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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평점 :
난 얼빠다. 이 멍청한 외모에 꽂혀버렸다. 너무 귀엽잖아? 이 책, 안 읽을 수 없잖아?
📌그리하여 ’멸종 크레딧‘이 생겼다.
오늘날에는 브라마사무드람 광업 회사처럼 어느 생물을 지구상에서 멸종시키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바우처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 바우처의 이름이 바로 ’멸종 크레딧‘이었다. 멸종 크레딧으로는 지구상의 어떤 종이든 불도저로 밀어 버릴 수 있는 권리를 살 수 있지만, 바루나호에 타고 있는 스위스 여자 같은 동물 인지 능력 전문가가 ’지능이 있다‘고 인증한 종은 예외였다. 그런 경우에는 한 개가 아니라, 열세 개의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했다. (p.39)
배경은 음식의 맛이 사라지고 뭔가 맛이 나는 음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는 기후 위기 세상이다. 벌어들인 돈의 마지막 한 푼까지 곧장 목구멍으로 넣는 ’핼야드‘는 ‘어떤 소문’을 듣고 멸종크레딧의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멸종크레딧을 이용한 재테크를 시도한다. 자동채굴선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광업회사의 환경영향 책임자가 되어 멸종 크레딧을 살 돈을 받은 다음,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몰래 기다리다가 그 차액을 챙기는 것. 그러나 멸종크레딧의 가격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급등하고, 심지어 자동채굴선은 자동으로 독쑤기미의 서식지를 밀어버린다. 그리고 핼야드의 회사가 고용한 동물 지능 평가사 ’카린‘은 독쑤기미가 지능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려고 한다. 지구상에 얼마 남아있지도 않았던 독쑤기미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멸종으로 추정되는 지금, 독쑤기미의 지능까지 인증된다면 열세 개의 멸종 크레딧을 살 돈을 구하거나 사기죄로 감옥에 가야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남아있는 독쑤기미를 한 마리라도 찾아내야 한다. 광활한 바다에서 독쑤기미 찾기라니,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핼야드와 카린의 독쑤기미를 찾기 위한 우당탕탕 쿠당탕 모험이 시작된다.
일단 이 책, 웃기다.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점점 더 웃겨진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내용들은 전혀 가볍지 않다. 작가가 상상한 내용들이 현재 인간들의 행태를 비꼬고 비웃는 것 같은 건 나만 느끼는 것일까. 살아있는 개체가 없어도 뇌 스캐닝과 행동양식, 습성, 영역 등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다면 멸종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인간들이 슬퍼하는 동물의 멸종은 귀엽고 인간들에게 기쁨을 주는 동물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닌지. 매년 수천 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가운데, 인간들은 자기 먹고살 궁리나 하자고 멸종 산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의 아이러니. 화재와 홍수, 전염병, 폭동, 전쟁 그리고 더 중대한 일 보다도 ‘맛있는’ 음식이 사라져 슬퍼하는 인간의 모습. 맛없는 음식을 먹기 전에 맛에 대한 평가를 없애버리는 약이 인기상품이 되어버린 작 중 현실까지. 코미디면서도 아찔하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물고기라고 하는 독쑤기미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 깡패들처럼 묻지마 복수(?)도 즐기는 독쑤기미는 이런 멸종을 초래한 인간들에게도 복수하고 싶을까. 정말 인간의 죽음을 원할까. 어쨋든 우리 귀여운 독쑤기미 분량 더 줘. 더 주세요...!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