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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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301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리고 301편의 하늘이 별을 담아, 눈물을 담아, 미소를 담아, 인생을 담아 내게 왔다.
박노해님의 네임 밸류는 시대와 동일한 가치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인, 사진 작가, 혁명가..어느 이름 하나라도 박노해가 붙음으로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보이고 고민의 흔적이 보이고, 치명적 절규가 보이다가 다시 평화의 침묵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지켜주겠노라 말 한 마디 푸르게 빛나길 바라며 붉은 목숨 다하여 지킬 그대가 누구였을까. 그는 좋아하는 것들을 바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므로 그런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지킨다. 그의 약속은 세상을 돌고 돌아 어둠도 이기고 악도 이기고 슬픔도 이겨내니 씨 뿌렸던 봄이 걸어와 꽃이 피고 걸음마다 그의 곧았던 약속들이 시가 되어 그의 투쟁하던 몸에 박혔다.

내 몸의 문신
내가 너무 강렬하게 읽었던 시였다. 

<처음엔 날 이렇게 만든 독재자와 고문자들을,
잊지 말아야 할 자들의 이름을 새기려 했다
 그러다 핏줄을 찔러 얼굴에
검붉은 피가 뿜기는 순간, 알아챘다>

죽는 날까지도 잊을 수 없는 얼굴들, 나에게 명분없는 고통을 준 그 얼굴들을 분분해 하며 이를 가는 대신 그는 인생의 우회를 튼다. 인생의 반전을 그리며 약간의 선을 이탈한 그의 강직함은 유연함으로 인생을 그려 나간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여유라는 이름으로, 다른 복수의 이름으로 말이다. 
<진정한 복수는 다르게 살아 갚아주는 거라고> 

내 몸은 하나의 묘비가 되었지만,
나쁘지 않다. 
<국경 너머 분쟁과 가난의 땅에서
내가 만나고 안고 울어주는 아이들이
찰칵, 흑백 필름의 음화처럼
내 몸에 새로운 문신으로 남겨지는구나>

박노해님의 운명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예정된 계시가 있었던 게 아닐까.
가슴으로 잊겠노라 했던 말들이었지만 잊지 못할 얼굴들을 몸이 기억하며 고통을 되새김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털어내고 하늘을 보고 빛을 담아낸다.

진실은 찾아오라 한다
이 시도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준 참 좋은 시다.
그 어느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들을 조심하라 말해준다. 연달아 일어나는 뜻밖의 운들과 승승장구하는 질주의 것들을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세상의 고귀한 것들이 쉽게 내게 주어질 리는 없다고, 새로운 진리는 나의 생각 밖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날 보고 찾아오라고 한다.
사실 내가 찾아가서 만나야 하는 진실은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이기는 자신에 대한 신념도 필요하고 험한 길을 순례하듯 즈려 밟고 지나가야 하는 노고에 대한 각오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겐 애써 도전해야만 하는 성역이지만 박노해님에겐 일상의 수련이었던 듯 평생에 걸쳐진 테피스트리처럼 탄탄하게 조여진 진리의 성곽이 되었다.

삶이 보이는 시들이라 읽는 동안 더없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모든 잠자던 세포가 깨어나는 경험이랄까.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고통과 악의 감정들까지도 끌어 올라 결국엔 순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는 느낌이었다. 나의 하늘을 보라고 끝까지 나를 아이라 불러 주는 박노해님의 시상 속에서 나는 다시 꿈꾸는 철벽 아이가 되었다. 그래, 담지 못할 마음이 어디 있으며 보지 못할 나의 하늘이 어디 있을까. 

<생애 내내 깨어 싸워온 나는
순명의 밤으로 저물어가려 한다
네게 희망의 불씨를 물려주었으니
아이야, 너는 너의 새벽길을 가라

가라, 아이야>

<너의 하늘을 보아> 얼리리뷰어로서 5월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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