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아오사키 유고 외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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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를 위해 일곱 명의 작가가 헌정 소설을 쓰다니.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대체 어떤 거장이길래 이런 기획이 가능했을까? 호기심으로 집어 든 이 책은 앤솔러지에 대한 내 편견을 기분 좋게 깨버렸다. 첫 편부터 ”아, 좋다!“ 탄성이 나오더니,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엔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 끈, 밧줄, 로프
사망한 여자의 몸에 남은 흔적. 사건 해결 후 제목과 맞물리는 마지막 비유가 머리를 강하게 때린다.

👩🏻‍🎓 클로즈드 클로즈
교복 도난 사건 뒤에 숨겨진 애증. 사춘기 소녀들과 중년 남성 콤비가 만나는 장면이 묘하게 정겹고 감동적이다.

👻 히무라 히데오에게 바치는 괴담
괴담조차 논리로 격파하는 히무라와 아리스 콤비. 하지만 결코 풀리지 않는 마지막 괴담의 여운이 길다.

🪞블랙 미러
가장 박진감 넘쳤던 단편. 알리바이에 이용당했다는 설정과 이동 경로를 추리하는 치밀함에 머리는 조금 아팠지만(ㅋㅋ) 몰입감은 최고였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안티의 수수께끼
사촌의 귀여운(?) 비밀에 웃음이 터졌다. 이런 사소한 것조차 추리의 영역이 될 수 있다니, 추리 소설의 세계는 참 넓다.

🪷 행각승 지장 스님의 낭패
과거 단골 술집의 추억과 다시 마주한 비디오 가게 주인.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작품이자 여러 트릭들의 향연.

🫆시체의 실루엣은 말한다
여자친구가 꾸며놓은 범죄 현장과 다잉 메시지. 추리 소설에 진심인 사람들의 에너지가 흥미진진하다. 근데 마지막 의미는 뭘까?

여기 실린 모든 이야기 전부 아리스가와의 세계관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그가 창조한 인물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이게 베스트다!“ 싶은데, 다음 편을 읽으면 또 생각이 바뀔 정도로 거를 타선이 없는 완벽한 앤솔러지였다. 마치 고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대결을 직관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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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숲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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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어떻게 세 이야기가 단 하나도 겹치지 않고 각기 다른 결로 소름 돋게 만드는지 매번 감탄하게 된다. 앞선 <화가>와 <흉가>를 거치며 쌓인 내성이 무색하게도, 세 번째 작품은 괴담과 미로, 그리고 원한이 뒤섞여 훨씬 더 복잡하고 교묘해졌다. 거기다가 기존 <마가>였던 제목이 <괴담의 숲>이라는 새로운 제목과 표지로 다시 돌아옴!!

엄마의 재혼과 새아빠의 직장 문제로 오게 된 삼촌의 거대한 별장. 그곳에서 마주한 기묘한 일들과 ”숲에 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 아이를 유괴한다는 신의 괴담과 호박 남자의 전설이 뒤엉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안심할 수 있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순간이 의심스러워 엄청나게 몰입했지만 결말은 예상치를 완전히 빗나갔다. 특히 이야기의 결말을 지나 슬며시 고개를 드는 반전까지 그야말로 압권이다.

책을 덮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본다. ”너도 장차 처세에 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삼촌의 첫 대사를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주인공 유마가 과연 얼마나 ’처세‘에 능했는지 되새기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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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 -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 필사
월간 <샘터> 지음 / 샘터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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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과 글이 쏟아지는 시대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문장들 사이에서도 결국 마음을 울리는 것은 진솔함이 아닐까 싶다. 5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유의 결을 지켜온 월간 교양지 <샘터>의 문장들이 그러하다.

대단하다고 일컬어지는 인물부터 우리 곁의 이웃까지, 다양한 삶의 궤적을 담은 글 중에서도 엄선된 100개의 문장을 필사하며 느꼈다. ’샘터‘라는 이름처럼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순수함과 열정. 그것은 내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한 이 문장들을 읽으며,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되돌아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했던 가족과 친구들, 각박한 사회 속에서 멀어진 이웃과의 거리, 그리고 일상에 치여 외면해온 문제들까지.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눌러 쓴 글이기에 그 여운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특히 이 필사집의 매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부터 깊은 사유가 필요한 질문, 차마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까지. 이 과정은 단순한 필사를 넘어 삶을 더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 가끔은 투박해도 진심이 담긴 글 한 줄이 더 위로가 될 때도 있죠! 여러분도 잊고 지내던 소중한 가치들을 이 문장들 사이에서 되새겨보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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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헌터스
폴 윤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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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인 요한. 눈 속에 파묻혀 코만 나와있던 그를 사람들은 스노우맨이라고 불렀다. 그는 종전 후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중립국 브라질로 간다. 요한은 일본인 재단사 밑에서 옷을 고치고 언어를 배우며 그곳 사람들과 정이 들어간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그의 일상에 문득 떠오르는 고향, 친구 펭, 아버지, 포로수용소의 날들. 그리고 그를 품어준 재단사 기요시와 거리의 아이 둘. 담백하고도 담담하게 서술되는 1, 2부를 거쳐 3부에서 그의 어린 시절 고향과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며 감정의 빈 공간이 빈틈없이 채워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울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500쪽이었던 소설이 200쪽 분량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읽을수록 정말 한 문장 한 문장이 깊고도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소설임과 동시에 이념 따위 상관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에 휘말리며 겪는 감정들이 전해져 마음 아팠다.

나무 같은 요한의 시간. 가만히 멈춰 있는 듯 보이는 한 사람의 생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계절의 변화를 겪는다. 전쟁을 겪고 황폐해졌던 요한에게 옷을 고치고 만드는 것이 무너진 정신을 고치는 작업이지 않았을까.

+) 한국 전쟁이 끝난 후 포로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한국계 미국인 작가에게서 이런 내용의 작품이 나왔을까 궁금했다. 알고 봤더니 작가의 할아버지가 탈북민이셨다고...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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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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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이 책은 일상 속 드리워진 그늘에 한 줄기 빛이 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11편의 이야기들 중 몇 편만 소개하자면

📍거짓말 컨시어지, 속거짓말 컨시어지
‘거짓말쟁이’는 나쁘지만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일상을 구해주기도 한다. 이 두 편의 이야기에서는 서로 전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거짓말’을 통해 하나로 엮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왜 이리 다정하고도 위로되는 걸까.

📍추가 나눔의 전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168자루의 초록색 볼펜. 그 펜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마치 할아버지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다.

📍술집에 이천 번이나 가고 난 뒤에
은퇴를 앞둔 상사의 송별회를 열 술집을 찾아야 하는 요코이. 취향저격을 위해 분투하며 한 사람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집요할 정도지만 그래서 재밌다. 계산해 보면 40년 간 한 직장을 다닌 사람이 그 근방에서 안 가본 술집이 있을까.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취향을 궁금해하며 키워지는 우정 비슷한 느낌이 왜 이렇게 따스할까.

📍방과 후 시간의 그녀
나머지 공부 시간에 심지어 자기보다 낮은 학년의 수업에 들어오는 선배 호리우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나에.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인데 의연한 태도의 호리우치를 본받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는 적당히 먼 거리의 관계에 대한 조명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관계 속에서 얻는 위로와 다정함 속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돋보이며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를 믿고 나를 먼저 챙기는 것, 내 일상을 궁금해하고 안부를 물어봐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인 것 같다. 여기에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매우 힐링하며 읽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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