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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두 눈이 멀지도 모르는 모나와
한 쪽 눈이 먼 할아버지의 미술관 여행
“모든 게 어두워졌다. 마치 상복이 드리워진 듯이.”
어느 날, 열 살 모나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 63분 동안.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잠시 동안의 시력상실 이후, 모나의 부모님은 주치의로부터 아동정신의학과와의 정기적인 상담을 권유받는다. 할아버지 앙리는 그때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그는 모나를 맡겠다고 한 뒤, 아동정신의학자에게 데려가지 않는다. 수요일 오후마다 미술관에 데리고 가 한 작품씩만, 필요한 만큼 시간을 천천히 들여서 감상하게 한다.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생활방식, 건축양식, 종교생활, 사회적 분위기 등을 다 알면서 관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할아버지 앙리는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기억력으로 모나에게 이를 전수하며 작품을 폭넓게 이해하게 해준다. 책의 뒤편에는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의 사진이 있다. 처음에는 쓱 훑어본 후 책에 써있는 글에만 집중했다면, 시간이 흐르자 나도 모나처럼 천천히 작품의 곳곳을 뜯어보게 되고 그 후에 앙리가 설명해주는 내용을 읽으며 내가 찾아낸 부분과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재미를 느꼈다. 내가 실제로 미술관에 가서 저 작품들을 두 눈으로 담게 되면 또 어떤 다른 감동이 느껴질까 상상해보기도 하며. 그렇게 모나와 할아버지와 함께한 52주간의 미술관 여행이 끝나고나면 52개의 작품을 눈에 담는 법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담는 법 또한 배우게 된다.
”할아버지와 있을 때 단 하나 금지된 일, 할머니 콜레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사이가 서먹한 할아버지 앙리와 엄마 카미유, 가족을 사랑하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 폴, 세상을 떠난 할머니. 처음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상적인 가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나의 가족도 각자의 아픔, 부족한 부분을 지닌 채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었다. 기억들을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채 사적인 얘기를 거의 꺼내지 않는 할아버지 앙리와 할머니의 소라고둥 목걸이를 소중히 품고 다니는 모나의 52주간의 미술관 여행을 통해 이 가족은 어떤 관계로 거듭날까. 묻어둔 아픔을 꺼내어 마주볼 수 있을까.
비록 내 주위에 저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다정한 할아버지는 없었을지라도 이 책을 통해 상상 속의 할아버지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지루한 미술책 대신 이야기와 곁들여 작품을 이해함으로서 예술과 한 발짝 친해지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도 읽히는 이 책…
결국 사람이 만든 예술 작품은 삶의 의미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그 나름의 이유를 찾음과 동시에 그 속의 인물에 나를 투영해보기도 하면서 또 한 번 인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책.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후다닥 페이지를 넘기느라 천천히 여유롭게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다음에 이 책은 하루에 한 챕터씩만 여유롭게 읽어보려 한다.
이 리뷰는 문학동네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