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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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으로 중대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다. 보이저 1호의 출발과 아디나 조르노의 도착.”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에게서 태어난 외계인, 아디나 조르노. 아디나는 위기에 처한 귀뚜라미 쌀 행성을 구하기 위한 임무를 갖고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는 우리가 살기 적합한 곳인가?”
그녀의 행성과 소통하는 방법은 엄마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팩스기계. 팩스로 지구에 대해 관찰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내며 고향의 존재들과 소통하고 밤마다 눈을 감으면 야간 교실이 열려 그녀가 지구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들을 잇는 작업이 진행된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간, 그 속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유머.

”인간은 외계인을 찾고 싶어 해요. 덜 외롭다고 느끼기 위해서. 하지만 정작 세상에 외계인보다 더 외로운 존재는 없다는 건 알지 못해요.“
텔레비전은 점점 얇아지고 컴퓨터와 전화기는 점점 작아지며 아디나는 점점 성장한다. 자신 같은 외계의 존재가 지구에 또 있을지 궁금해하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적이다. 아빠가 떠나고 엄마와 둘이 사는 가난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방황하는 청소년기, 엄마와 살던 곳을 떠나 직업을 갖고 사랑을 경험하는 청년기,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그 이후까지… 인생의 새로운 시기마다 알을 깨고 나오듯 고통스러운 순간의 반복이다. 외계인이라서가 아니다. 모든 인간들이 겪는 성장과정이다. 인간과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외계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이가 겪는 외로움이다. 책의 초반에는 아디나가 그리는 인간들의 우스꽝스럽고 적나라한 모습에 반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아디나의 인간적인 외로움에 깊게 공감하고 침잠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외로움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아디나의 따뜻한 시선. 아디나는 점점 인간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제 점점 그녀의 행성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녀의 고향은 태어난 지구일까, 가본 적도 없는 귀뚜라미 쌀 행성일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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