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광복절 영화,「오펜하이머」가 개봉했고, 나는 영화를 보고 왔다.
그 전에 이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정주행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로 비유하는지 약간 갸우뚱했다.
신화의 비극적 서사 프로메테우스의 상징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오피와 쌍벽을 이루기엔 무언가 어긋난다고 생각됐던 것 같다.

전쟁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두 차례 원자 핵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고 난 후 벌어졌던 상상 그 이상의 참혹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 시대의 다른 국가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 폭탄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들여다보는 관점들을 좋아한다.
특히 전쟁사의 요주 인물들은 더욱 궁금하다.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과학적 이론과 근거, 증명 보다는 이것을 어떻게 무엇으로 왜 사용할까... 라는 타당한 이유를 발견하고 증거하고 설득하는 인간의 고뇌와 위기 갈등이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과 영화 모두 별 다섯 개를 줬다.
1945년을 원년으로 우리는 위협적인 강력한 무기로써 원자폭탄을 생각하지만, 지금은 국가 경쟁력이다. 북핵만 봐도 그렇다. 지식인들의 의견이 사상적 이데올로기를 발판삼아 찬반 형태로 엇갈리는 이유도 결코 단순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핵무기는 그 자체만으로 과학적 의미의 엄청난 파괴력과 정치적 의미의 왜곡될 남용 가능성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원자 폭탄 개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조성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적 총지휘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 책을 잠깐 소개하자면,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평전이다. 이 둘은 무려 25년 동안, 거의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세월을 오피를 위해 할애했다.
오펜하이머와 그의 위원회를 알아가기 위한 답사와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 수집을 거쳐 2005년에 완성하였다.
이 책은 처음 출간되자마자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전기 부문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퓰리처 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준다. 그 대가로 독수리가 영원히 간을 쪼아 먹는 죽지 않는 형벌을 받게 된다. 원폭투하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별과 같았다. 뜨러운 관심과 경회심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일을 간과했고, 어느 누구도 맘이 편치 못할 감당못할 사건들이 오펜하이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는 냉전 시대에 돌입하면서 매카시 광풍으로 인하여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명예와 명성을 부당하게 난도질당하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오펜하이머의 고뇌는 정당했고, 아름다웠다.
과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원폭 투하 이후의 국가적 책임과 바른 정책 의무에 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과학자들은 신지식인들이었다. 격변하는 시대를 통찰하고 이데올로기를 정립하면서 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발전을 동등하게 바라볼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불명예스러운 청문회를 지켜보며 모두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1936년 오펜하이머가 진 태트록을 처음 만난다. 심리학과 정신과 학업으로 의사가 되는 진은 오펜하이머의 사랑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동기엔 언제나 진이 있었다.
진은 공산당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그녀만의 외향적인 기질과 사회의식이 오펜하이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둘은 결혼하지 못했고, 곧 아내가 될 키티와의 만남이 그를 자유로운 영혼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 후 진은 자살을 하지만 의문투성이다.

오펜하이머의 나이 34세. 맨해튼 프로젝트의 지휘자로 선발되었고 그는 단숨에 모두에게 각인될 정도로 우라늄 관련 회의에서 중요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력의 카리스마로 그들을 최고의 이론물리학과 소통의 기술로 매료시키며 진두지휘하는 리더가 되었다.

이제 나는 죽음이, 세계의 파괴자가 된다.―바가바드기타 중에서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소련 이외의 다른 국가들이 어떤 위협으로 서로에게 대항할지 짚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핵군축관련 모두발언은 당시의 미국 정부가 기대했던 핵 기술 개발과 전력 산업 관계발전에 부흥하던 제반시설 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되었고, 결국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핵 개발의 위험성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한 논제를 끊임없이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이로 인해 매카시 반공 신드롬에 그는 마녀사냥을 당하듯 보안 청문회 자리에서 처절하게 파헤쳐졌다.
우리는 그의 진지했던 애국 충만했던 자부심과 그로 인해 책임이 따랐던 고뇌와 죄책감에서 오는 감당할 만한 고난은 그의 삶 전말을 불행과 불명예로 침윤시켰다.
책과 영화 모두 보는 내내 오펜하이머의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리석은 인간의 행적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 #카이버드 #사이언스북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오펜하이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