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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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범죄와 법조인의 세계라 함은 잔악무도함, 냉정함 같은 차가운 무엇으로 비춰졌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심리, 그것을 수사하며 추리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곤 했는데 이 책 1부의 여러 사건 기록들은 내가 상상하며 즐겼던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역시 사람 사는 세계란 별 다를 바 없구나, 느끼게 해준다. 소설은 재미있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과 그 일을 저지른, 겪은 사람들은 재미있지 않다.

“유죄와 무죄의 틈바구니를 애써 버티는 힘으로 사람의 역사는 쓰인다. 그러므로 검사로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p.8)”

그런가하면 2,3부에서는 세상과 일상의 소소한 것에 가닿는 검사의 시선이 생각외로 다정하고 따뜻하단 사실에 놀란다. 각 잡히고 딱딱할 것 같은 검찰청에서도 꽃을 심는 이가 있고, 그 꽃에 행복해하는 이도 있으며 밥을 짓고 체조도 하고 꽃놀이도 즐기며 일상은 돌아간다. 신입 검사 시절의 이야기부터 18년차가 된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은 검사가 쓴 보고서로부터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재밌고 웃픈 이야기와 조언으로 변모한다.

매번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 책은 일상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는 법에 대해 말한다. 나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썼으나 당장 내일의 출근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 그래도 작게나마 출근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 되보겠단 다짐…!)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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