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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평점 :
'수상록'을 이제야 펴 보았다.
고전 목록에 있기는 하나 내겐 필독이 아니었던 만큼 쉽사리 손이 뻗쳐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유독 에세이란 장르가 그러하다. 함께 읽는 리투에서 책을 읽겠다고 손들고 나서도 약간 후회가 비쳤던게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던데......완전 반전이었다.이래서 사람은 마음 속에 거추장스런 두 가지 강쥐를 키운다고 했던가......
편견과 선입견...ㅋㅋㅋ
‘에세이essay’ 장르의 아버지라 불리는 '몽테뉴'란 이름이 왜 우리 현대인의 인생마저 간섭하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상은 그에게 있어서 바둑판과도 같은 것임을 알았다. 몽테뉴의 사상은 축약된 우주 질서처럼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는 치열했고, 내일 망할 것처럼 오늘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읽는 소재 하나하나가 전부 절실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었다.
"이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이 좋을 대로 하라."
-테렌티우스
책을 읽는 내내 이 말이 사이다처럼 나를 뚫어버렸다.
늘 답을 찾아 갈급함을 강박처럼 느꼈던 내게 저 말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던지......
몽테뉴는 역사를 관통하는 인간의 행동 결과물을 회고하고 그 과정이 암시하고 유도했던 패턴에 주목했던 것 같다. 그의 관찰력과 사고력이 단편적이던 인간의 개인적 경험을 입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즉,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쟁의할 수 있는 주제들도 상당히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재미도 있고, 호기심을 불러 오기도 했다.
'현명한 사람은 좋은 것에도 한계를 둔다.
-유베날리스
수상록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한 곁들임이었는데 그 어떤 말보다도 한마디로 일갈한 함의가 너무 좋았다. 젊은 사람은 삶을 준비하고 노인은 삶을 즐겨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욕망이 끝없이 다시 젊어진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그의 기준은 시절을 지나 무르익을 줄 알아야 한다는 순리의 순응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헛헛하지도 않게.
우리의 기호와 욕망이 나이에 걸맞아야 한다니...
너무 좋은 말이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회한은 남기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해 새롭게 마주할 용기는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균형있게 적절히 조절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소모하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과 거리 조절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생 연습일 것이다.
'즐거움을 거둬들이자.
살아 있는 동안은 우리의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재가 되고 유령이 되어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 페르시우스
세월이 흐르면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삶의 즐거움은 노년에게 은둔의 때를 맞이하라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런 말들이 나를 완숙된 말랑말랑 분위기 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급함 보다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준비됨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수상록'은 때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살아있는 인생 레시피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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