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범죄와 법조인의 세계라 함은 잔악무도함, 냉정함 같은 차가운 무엇으로 비춰졌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심리, 그것을 수사하며 추리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곤 했는데 이 책 1부의 여러 사건 기록들은 내가 상상하며 즐겼던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역시 사람 사는 세계란 별 다를 바 없구나, 느끼게 해준다. 소설은 재미있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과 그 일을 저지른, 겪은 사람들은 재미있지 않다. “유죄와 무죄의 틈바구니를 애써 버티는 힘으로 사람의 역사는 쓰인다. 그러므로 검사로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p.8)” 그런가하면 2,3부에서는 세상과 일상의 소소한 것에 가닿는 검사의 시선이 생각외로 다정하고 따뜻하단 사실에 놀란다. 각 잡히고 딱딱할 것 같은 검찰청에서도 꽃을 심는 이가 있고, 그 꽃에 행복해하는 이도 있으며 밥을 짓고 체조도 하고 꽃놀이도 즐기며 일상은 돌아간다. 신입 검사 시절의 이야기부터 18년차가 된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은 검사가 쓴 보고서로부터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재밌고 웃픈 이야기와 조언으로 변모한다. 매번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 책은 일상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는 법에 대해 말한다. 나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썼으나 당장 내일의 출근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 그래도 작게나마 출근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 되보겠단 다짐…!)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천문학적으로 중대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다. 보이저 1호의 출발과 아디나 조르노의 도착.”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에게서 태어난 외계인, 아디나 조르노. 아디나는 위기에 처한 귀뚜라미 쌀 행성을 구하기 위한 임무를 갖고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는 우리가 살기 적합한 곳인가?” 그녀의 행성과 소통하는 방법은 엄마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팩스기계. 팩스로 지구에 대해 관찰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내며 고향의 존재들과 소통하고 밤마다 눈을 감으면 야간 교실이 열려 그녀가 지구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들을 잇는 작업이 진행된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간, 그 속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유머. ”인간은 외계인을 찾고 싶어 해요. 덜 외롭다고 느끼기 위해서. 하지만 정작 세상에 외계인보다 더 외로운 존재는 없다는 건 알지 못해요.“ 텔레비전은 점점 얇아지고 컴퓨터와 전화기는 점점 작아지며 아디나는 점점 성장한다. 자신 같은 외계의 존재가 지구에 또 있을지 궁금해하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적이다. 아빠가 떠나고 엄마와 둘이 사는 가난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방황하는 청소년기, 엄마와 살던 곳을 떠나 직업을 갖고 사랑을 경험하는 청년기,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그 이후까지… 인생의 새로운 시기마다 알을 깨고 나오듯 고통스러운 순간의 반복이다. 외계인이라서가 아니다. 모든 인간들이 겪는 성장과정이다. 인간과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외계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이가 겪는 외로움이다. 책의 초반에는 아디나가 그리는 인간들의 우스꽝스럽고 적나라한 모습에 반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아디나의 인간적인 외로움에 깊게 공감하고 침잠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외로움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아디나의 따뜻한 시선. 아디나는 점점 인간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제 점점 그녀의 행성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녀의 고향은 태어난 지구일까, 가본 적도 없는 귀뚜라미 쌀 행성일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그래서 그런가, 항상 철학에 관심‘은’ 많았다. 책을 읽다보면 여기저기 한 번씩 등장하는 철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철학을 꼭 한 번 공부해봐야지, 하면서도 항상 고대철학에서 중도하차하게 되는… ‘철학지구력’은 부족한 나였는데 드디어…! 현대철학까지 톺아보았다. 바로 이 책 『탁석산의 서양철학사』 덕분! 6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과 내가 철학 초보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이성을 무기로 온갖 사유와 맞서 싸워온 철학자들의 모험기를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18세기 계몽주의 이후에나 이성이 철학에서 지배적 위치에 올랐다는 것. 철학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였던 신비주의가 철학과 꽤나 밀접했다는 사실. 만물의 근원을 궁금해하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시작해 논리학, 정치학, 윤리학으로 뻗어나가는 철학을 따라가는 여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유하고 사색하며 내가 있는 곳을 찾기! 물론 철학은 처음이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긴 어려웠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근데 뭐, 아무렴 어떤가. 이제 시작인데! 전체적인 흐름을 한 번 눈에 담았으니, 마음에 와닿았던 철학자들부터 한 명 한 명 차근차근 공부해보려고 한다. 평소 ‘왜?’라는 질문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곤 했던 나였는데, 이제 질문하려 노력하는 과정에 한 발짝 발을 들인 기분이다. 그리고 벽돌을 격파.. 까진 아니어도 들었다 놨다는 정도의 뿌듯함도 함께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첫 해외여행이었던 오사카를 기억하며 『팔로우 오사카•교토』를 폈다. 올해 6월까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여행 안내서인데, 아날로그 좋아하는 나에겐 이 책이 왜 이제서야 나왔을까••• 싶은 심정 뿐.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긴 귀찮지만, 여행은 100% 즐겨야하고 남들이 가본 곳도 다 가봐야하는 베짱이들에게 딱이다. 반면 체인점은 왜인지 피하고 싶어하는 난데, 외국에 나가면 이 책은 분간하기 어려운 체인점까지 정리해준다!! 책 속에서 내가 가봤던 곳, 먹었던 것, 샀던 것을 다시 보는 재미도 있고 반대로 못 가봤던 곳, 먹어보지 못한 것, 사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다음 일본 여행을 기약하게 되는 설렘이 느껴졌다. 꿈 속에서나마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관찰해 별을 찾고 시간과 방향을 알아내기도 하고, 종종 보이는 별들이 곧 일어날 재앙의 전조라며 두려워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은 인간의 삶과 가까웠고 인간을 매료시켰다. 이후 망원경 같은 도구의 발전으로 정확한 관측이 시작되며 천문학의 역사는 시작된다. 우주 공간에 흩어진 수소, 헬륨, 먼지가 모여 성간구름이 되고 성간구름에서는 별이 태어난다. 이렇게 탄생한 별은 인간처럼 생애주기를 가진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핵융합 과정을 반복하며 연료를 소모하다가 핵융합에 사용할 원소가 모두 소진되면 별은 중심핵의 질량과 밀도에 따라 빛나는 백색왜성, 중성자로 뭉친 중성자별,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진화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볼 일이, 낭만이 없었던 요즘. 책을 통해서라도 우주를 상상하고 밤하늘의 별을 그리는 순간을 만났다. 아직도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많은 우주, 우리에게 어떤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지 기대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