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서는 탑이라는 A대를 졸업한 아람과 소을. 아람이 소을의 집에 얹혀살던 중 한 남자가 침입(?)한다. 소을의 남자친구라는 미성년자 유투버 석원. 둘은 소을의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지만 다음날 소을은 아파트 지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소을의 시체 옆에 쓰인 아람의 이름과 밝혀지는 소을의 비밀. 소을이 사실은 예술하고 싶어하는 강남 8학군 아이들에게 그 꿈은 헛것이라며 부모들이 원하는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카운슬러라는 것. 그리고 스윽 나타나서 천만원만 주면 소을의 죽음을 깔끔히 정리해주겠다는 청소업체. 아람은 그렇게 갑자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던가. 아람은 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을이 했던 일을 이어받게 되고 욕심은 과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라나는 석원에 대한 의구심 속 다시 나타는 청소부.“천재가 아니어도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모두가 각자도생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펼치는 연기대결. 돈도 없고 고만고만한 재능을 가진 아람은 과연 이 소용돌이 속 모두를 속이고 본인을 구할 걸작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연기를 전공한 경력을 살려 하는 일이라는게 콜센터에서 진상을 상대하는 것에서부터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부모들에게 사기도 치더니 복수를 위해 연극을 꾸미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예술‘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것들에서 점점 멀어지는 인물과 사건의 흐름을 읽다보면 ’정말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사람 속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문장,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되지 않는 경악스러운 인물들의 대사들, 모순적인 말과 행동까지. 작가가 건네는 농담이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하다. 이 리뷰는 가제본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2009년 세상을 떠난 그녀의 글이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것은 왜일까. ‘내’가 중요하고 ‘나’만 생각하는 세상을 달려가다가 잠시 멈춰 주위도 둘러보고, 동행을 만나고,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때문 아닐까. 우리는 보통 우리의 삶이 아주 위대한 순간들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p.41) 그러나 우리의 삶은 사소하고 작은 순간순간들의 반복이다.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의미있는 인생이 될지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책 속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비추는 주위 여러 사람들과의 일화와 진짜 어른이 할 수 있는 생각들을 읽으며 문득 어리고 미숙했던 나의 생각들과 지난 날들을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 아침은 내게 일어나기 힘들면서도 버텨야 하는 하루의 시작인 느낌이었는데 나의 생각을 문득 반성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아름다움들. 그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는 지는 내 몫인 것이다. 꽃비가 내리는 밝은 아침 같은 순간을 선물 받은 느낌.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게 범죄와 법조인의 세계라 함은 잔악무도함, 냉정함 같은 차가운 무엇으로 비춰졌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심리, 그것을 수사하며 추리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곤 했는데 이 책 1부의 여러 사건 기록들은 내가 상상하며 즐겼던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역시 사람 사는 세계란 별 다를 바 없구나, 느끼게 해준다. 소설은 재미있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과 그 일을 저지른, 겪은 사람들은 재미있지 않다. “유죄와 무죄의 틈바구니를 애써 버티는 힘으로 사람의 역사는 쓰인다. 그러므로 검사로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p.8)” 그런가하면 2,3부에서는 세상과 일상의 소소한 것에 가닿는 검사의 시선이 생각외로 다정하고 따뜻하단 사실에 놀란다. 각 잡히고 딱딱할 것 같은 검찰청에서도 꽃을 심는 이가 있고, 그 꽃에 행복해하는 이도 있으며 밥을 짓고 체조도 하고 꽃놀이도 즐기며 일상은 돌아간다. 신입 검사 시절의 이야기부터 18년차가 된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은 검사가 쓴 보고서로부터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재밌고 웃픈 이야기와 조언으로 변모한다. 매번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 책은 일상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는 법에 대해 말한다. 나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썼으나 당장 내일의 출근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 그래도 작게나마 출근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 되보겠단 다짐…!)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천문학적으로 중대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다. 보이저 1호의 출발과 아디나 조르노의 도착.”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에게서 태어난 외계인, 아디나 조르노. 아디나는 위기에 처한 귀뚜라미 쌀 행성을 구하기 위한 임무를 갖고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는 우리가 살기 적합한 곳인가?” 그녀의 행성과 소통하는 방법은 엄마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팩스기계. 팩스로 지구에 대해 관찰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내며 고향의 존재들과 소통하고 밤마다 눈을 감으면 야간 교실이 열려 그녀가 지구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들을 잇는 작업이 진행된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간, 그 속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유머. ”인간은 외계인을 찾고 싶어 해요. 덜 외롭다고 느끼기 위해서. 하지만 정작 세상에 외계인보다 더 외로운 존재는 없다는 건 알지 못해요.“ 텔레비전은 점점 얇아지고 컴퓨터와 전화기는 점점 작아지며 아디나는 점점 성장한다. 자신 같은 외계의 존재가 지구에 또 있을지 궁금해하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적이다. 아빠가 떠나고 엄마와 둘이 사는 가난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방황하는 청소년기, 엄마와 살던 곳을 떠나 직업을 갖고 사랑을 경험하는 청년기,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그 이후까지… 인생의 새로운 시기마다 알을 깨고 나오듯 고통스러운 순간의 반복이다. 외계인이라서가 아니다. 모든 인간들이 겪는 성장과정이다. 인간과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외계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이가 겪는 외로움이다. 책의 초반에는 아디나가 그리는 인간들의 우스꽝스럽고 적나라한 모습에 반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아디나의 인간적인 외로움에 깊게 공감하고 침잠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외로움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아디나의 따뜻한 시선. 아디나는 점점 인간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제 점점 그녀의 행성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녀의 고향은 태어난 지구일까, 가본 적도 없는 귀뚜라미 쌀 행성일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그래서 그런가, 항상 철학에 관심‘은’ 많았다. 책을 읽다보면 여기저기 한 번씩 등장하는 철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철학을 꼭 한 번 공부해봐야지, 하면서도 항상 고대철학에서 중도하차하게 되는… ‘철학지구력’은 부족한 나였는데 드디어…! 현대철학까지 톺아보았다. 바로 이 책 『탁석산의 서양철학사』 덕분! 6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과 내가 철학 초보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이성을 무기로 온갖 사유와 맞서 싸워온 철학자들의 모험기를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18세기 계몽주의 이후에나 이성이 철학에서 지배적 위치에 올랐다는 것. 철학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였던 신비주의가 철학과 꽤나 밀접했다는 사실. 만물의 근원을 궁금해하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시작해 논리학, 정치학, 윤리학으로 뻗어나가는 철학을 따라가는 여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유하고 사색하며 내가 있는 곳을 찾기! 물론 철학은 처음이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긴 어려웠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근데 뭐, 아무렴 어떤가. 이제 시작인데! 전체적인 흐름을 한 번 눈에 담았으니, 마음에 와닿았던 철학자들부터 한 명 한 명 차근차근 공부해보려고 한다. 평소 ‘왜?’라는 질문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곤 했던 나였는데, 이제 질문하려 노력하는 과정에 한 발짝 발을 들인 기분이다. 그리고 벽돌을 격파.. 까진 아니어도 들었다 놨다는 정도의 뿌듯함도 함께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