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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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ㅣ 다니자키 준이치로  출판 ㅣ 문예출판사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번번히 이름을 올리는 작가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그의 문학적 가치관이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통용되는 인간미를 연결 짓게 도와준다.  
일본 문학 중에서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의 소설은 감탄이 흘러나오는 포인트가 항상 들어 있다. 남녀 관계의 다양한 갈등과 대립 지점이 사랑이란 문제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슌킨 이야기 첫 수록 작품인 단편 소설 <문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표제작 <슌킨 이야기>는 잘 알려진 단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 마다 새롭게 깨닫는 건 보이는 사랑과 보이지 않는 욕망의 대립 구조가 어느 순간이 되면 뒤바뀌고, 보이는 욕망이 보이지 않던 사랑을 끌어당기는 반전의 상황도 마주하게 된다. 
두려우면 섬기게 되고, 섬기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존경하게 되면 숭상하게 되고 숭상하게 되면 바라고 바치게 되는 그 마지막 제단이 결국 우리 마음을 다시 두렵게 만들게 된다. 일본문학 속에서 비춰지는 아름다움이란 바고 이런 업의 고리가 선순환이 되어 악을 누르는 권선징악의 뼈대가 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런 사랑의 모양을 자연스럽고 신비롭게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그가 살던 1920년대, 특정 여성 계층을 중심으로 남자들이 흠모하는 여성에 대한 감각적 발달이 점점 성숙해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리잡는 형태에 만족하며 사랑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단지 소설 속의 허구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드러낼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사랑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낼 수 없다는 말 때문에 꼬리표가 붙는 이 방식은 어쩌면 관음증처럼 남 몰래 해소되어야만 하는 필수적인 사랑일 것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통해 우리는 탐미주의, 페티시즘, 왜곡된 사랑, 파격적인 사랑, 감각적 욕망 등등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품고 있던 내재적 사랑이 무엇이었던가를 하나씩 하나씩 깨닫게 된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드러낸 사랑의 다양한 계층적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1920년대 그가 살다 간 세상의 이야기었던 것이다. 

'그 분의 발은 내 뺨보다 부드러웠어.'
소설 속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만큼 치부라고 할 만큼 숨겨뒀던 사랑에 대한 문제 의식을 양지로 끌어올린 작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그의 단어 하나하나는 감각을 보이게 만드는 작업 이상으로 독자인 나에게 숨 고르기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상처가 남아  그것을 보기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차라리 나의 눈을 스스로 상하게 하여 온전한 사랑의 모습을 자신의 내면 안에 가두는 모습에 나도 안도를 느꼈다고나 할까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상상했던 수만 가지 형태의 사랑 중에 하나로 대신 보여주는 대리 만족의 발현이었다. 

<슌킨 이야기>는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농도 짙은 다층적 인간 관계의 친밀한 유대 방식이 점점 더 공감이 가는 작품들이었다.

그의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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