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지음, 이나래 옮김 / 현암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을 하려면 어느 정도 독창적이면서도 현상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 탐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용적이진 않다. 철학자도 사람이다. 먹고 살아야 한다! 라틴어 격언에는 ‘먼저 살고, 그 다음에 철학하라’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이 책은 마흔 명의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과 실제로 그들이 주장한 사상과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철학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 직업이 당시의 시대상에서 어떠한 위치였는지, 직업인으로서 어떤 세상의 변화를 마주했는지와 맞물려 그들이 사상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전쟁 같은 위기의 시대의 철학과 평화로운 시대의 철학은 다르다. 타락한 사회에서도 어떤 삶의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철학 사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물론 철학자들의 사상도 흥미롭지만, 역시 철학자들의 실제 직업과 생활, 뜻밖의 모습이 더 재미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종교, 과학, 수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파스칼이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 홍보까지 한 일화나 마음의 평온에 이르고자 하는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가 폭군 황제 네로와 우정을 나눴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 뿐 아니라 위조화폐 제작자, 은행강도 등 뜨악할 만한 직업도 나온다. (ㅋㅋㅋㅋㅋ) 읽다보면 웬만한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다.

특히나 싱크탱크의 대표였던 매튜 크로포드가 그 자리에 따분함을 느끼고 정비공이 된 일화는 인상 깊다. 고장나고, 멈추고, 망가진 것들과 마주하며 삶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비공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또한 보통의 소비자가 오직 사물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에만 관심을 갖고 고장나면 어쩔 줄 모른다는 점, 이러한 ‘소비주의‘ 경향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이 책은 직업인으로서의 철학자들과 만나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 외치던 나에게 사유의 힘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모든 철학자들은 일단 철학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존경심이 들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직업 현장의 여러 곳곳에서 또 새로운 철학이 태어나고 있겠지?

이 리뷰는 현암사(@hyeonamsa )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