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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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인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마지막 미스터리입니다. 제 시체를 찾아주세요“
미스터리 작가 ‘아사미’의 블로그에 어느 날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글이 올라온다. 그렇게 사라진 그녀와 잇달아 블로그에 올라오는 그녀 주위 사람들의 민낯에 대한 폭로, 자전적 소설 <하얀 새장 속 다섯 마리 새들>. 무슨 관계인걸까. 사라진 그녀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걸까 아니면 자살한걸까, 혹은 누군가로부터 살해 당한 걸까. 초반부터 파국이다.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는 법이니까.”
탄탄하다. 그녀의 성장과정부터의 모든 이야기가 아주 치밀하게 짜여있다. 보육원 같은 곳에서 자라 가족도, 친구도 없던 아사미가 학창시절 처음 우정을 느꼈던 순간과 그걸 잃게 된 순간(매우 충격적!!!), 그리고 그렇게 혼자 세상에 남게 된 아사미가 선택한 인간관계 안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들. 주위의 얼마 안되는 인간들이라곤 죄다 짜증나는 족속 뿐이다. 가족이 없는 아사미를 무시하며 상식이 없다고 구박하는 시어머니, 일도 안하고 아사미에게 붙어 등골 쪽쪽 빨아먹는 남편, 아사미가 될 수 없어 그녀의 남편이라도 차지하려는 담당 편집자까지;; 아사미가 사라져도 그녀를 걱정하기는 커녕 자신들에게 무슨 불똥이 튈지, 아사미로부터 펑펑 나오던 돈을 못 쓰게 될까 걱정하는 꼬라지들이.. 아주.. 속에서 열불천불이… ㅋㅋㅋㅋㅋ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하나씩 공개되는 아사미의 학창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을 통해 왜 모든 일이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아사미의 행동에 대한 퍼즐이 딱딱 맞춰진다. 시원한 전개로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지만, 다섯 마리 새들에 대한 연민이 남는 소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놀란 사실. 출간일 7월 30일. 이거 일부러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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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간 로버 이야기
재스민 왈가 지음, 김래경 옮김 / 양철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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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성 탐사 로봇이다. 이름은 리질리언스이다. 내 별명은 리지다. 짝꿍이 있으면 별명이 생긴다.”
농담을 좋아하는 유쾌한 감성파 ‘산더’와 이성파 ‘라니아’에게서 만들어진 화성 탐사 로버 ‘리질리언스’, 리지. 리지는 실험실의 과학자들을 ‘보호복’이라 부르며 보호복들의 행동과 언어를 관찰한다. 마치 인간 아이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물려받듯이, 리질리언스도 인간의 감정을스펀지 같이 쏙쏙 흡수한다. 산더처럼 유쾌하고 감정이 넘쳐 흐르면서도 라니아처럼 합리적이려고 노력(?)하는 희한한 로버.

”나는 소피가 나 같다고 깨달았다. 소피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리지는 라니아가 통화할 때마다 따뜻한 목소리, 행복한 표정을 짓게 하는 어린 아이가 누구인지, 그 감정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한편, 라니아의 딸 소피는 일에 전념하며 가족들과의 시간에 자꾸 빠지는 엄마에게 서운하다. 하지만 착한 딸 소피는 라니아에게 투정을 부리기 보다는 오히려 라니아가 전념하는 대상인 리지에게 편지를 쓴다. 그렇게 둘의 우정은 시작된다.

“가치 있는 로버는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치 있는 로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진짜 지구로 돌아온 로버이고 싶어.”
때가 됐다. 지구에서의 모든 테스트를 완료한 리지는 드론 ‘플라이’와 함께 화성으로 보내진다. 리지가 화성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인간의 시간도 빠르게 흘러 소피는 어느덧 어른이 된다. 리지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그토록 원하던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리지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잊히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의 감정은 화성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확실히 다른 로봇들과는 다르게 리질리언스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지녔다. 믿음, 슬픔, 행복, 화, 자랑스러움, 좌절과 실망까지. 처음에 다른 로봇들은 그런 리지를 무시하고 비웃지만 리지는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을 통해 자신을 믿고 희망을 가지기도, 의심하며 더 나은 결정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물론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한 번 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시대 속,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인공지능의 모습을 통해 어디엔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들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리지는 로봇이지만 MBTI F력이 못해도 90%는 이상이라 장담한다. 근데 이 F력은 전염력이 있나보다. 결국 감정 없이 냉정하던 인공지능들이 점차 리지에게 동화되어 서로 친구가 되기 때문. 어딜가나 친화력 만렙인 리지는 웃기고 귀엽고 따뜻하다. 화성에서 드론 ‘플라이’, 인공위성 ‘가디언’과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부르는 리지의 모습은 절대 안 잊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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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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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이 멀지도 모르는 모나와
한 쪽 눈이 먼 할아버지의 미술관 여행

“모든 게 어두워졌다. 마치 상복이 드리워진 듯이.”
어느 날, 열 살 모나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 63분 동안.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잠시 동안의 시력상실 이후, 모나의 부모님은 주치의로부터 아동정신의학과와의 정기적인 상담을 권유받는다. 할아버지 앙리는 그때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그는 모나를 맡겠다고 한 뒤, 아동정신의학자에게 데려가지 않는다. 수요일 오후마다 미술관에 데리고 가 한 작품씩만, 필요한 만큼 시간을 천천히 들여서 감상하게 한다.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생활방식, 건축양식, 종교생활, 사회적 분위기 등을 다 알면서 관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할아버지 앙리는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기억력으로 모나에게 이를 전수하며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게 해준다. 책의 뒤편에는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의 사진이 있다. 처음에는 쓱 훑어본 후 책에 써있는 글에만 집중했다면, 시간이 흐르자 나도 모나처럼 천천히 작품의 곳곳을 뜯어보게 되고 그 후에 앙리가 설명해주는 내용을 읽으며 내가 찾아낸 부분과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재미를 느꼈다. 내가 실제로 미술관에 가서 저 작품들을 두 눈으로 담게 되면 또 어떤 다른 감동이 느껴질까 상상해보기도 하며. 그렇게 모나와 할아버지와 함께한 52주간의 미술관 여행이 끝나고나면 52개의 작품을 눈에 담는 법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담는 법 또한 배우게 된다.

”할아버지와 있을 때 단 하나 금지된 일, 할머니 콜레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사이가 서먹한 할아버지 앙리와 엄마 카미유, 가족을 사랑하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 폴, 세상을 떠난 할머니. 처음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상적인 가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나의 가족도 각자의 아픔, 부족한 부분을 지닌 채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었다. 기억들을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채 사적인 얘기를 거의 꺼내지 않는 할아버지 앙리와 할머니의 소라고둥 목걸이를 소중히 품고 다니는 모나의 52주간의 미술관 여행을 통해 이 가족은 어떤 관계로 거듭날까. 묻어둔 아픔을 꺼내어 마주볼 수 있을까.

비록 내 주위에 저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다정한 할아버지는 없었을지라도 이 책을 통해 상상 속의 할아버지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지루한 미술책 대신 이야기와 곁들여 작품을 이해함으로서 예술과 한 발짝 친해지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도 읽히는 이 책…

결국 사람이 만든 예술 작품은 삶의 의미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그 나름의 이유를 찾음과 동시에 그 속의 인물에 나를 투영해보기도 하면서 또 한 번 인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책.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후다닥 페이지를 넘기느라 천천히 여유롭게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다음에 이 책은 하루에 한 챕터씩만 여유롭게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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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지음, 이나래 옮김 / 현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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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하려면 어느 정도 독창적이면서도 현상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 탐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용적이진 않다. 철학자도 사람이다. 먹고 살아야 한다! 라틴어 격언에는 ‘먼저 살고, 그 다음에 철학하라’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이 책은 마흔 명의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과 실제로 그들이 주장한 사상과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철학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 직업이 당시의 시대상에서 어떠한 위치였는지, 직업인으로서 어떤 세상의 변화를 마주했는지와 맞물려 그들이 사상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전쟁 같은 위기의 시대의 철학과 평화로운 시대의 철학은 다르다. 타락한 사회에서도 어떤 삶의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철학 사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물론 철학자들의 사상도 흥미롭지만, 역시 철학자들의 실제 직업과 생활, 뜻밖의 모습이 더 재미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종교, 과학, 수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파스칼이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 홍보까지 한 일화나 마음의 평온에 이르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가 폭군 황제 네로와 우정을 나눴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 뿐 아니라 위조화폐 제작자, 은행강도 등 뜨악할 만한 직업도 나온다. (ㅋㅋㅋㅋㅋ) 읽다보면 웬만한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다.

특히나 싱크탱크의 대표였던 매튜 크로포드가 그 자리에 따분함을 느끼고 정비공이 된 일화는 인상 깊다. 고장나고, 멈추고, 망가진 것들과 마주하며 삶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비공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또한 보통의 소비자가 오직 사물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에만 관심을 갖고 고장나면 어쩔 줄 모른다는 점, 이러한 ‘소비주의‘ 경향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이 책은 직업인으로서의 철학자들과 만나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 외치던 나에게 사유의 힘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모든 철학자들은 일단 철학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존경심이 들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직업 현장의 여러 곳곳에서 또 새로운 철학이 태어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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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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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데메테르호, 주인공 사일러스 코드와 원정대는 어느 절벽에 숨어있다는 미지의 균열과 구조물을 찾기 위해 항해하고 있다. 균열이 그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데메테르호는 파멸한다.

그리고 사일러스 코드는 다시 눈을 뜬다. 또 다른 항해를 하고 있는 범선, 증기선, 비행선, 매번 달라지는 시대와 운송수단 위에서.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가까이 다가오는 원정대를 반복해서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인가.

등장인물들의 정체와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이 작가 미쳤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초반에는 답답하고 의뭉스럽다고 느끼면서도 ‘그래서 도대체 무슨 얘긴데?’라며 따라 읽다보면 페이지 넘기기를 멈출 수가 없다. 언어적 설정이 매우 뛰어나고 수수께끼 같은 내용이라 하나하나의 의미를 의심하게 되고 깨닫는 순간 짜릿함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이 작가를 지금 안 게 아쉬울 정도. 치밀한 두뇌게임 느낌이랄까. 내게는 SF소설을 보는 시각에도 대전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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