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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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박적골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이어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은 자서전.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를 아우르는 역사가 담긴 소설이지만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보아지는 시대상은 새롭다. 아픈 이야기지만 순수한 시선으로 담는 일상 한 편, 한 편이 너무도 소중했다. 할아버지와의 남다른 애착과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남매를 지키려 악착같았던 어머니, 동경했던 오빠와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남매를 아껴주었던 숙부, 숙모들까지. 대가족이 함께했던 즐거움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어 그때 느꼈던 감정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너무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이옥토 작가의 사진을 표지로 새 옷을 입은 이야기가 찬란하고도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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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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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얼빠다. 이 멍청한 외모에 꽂혀버렸다. 너무 귀엽잖아? 이 책, 안 읽을 수 없잖아?

📌그리하여 ’멸종 크레딧‘이 생겼다.
오늘날에는 브라마사무드람 광업 회사처럼 어느 생물을 지구상에서 멸종시키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바우처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 바우처의 이름이 바로 ’멸종 크레딧‘이었다. 멸종 크레딧으로는 지구상의 어떤 종이든 불도저로 밀어 버릴 수 있는 권리를 살 수 있지만, 바루나호에 타고 있는 스위스 여자 같은 동물 인지 능력 전문가가 ’지능이 있다‘고 인증한 종은 예외였다. 그런 경우에는 한 개가 아니라, 열세 개의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했다. (p.39)

배경은 음식의 맛이 사라지고 뭔가 맛이 나는 음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는 기후 위기 세상이다. 벌어들인 돈의 마지막 한 푼까지 곧장 목구멍으로 넣는 ’핼야드‘는 ‘어떤 소문’을 듣고 멸종크레딧의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멸종크레딧을 이용한 재테크를 시도한다. 자동채굴선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광업회사의 환경영향 책임자가 되어 멸종 크레딧을 살 돈을 받은 다음,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몰래 기다리다가 그 차액을 챙기는 것. 그러나 멸종크레딧의 가격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급등하고, 심지어 자동채굴선은 자동으로 독쑤기미의 서식지를 밀어버린다. 그리고 핼야드의 회사가 고용한 동물 지능 평가사 ’카린‘은 독쑤기미가 지능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려고 한다. 지구상에 얼마 남아있지도 않았던 독쑤기미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멸종으로 추정되는 지금, 독쑤기미의 지능까지 인증된다면 열세 개의 멸종 크레딧을 살 돈을 구하거나 사기죄로 감옥에 가야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남아있는 독쑤기미를 한 마리라도 찾아내야 한다. 광활한 바다에서 독쑤기미 찾기라니,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핼야드와 카린의 독쑤기미를 찾기 위한 우당탕탕 쿠당탕 모험이 시작된다.

일단 이 책, 웃기다.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점점 더 웃겨진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내용들은 전혀 가볍지 않다. 작가가 상상한 내용들이 현재 인간들의 행태를 비꼬고 비웃는 것 같은 건 나만 느끼는 것일까. 살아있는 개체가 없어도 뇌 스캐닝과 행동양식, 습성, 영역 등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다면 멸종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인간들이 슬퍼하는 동물의 멸종은 귀엽고 인간들에게 기쁨을 주는 동물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닌지. 매년 수천 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가운데, 인간들은 자기 먹고살 궁리나 하자고 멸종 산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의 아이러니. 화재와 홍수, 전염병, 폭동, 전쟁 그리고 더 중대한 일 보다도 ‘맛있는’ 음식이 사라져 슬퍼하는 인간의 모습. 맛없는 음식을 먹기 전에 맛에 대한 평가를 없애버리는 약이 인기상품이 되어버린 작 중 현실까지. 코미디면서도 아찔하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물고기라고 하는 독쑤기미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 깡패들처럼 묻지마 복수(?)도 즐기는 독쑤기미는 이런 멸종을 초래한 인간들에게도 복수하고 싶을까. 정말 인간의 죽음을 원할까. 어쨋든 우리 귀여운 독쑤기미 분량 더 줘.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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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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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는 말한다. 구름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땅과 이어지지 않으며 자연색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사진은 실패작이라고. 헤세가 이렇게 빡센 구름 집착남이었다니. 하지만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연의 웅대한 모습 앞에 자신을 대지의 아이일 뿐이라 칭하는 헤세의 순수함이 사랑스럽다.

맑은 하늘, 흰 뭉게구름만 생각했던 나의 유아적 사고를 혼내듯 황홀한 묘사들의 연속이다. 올 풀린 회색과 보랏빛 구름이라니! 색채에 대한 묘사에 감탄하느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헤세의 문장대로 내 눈 앞에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실재하는 것처럼 펼쳐진다. 헤세와 함께 땅으로부터 이어지는 하늘을 감상하는 느낌에 젖어 읽었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도 내가 같은 풍경을 봤다 해도 저런 문장의 한 글자도 따라가지 못했겠지. ’예,예쁘다…!‘ 말하곤 끝났겠지.

그게 바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라는 것을 또 깨달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일상에 쫓겨 하늘 올려다볼 일이 별로 없는 최근이었는데 다시 하늘을 관찰하게 되었다. 구름의 한 조각 조각들과 그 미묘한 빛깔을 감상하며 마음에 새기고 싶다.

독서, 음악, 자연, 예술에 대한 헤세의 사랑과 즐길 줄 아는 여유, 그걸 표현한 아름다운 문장들에 푹 빠져 헤엄치다 왔다. 헤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구름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게 될 것 같다. 책장에 넣어놨던 『페터 카친먼트』를 꺼내야겠다.

📝 산, 호수, 폭풍, 해는 나의 친구였고,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나를 길러 주었고, 또한 오랫동안 어떤 인간이나 어떤 인간 운명보다 나에게 더 친숙하고 소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빛나는 호수나 쓸쓸한 소나무, 햇볕이 내리쬐는 바위보다 더 사랑한 것은 구름이었다.

📝 이제야 나는 구름의 아름다움과 서글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구름은 한없이 머나먼 곳으로 정처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 우리는 구름의 마법과 그 부드러운 슬픔을 통해 모든 행복과 아름다움의 덧없음과 허망함을 느낀다. 이는 마야의 장막이라, 실체 없는 허상인 동시에 모든 존재의 확실한 징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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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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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은 옳고 그름을 따짐 없이 제 창조물들의 존재에 덧붙임을 한다’
공중을 날고(박쥐) 땅을 파고들며(두더지) 헤엄치는(돌고래)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킬 ‘변신’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진다. 인간과 박쥐, 돌고래, 두더지의 혼종인 키메라의 탄생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목숨까지 위협당한 프로젝트의 창시자 알리스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알리스가 우주로 보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3차대전이 발발한다. 온 세상이 초토화되고 인간이 멸종해가는 시점, 신인류 출현의 적기이다.

알리스는 우주에서 세 키메라 에어리얼, 디거, 노틱의 배아와 뱃 속 아이를 품고 지구로 돌아온다. 그리고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인간 공동체를 찾아 그들과 함께 혼종들의 수를 늘리고 키우며 공존하고 다투고 멀어졌다 재회도 한다.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이 나올 수도 있지.’
이미 현 인류세에서 인간은 전체 생물 종들의 지배자 역할을 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결국 전쟁까지 일으켰다. 이 시기를 헤쳐나갈 대안이었던 혼종들은 어렸을 땐 마냥 순수하게만 보였으나 점점 머리가 커가며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신인류들은 인간과 동물의 혼종이기에 각 동물의 고유한 습성에 더해 인간의 여러 측면들을 보인다. 과연 혼종들은 인류보다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을까?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다는 문장은 미묘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도 딱히... 그냥 똑같은 금쪽이의 탄생이었나 싶은 순간이 많다😭

⍤⃝구인류 대 신인류
처음 혼종들이 창조되었을 땐 인간들이 우리의 기원을 궁금해하고 종교에 몸 담으며 신을 믿는 것처럼, 신인류들도 창조자 알리스를 믿고 그녀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다른 뿌리인 동물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숭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세대가 교체될수록 창조자를 신격화했던 옛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인간에 대해 우월감을 갖느냐, 열등감을 갖느냐에 따라 우호적, 중립적, 파괴적인 세 가지 관계양상이 나타난다. 책의 후반부, 돌고래 혼종들은 인간들을 마구 죽이고, 인간들의 동물원처럼 인간을 박물관 안에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든다. 읽으면서 참 찝찝했다. 인간의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본성과 오래 전부터 쌓인 서로에 대한 증오, 극에 달한 경쟁의식은 사피엔스의 DNA에 내재되어 혼종들에게로 유전된 것일까. 혼종들을 보며 이 파국은 어디까지 치달을 것인지 무서워지기도 한다.

⍤⃝구세대 대 신세대
세대 간의 갈등 또한 도드라진다. 알리스가 창조해낸 세상에서 딸 오펠리가 알리스에게 엄마는 이미 시대에 뒤처졌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포세이돈의 아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내용 등 이야기가 진행할수록 세대가 교체되고 젊은이들의 불만은 커진다. 난 알리스에게 몰입해 읽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아… 저 금쪽이들… 어떡하지? 왜 자꾸 사고치고 다니지? 어쩔려고 저래?‘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던 알리스가 부모가 되고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다. 알리스는 처음 세 혼종들이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할 때 주위의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오늘날 여느 부모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오로지 절망만 보여주진 않는다. 본인이 벌여놓은 일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는 알리스의 마지막 선택.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와 마냥 희망만 주지도 절망만 주지도 않는 결말이라 좋았다.

그리고 일단 책이 술술 잘 읽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인데, 이래서 유명한가? 싶었다. 1, 2권 합쳐 600페이지에 달하는 양에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신인류 에어리얼, 디거, 노틱과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보며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특히 책의 후반부 세대교체 시점으로 갈수록 더 각자만의 길을 걷는 신인류들의 행태는 매우 흥미롭다. 쉽게 읽히지만 여러 생각할 거리들을 남기는, 마냥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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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상속
허진희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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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 집을 가질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말이지.”
4평짜리 원룸에서 살다가 거대한 저택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집값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는 사람 누구라도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다. 그게 저택에 모인 성별무관 다섯 명의 사람들을 유혹하는 일이라해도.

오영은 추리소설 작가인 엄마의 친구, 제갈화랑으로부터 저택을 상속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단, 조건은 저택에 모인 다섯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

🕵️‍♂️훈남이자 쾌남, 추리소설 조사원 류희탄
👨‍💼천둥벌거숭이 같은 차기 출판사 대표 곽강
👨‍💻어딘지 의뭉스러워보이는 떠오르는 신예작가 송자오
🙎‍♀️갑작스러운 손님, 배우 한오름
👷‍♂️오영에게 별 관심 없어보이는 양봉업자 범로하

그렇게 모두가 한 곳에 모인다. 그리고 때마침 도착한 협박범의 편지, 사라지는 여배우. 많은 사람들이 저택에 모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플롯으로 한 소설들은 많이 봤지만 여기에 로맨스를 더하다니. 신박한 전개다. 거의 모든 연애프로 다 챙겨보는 애청자라면 솔깃하구여~

“오영은 이미 일상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많은 부분을 미련 없이 가지치기해버렸다. 그중 마지막으로 버린 것이 반항심이었다. 가장 먼저 가지치기한 것은 연애. 절대로 가지치기할 생각이 없는 것은 고양이와 책이다.”
오영은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본인 앞가림하기에 급급해 연애는 놓고 산 지 오래다. 가장 먼저 가지치기한 것이 연애라니. 얼마나 현실적이면서도 낭만 없는지 ㅠ. (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업도, 얼굴도 빵빵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온갖 관심을 받는 존재라니. 너무 부러운 일 아닌가. 미스테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플러팅을 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의 질척함까지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

“최초의 실질적인 주인은 부이였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고작 8년 정도 살았을 뿐이지만 이 저택 곳곳 부이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데가 없거든요.”
부이는 현재 저택주인 제갈화랑의 조부의 내연녀(?)였다. 무려 23살이나 어린. 가난한 환경으로 팔려오듯 살게 된, 사랑없는 저택에서의 짧은 생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 듯,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점찍고 그 사람이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유혹하듯 온갖 오감을 생생하게 불어넣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점찍어진 것이 바로 오영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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