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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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BIBLE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전경훈 옮김 | 니케 북스


시작은 '어떻게'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궁금해 하고 의심하고 반문하며 궁극적으로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렇게 입으로 입으로 생각에서 생각으로 전해지던 궁금증들은 누군가의 약속으로 모양을 이룹니다.
그러기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지나갔고, 생명이 지나갔고, 남자와 여자가 탄생해서 만나기까지 이름이 없던 것들에 이름이 붙기까지, 하느님은 당신의 뜻대로 모든 것들에 숨을 불어 넣으십니다.

차례차례 순서를 정한 모든 것들에 깃든 운명은 자신이 선택한 자유의지대로 길을 만들어 갑니다.
노아의 방주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시작의 시작의 시작의 시작......
초상화가 그려진 페이지에 몰두하며 그들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의 명암 속에 우주의 속마음을 알아차려 봅니다.

요셉의 꿈은 또 어떻습니까.
단막극 형태로 쓰여진 요셉의 성장과 성공은 그 뒤에 이어진 탈출기, 출애굽의 히브리인들을 담대하게 이끌어내는 전초전 역할을 애절하게 보여줍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힘이 작가 필리프와 레베카의 영감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더 놀랍습니다.
특히 정형화되어 있던 백인 얼굴 중심의 초상이 사라지고, 다양한 피부색의 형상으로 성경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야기와 그림에 홀려 <UNE BIBLE>에 이미 빠져있다는 것에 흠칫 놀랄따름이었습니다.

그동안 성경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고 있었던 걸까요.
새 약속과 인간 새는 최고입니다. 작품의 표지 그림이기도 한 인간 새는 마리아의 고뇌를 충분히 품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형상은 최대한 가립니다.
누구나 자신의 것이라고 확신할 듯한 보편적인 내적 그림자로 예수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제일 감동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는지, 순간, 죄를 사함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알기는 쉬우나 죄 사함 받으라고 타인에게 전하고 설득하는 일은 어려움의 절정임을 깨닫습니다.

니케북스가 출간한 책, <UNE BIBLE>.
'어떻게'를 질문하는 모든 지구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이블 #필리프르셰르메이에르 #레베카도트르메르 #니케북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성경 #고전 #성경이야기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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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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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ㅣ 다니자키 준이치로  출판 ㅣ 문예출판사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번번히 이름을 올리는 작가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그의 문학적 가치관이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통용되는 인간미를 연결 짓게 도와준다.  
일본 문학 중에서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의 소설은 감탄이 흘러나오는 포인트가 항상 들어 있다. 남녀 관계의 다양한 갈등과 대립 지점이 사랑이란 문제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슌킨 이야기 첫 수록 작품인 단편 소설 <문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표제작 <슌킨 이야기>는 잘 알려진 단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 마다 새롭게 깨닫는 건 보이는 사랑과 보이지 않는 욕망의 대립 구조가 어느 순간이 되면 뒤바뀌고, 보이는 욕망이 보이지 않던 사랑을 끌어당기는 반전의 상황도 마주하게 된다. 
두려우면 섬기게 되고, 섬기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존경하게 되면 숭상하게 되고 숭상하게 되면 바라고 바치게 되는 그 마지막 제단이 결국 우리 마음을 다시 두렵게 만들게 된다. 일본문학 속에서 비춰지는 아름다움이란 바고 이런 업의 고리가 선순환이 되어 악을 누르는 권선징악의 뼈대가 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런 사랑의 모양을 자연스럽고 신비롭게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그가 살던 1920년대, 특정 여성 계층을 중심으로 남자들이 흠모하는 여성에 대한 감각적 발달이 점점 성숙해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리잡는 형태에 만족하며 사랑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단지 소설 속의 허구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드러낼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사랑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낼 수 없다는 말 때문에 꼬리표가 붙는 이 방식은 어쩌면 관음증처럼 남 몰래 해소되어야만 하는 필수적인 사랑일 것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통해 우리는 탐미주의, 페티시즘, 왜곡된 사랑, 파격적인 사랑, 감각적 욕망 등등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품고 있던 내재적 사랑이 무엇이었던가를 하나씩 하나씩 깨닫게 된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드러낸 사랑의 다양한 계층적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1920년대 그가 살다 간 세상의 이야기었던 것이다. 

'그 분의 발은 내 뺨보다 부드러웠어.'
소설 속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만큼 치부라고 할 만큼 숨겨뒀던 사랑에 대한 문제 의식을 양지로 끌어올린 작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그의 단어 하나하나는 감각을 보이게 만드는 작업 이상으로 독자인 나에게 숨 고르기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상처가 남아  그것을 보기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차라리 나의 눈을 스스로 상하게 하여 온전한 사랑의 모습을 자신의 내면 안에 가두는 모습에 나도 안도를 느꼈다고나 할까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상상했던 수만 가지 형태의 사랑 중에 하나로 대신 보여주는 대리 만족의 발현이었다. 

<슌킨 이야기>는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농도 짙은 다층적 인간 관계의 친밀한 유대 방식이 점점 더 공감이 가는 작품들이었다.

그의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슌킨이야기 #다니자키준이치로 #문예출판사 #일본문학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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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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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꼭 감성터치 받을 때가 아닐까. 쥰이치로의 작품은 글의 길이에 상관없이 항상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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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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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언제나 다시 쓰여지는 감동감화의 서사라는 말이 너무 와 닿는다. 새로운 깨달음은 늘 빛이다.
진리는 그 빛의 바이블이다. 이 시대의 새로운 바이블이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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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한국사 - 우리 지갑 속 인문학 이야기
은동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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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한국사>는 브레인스토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가급적이면 인문학 분야 책은 리딩 레퍼토리에서 빼지 않고 꼭 읽으려고 하는 필독도서로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이번에 선택한 화폐 한국사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화폐를 돌아보는 일이 이토록 신중할 줄은 정말 몰랐다.
완독 후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당연한 일이다. 매일같이 온 국민의 인생을 켜켜이 쌓고 담아 돌고 돌아 모두의 염원을 이뤄주는 돈. 백 년이 흘러도 한결같은 손 떼를 묻혀가며 모두가 사랑하고 애정하는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가벼울 수 없을 것이지 않을까.
화폐가 만들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 사회문화 관계, 그리고 지금과 미래를 함께 그려보게 되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 10월 짜리 동전에 담긴 다보탑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 특히 다보탑을 만나러 불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여태 불국사의 의미가 부처님의 나라, 불교의 나라라는 신라인들의 대의가 들어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유적지 이름의 의미를 통해 신라인들이 바라는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고 살피는 일이 이곳에서 근원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라니, 정말 뭉클해졌다.
게다가 불국사 안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라는 두 개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전혀 다른 모양의 외형을 갖춘 보물들을 볼 수 있다. 이 둘 중 다보탑이 바로 십원 짜리 동전의 주인공이다.
그 다보탑 앞에 놓여 있는 사자상이 실은 4마리 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도난 당하고 이제 한 마리만이 남은 사자가 다보탑을 홀로 지키고 섰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던지......
그런 안타까움도 이제 10원짜리 동전의 사라져감과 함께 옛 감정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점점 현금 쓸 일이 줄어들고, 동전은 더더욱 그러한데 다보탑의 모습이 그려진 10원 짜리가 손 떼 묻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여 더 애틋해진다.

<화폐 한국사>는 저자 은동진 선생님이 일상 속 지갑을 열고 닫으며 만나는 인문학 이야기 형태로 각색해 2023년 2월 방송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화폐를 주제로 일 년이 넘게 이야기 집필에 전념하고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인문학 이야기 전달자로서 저자가  얼마나 깊은 애정과 열정을 쏟았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폐 한국사> 한 권 들고서 이대로 화폐 기행을 떠나도 될 정도로 이미 준비된 책이다.

화폐의 변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과 역사의 주요 사건들에 관심있는 독자들, 역사를 다양한 주제로 알아보고 그 속에 숨은 뜻을 연결해 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화폐 한국사>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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