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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반쪽
브릿 베넷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03/pimg_7188771283433279.jpg)
시대를 알아야 한다.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이 자행되고 있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던 때. 피부색이 밝은 흑인으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겪는 패싱의 이야기다.
태어난 조건은 같았으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선택은 달랐으므로 더 이상 서로에게 의존할 수 없었던 두 자매의 생존본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암묵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인종 평등에 불편했던 백인들이 만들어 낸 그들만을 위한 사회규범의 규칙과 관행 속에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흑인들의 치열하고 항쟁적인 목소리들.
그런데 여기 두 자매 중 한 명은 흑인의 삶을, 다른 한 명은 백인의 삶을 통해 어디에도 패싱할 수 없었던 또 다른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므로 인간, 나아가 인류의 뿌리와 정체성의 통일이 과연 무엇이길래 타인종을 혐오하고, 공격하고, 죽이기도 하는 잔혹함의 정의와 정당성을 역설하는 것인지...
하지만, 여기 맬러드 마을은 또 다른 전통을 이어나가 폐쇄적인 그들만의 낙원을 이루고자 한다.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미국 남부의 유색인 마을 맬러드. 지도에도 실재하지 않는 미궁의 마을이다. 이곳 사람들은 백인이라 해도 완벽할 정도로 밝은 피부색을 가진 그러나 흑인들이 모여 사는 타운이다. 언제부터인지 그 유래를 알 수는 없으나 그냥 그렇게 맬러드 마을이 생겼다. 처음부터 이 마을 사람들의 바람은 자기보다 나은...더 더 더 밝은 피부색의 아이들을 낳는 것이었다. 검은 피부의 흑인들은 맬러드라는 그들 세상에서 철저하게 검열된다.
그런데, 여기...
- 타운에서 달아날 수는 있지만, 핏줄에서 달아날 수는 없다. 하지만 빈스네 쌍둥이는 어째서인지 자신들이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16쪽
그렇게 달아났던 쌍둥이 자매 중 데지레가 블루블랙 피부색의 검은 아이 주드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마을은 자기검열을 이행했다. 주드를 혐오했다. 온갖 루머와 함께 역차별을 보란듯이 벌였다.
데지레는 오히려 피부가 하얗다는 이유로 검은 남편의 학대를 받았고 딸을 데리고 도망나와 고향으로 왔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언제나 마을 너머를 꿈꾸던 둘, 데지레와 스텔라는 드넓은 도시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며 살고 싶은 희망을 품는다. 어린 기억에 아버지가 백인들의 묻지마 린치로 무자비한 총상으로 사망하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가난은 따라다니는 꼬리표였고, 홀로 경제적인 책임을 지기가 버거웠던 엄마는 두 자매에게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백인의 집에서 청소부의 일을 하기를 강제한다. 그러기를 거부한 그녀들이 일을 저질렀다. 축제가 열려 모두가 들뜬 밤, 마을을 탈출해 뉴올리언스로 꿈을 이루러 간다.
스텔라의 경우, 마케팅부 비서로 취직을 하게 된 동기에 그녀를 백인으로 착각한 그들 때문이라는 이유가 생겼다. 그녀는 두려웠지만, 어느새 그 두려움은 고의적인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설득하는 토대로 삼아 인생역전을 위한 기사회생이 되었다. 스텔라는 그렇게 미스 빈스로 '한 인생에서 빠져나와 다른 인생으로 들어가버렸다.' -62쪽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자신이 걸어온 과거를 전부 삭제해 버리는 배팅을 걸만큼 절실했던 꿈과 자유,변신을 위한 새롭고 낯선 삶의 교차점.
스텔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맬러드로......
본향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의 본능적 순례는 긴 여정 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워짐의 결실은 나를 나다움으로 존중하고 다른 이들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여러가지 색깔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공존의 장이 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인종차별, 혐오, 불평등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의, 일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에 우리는 그 악의 관습을 자꾸 흔들어 합치의 장으로 꺼내 놓아야 한다.
<사라진 반쪽>에는 이 밖에도 성소수자, 계급주의, 우월함, 배타주의와 극혐오에 관한 문제의식도 함께 묻는다. 읽고 나면 한번 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가지는 마음의 포용력과 믿음에 대한 확신을 일깨우는 힘을 느끼게 된다.
- 나는 내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465쪽.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03/pimg_718877128343328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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