻게 무엇으로 왜 사용할까... 라는 타당한 이유를 발견하고 증거하고 설득하는 인간의 고뇌와 위기 갈등이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과 영화 모두 별 다섯 개를 줬다.
1945년을 원년으로 우리는 위협적인 강력한 무기로써 원자폭탄을 생각하지만, 지금은 국가 경쟁력이다. 북핵만 봐도 그렇다. 지식인들의 의견이 사상적 이데올로기를 발판삼아 찬반 형태로 엇갈리는 이유도 결코 단순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핵무기는 그 자체만으로 과학적 의미의 엄청난 파괴력과 정치적 의미의 왜곡될 남용 가능성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원자 폭탄 개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조성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적 총지휘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 책을 잠깐 소개하자면,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평전이다. 이 둘은 무려 25년 동안, 거의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세월을 오피를 위해 할애했다.
오펜하이머와 그의 위원회를 알아가기 위한 답사와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 수집을 거쳐 2005년에 완성하였다.
이 책은 처음 출간되자마자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전기 부문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퓰리처 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준다. 그 대가로 독수리가 영원히 간을 쪼아 먹는 죽지 않는 형벌을 받게 된다. 원폭투하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별과 같았다. 뜨러운 관심과 경회심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일을 간과했고, 어느 누구도 맘이 편치 못할 감당못할 사건들이 오펜하이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는 냉전 시대에 돌입하면서 매카시 광풍으로 인하여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명예와 명성을 부당하게 난도질당하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오펜하이머의 고뇌는 정당했고, 아름다웠다.
과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원폭 투하 이후의 국가적 책임과 바른 정책 의무에 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과학자들은 신지식인들이었다. 격변하는 시대를 통찰하고 이데올로기를 정립하면서 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발전을 동등하게 바라볼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불명예스러운 청문회를 지켜보며 모두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1936년 오펜하이머가 진 태트록을 처음 만난다. 심리학과 정신과 학업으로 의사가 되는 진은 오펜하이머의 사랑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동기엔 언제나 진이 있었다.
진은 공산당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그녀만의 외향적인 기질과 사회의식이 오펜하이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둘은 결혼하지 못했고, 곧 아내가 될 키티와의 만남이 그를 자유로운 영혼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 후 진은 자살을 하지만 의문투성이다.

오펜하이머의 나이 34세. 맨해튼 프로젝트의 지휘자로 선발되었고 그는 단숨에 모두에게 각인될 정도로 우라늄 관련 회의에서 중요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력의 카리스마로 그들을 최고의 이론물리학과 소통의 기술로 매료시키며 진두지휘하는 리더가 되었다.

이제 나는 죽음이, 세계의 파괴자가 된다.―바가바드기타 중에서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소련 이외의 다른 국가들이 어떤 위협으로 서로에게 대항할지 짚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핵군축관련 모두발언은 당시의 미국 정부가 기대했던 핵 기술 개발과 전력 산업 관계발전에 부흥하던 제반시설 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되었고, 결국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핵 개발의 위험성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한 논제를 끊임없이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이로 인해 매카시 반공 신드롬에 그는 마녀사냥을 당하듯 보안 청문회 자리에서 처절하게 파헤쳐졌다.
우리는 그의 진지했던 애국 충만했던 자부심과 그로 인해 책임이 따랐던 고뇌와 죄책감에서 오는 감당할 만한 고난은 그의 삶 전말을 불행과 불명예로 침윤시켰다.
책과 영화 모두 보는 내내 오펜하이머의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리석은 인간의 행적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 #카이버드 #사이언스북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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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의 마법사
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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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의 마법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푸틴의 러시아다.

처음엔 이 구성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고민하면서 읽었다.

그만큼 내겐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적 근현대사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준의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구와 사실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소설이라는 평을 듣자 작가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을까 나는 궁금해졌고 그렇게 읽기를 마친 나의 소감은 '크렘린의 마법사'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십을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부터 챙기게 됐다.


푸틴과 러시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책세상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이 소설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22년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고 했다.

작가는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를 포인트로 굵직굵직한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푸틴 정권과 현재의 우크라이나 갈등의 사상 구도와 전체주의를 제대로 알라고 우리에게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소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이 작업상 필요에 의해 모스크바를 찾는데 그곳에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한 대학생 니콜라스를 알게 되고 그의 초대로 한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니콜라스는 다름 아닌 러시아 권력 구도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바임 바라노프다.


책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실명으로 거론되지만, 바딤 바라노프는 그렇지 않다. 그는 푸틴의 막후 실세 플라디슬라프 수르코프라는 인물이 실제 모델이라고 하는데 거의 바라노프의 스토리텔링으로 소설은 리드된다. 바라노프는 TV연출자였고, 프로그램을 만들다 우연한 기회로 푸틴을 만나게 된다.

푸틴의 자전적 기록을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소설은 실화와 허구를 뒤섞어 놓았기 때문에 푸틴에 대한 팩트는 내게 러시아와 소련 파헤치기 숙제로 남았다.


이 책의 경이로움은 분명 독재와 잔혹 전쟁, 분열을 고발하는데 넘어가는 갈등과 고비의 경계가 너무 로맨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세상이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혼돈 속에 속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인간은 결국 화려한 장례식을 보장 받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와 닿는다.

러시아는 냉전시대를 지나 미국과 중국의 그늘에 가려 그림자처럼 보인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러나 문학사적 비중과 사회문화, 예술과 휴머니즘을 연결하는 어떤 곳에서도 우리는 러시아의 영향을 본다.

어쩌면 '크렘린의 마법사'는 그래서 더 돋보이는 소설이다. 홀리는 마법과도 같은 그 무엇이 인간의 욕망과 행복 추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돈과 권력, 야망이 뒤엉켜 크렘린을 곤고히 하던 그 시대를 깨고 나타난 푸틴이 다시 크렘린의 소굴로 변절자처럼 자신을 부인하고 잠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 '크렘린의 마법사'는 긴 서사를 품고 있기에 독자들은 차분히 잘 읽어야 한다.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크렘린의마법사 #책세상 #줄리아노다엠폴리 #서평이벤트 #러시아소설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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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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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인물백과를 읽다보면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신여성 모델은 제인 구달이었다.
항상 침팬지와 함께 하는 사진이 책 커버를 장식했다.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도 한참 후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제인 구달과 열악한 임상실험장에서 구출된 침팬지가 오래도록 포옹하고 있던 스틸 컷이 내게 진한 울림으로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어떤 진심이 서로에게 닿았길래 이토록 깊은 감정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제인 구달을 보면서 나도 그런 포용력을 갖고 싶다는 질투섞인 소망을 가져봤던 것 같다.
시절이 이렇게 흘렀음에도 지금도 우리는 제인 구달의 소실을 지구 곳곳에서 듣는다.
그녀의 행보는 단순히 동물연구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돌보고, 인간을 돌보고, 기후를 돌보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의 움틈을 돌본다. 그녀가 어느 한 곳에서 일으키는 기적의 프로그램들은 그곳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는 홀씨가 되어 보이지 않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틔운다. 아주 매우 강력한 새생명이다.
그녀가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 단 한 가지의 목적은 인류에게 희망을 전이시키는 것이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전이가 진행되면 그 알파의 힘은 배가 된다. 모두가 쉽게 전이되기에 희망이란 단어가 주는 역동성은 영원히 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반전이 가득하다. 언제나 폭력, 억압, 혐오와 차별 때론 편견이 그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하며 끊임없이 우리가 해악스러워지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제인이 바라보는 희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고 맞닥뜨리며 앞으로 진일보 하는 것.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인정하는 자세, 우리가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력.
희망이란 이런 이타심이 기질로 자리잡는 것이다.

-희망이란, 어떤 일을 이루거나 얻고자 기대하고 바람.

희망이란 말을 평생동안 온 몸으로 구체화시켜가고 있는 그녀는 어려움을 당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 생명체의 '생명 특성'이라고 말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희망의 모습이다. 모든 것이 괜찮을 것라는 낙관과도 다르고 긍정과도 다르다. 반드시 두렵고 무섭고, 떨리는 마음을 이기려는 의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인 구달이 말하는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희망인 것이다.
결국은 우리 인간만이 본능과 욕망을 너머 의지적으로 올라야 하는 디딤돌인 것이다.
그래서 제인은 놀라운 인간의 지성에 대해 들려준다. 지능만 우수한 게 아니라 지능을 핸들링할 수 있는 지성을 겸비한 우리의 덕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자연의 탄력성.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인터뷰를 읽으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을 향한 무한 신뢰와 믿음을 제인 구달만큼 강력하게 갖춘 자를 본적이 없다. 맞다. 인간은 멸종해도 지연을 살아남는다. 지구의 생명력은 지속될 것이다. 자연은 의도적으로 이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자연이 보는 모든 종의 보금자리 지구는...... 치유를 위해서라면 다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음을 내가 너무 모른다.
젊은이들의 힘...... 이또한 제인 구달의 평생 숙원 사업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것이다. 맞다. 시간은 인간이 기준이 아니라 지구가 기준인 것을 다음 세대만 대안이 아니라 그 다음, 다음 세대도 대안인 것을 너무 짧은 생애 주기로 지구를 어떻게 해 보려는 나의 얄팍한 처세가 부끄러웠다. 마지막으로 정복당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 생명에 대한 용기와 존중. 이것은 제인 구달의 통찰력이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지성을 겸비한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생명체의 부존재를 막기 위해 무단히도 희망을 이야기 한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그래서 더욱 '생존 특성'에 맞물린 정복당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에 대해 자신있게 말한다.

그녀의 인터뷰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중 인간의 행동을 일컫는 것들 중에 해악을 눈여겨 본다. 결국 희망은 이 해악을 누르고 적절한 생태학 균형을 찾고 복원하는 일이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제인 구달은 그냥 제인 구달이다. 여성, 노인, 학자...... 등등 이런 단어들도 어울리지 않는 그녀는 그냥 제인 구달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늘 힘이 되는 살아있는 말들이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희망의 아이콘이다.






#희망의책 #제인구달 #사이언스북스 #리딩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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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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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을 이제야 펴 보았다.
고전 목록에 있기는 하나 내겐 필독이 아니었던 만큼 쉽사리 손이 뻗쳐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유독 에세이란 장르가 그러하다. 함께 읽는 리투에서 책을 읽겠다고 손들고 나서도 약간 후회가 비쳤던게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던데......완전 반전이었다.이래서 사람은 마음 속에 거추장스런 두 가지 강쥐를 키운다고 했던가......
편견과 선입견...ㅋㅋㅋ 

‘에세이essay’ 장르의 아버지라 불리는 '몽테뉴'란 이름이 왜 우리 현대인의 인생마저 간섭하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상은 그에게 있어서 바둑판과도 같은 것임을 알았다. 몽테뉴의 사상은 축약된 우주 질서처럼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는 치열했고, 내일 망할 것처럼 오늘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읽는 소재 하나하나가 전부 절실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었다.

"이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이 좋을 대로 하라."
-테렌티우스

책을 읽는 내내 이 말이 사이다처럼 나를 뚫어버렸다.
늘 답을 찾아 갈급함을 강박처럼 느꼈던 내게 저 말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던지......
몽테뉴는 역사를 관통하는 인간의 행동 결과물을 회고하고 그 과정이 암시하고 유도했던 패턴에 주목했던 것 같다. 그의 관찰력과 사고력이 단편적이던 인간의 개인적 경험을 입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즉,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쟁의할 수 있는 주제들도 상당히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재미도 있고, 호기심을 불러 오기도 했다.

'현명한 사람은 좋은 것에도 한계를 둔다.
-유베날리스

수상록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한 곁들임이었는데 그 어떤 말보다도 한마디로 일갈한 함의가 너무 좋았다. 젊은 사람은 삶을 준비하고 노인은 삶을 즐겨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욕망이 끝없이 다시 젊어진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그의 기준은 시절을 지나 무르익을 줄 알아야 한다는 순리의 순응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헛헛하지도 않게.
우리의 기호와 욕망이 나이에 걸맞아야 한다니...
너무 좋은 말이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회한은 남기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해 새롭게 마주할 용기는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균형있게 적절히 조절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소모하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과 거리 조절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생 연습일 것이다.

'즐거움을 거둬들이자.
살아 있는 동안은 우리의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재가 되고 유령이 되어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 페르시우스

세월이 흐르면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삶의 즐거움은 노년에게 은둔의 때를 맞이하라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런 말들이 나를 완숙된 말랑말랑 분위기 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급함 보다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준비됨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수상록'은 때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살아있는 인생 레시피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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