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상속
허진희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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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 집을 가질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말이지.”
4평짜리 원룸에서 살다가 거대한 저택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집값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는 사람 누구라도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다. 그게 저택에 모인 성별무관 다섯 명의 사람들을 유혹하는 일이라해도.

오영은 추리소설 작가인 엄마의 친구, 제갈화랑으로부터 저택을 상속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단, 조건은 저택에 모인 다섯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

🕵️‍♂️훈남이자 쾌남, 추리소설 조사원 류희탄
👨‍💼천둥벌거숭이 같은 차기 출판사 대표 곽강
👨‍💻어딘지 의뭉스러워보이는 떠오르는 신예작가 송자오
🙎‍♀️갑작스러운 손님, 배우 한오름
👷‍♂️오영에게 별 관심 없어보이는 양봉업자 범로하

그렇게 모두가 한 곳에 모인다. 그리고 때마침 도착한 협박범의 편지, 사라지는 여배우. 많은 사람들이 저택에 모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플롯으로 한 소설들은 많이 봤지만 여기에 로맨스를 더하다니. 신박한 전개다. 거의 모든 연애프로 다 챙겨보는 애청자라면 솔깃하구여~

“오영은 이미 일상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많은 부분을 미련 없이 가지치기해버렸다. 그중 마지막으로 버린 것이 반항심이었다. 가장 먼저 가지치기한 것은 연애. 절대로 가지치기할 생각이 없는 것은 고양이와 책이다.”
오영은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본인 앞가림하기에 급급해 연애는 놓고 산 지 오래다. 가장 먼저 가지치기한 것이 연애라니. 얼마나 현실적이면서도 낭만 없는지 ㅠ. (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업도, 얼굴도 빵빵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온갖 관심을 받는 존재라니. 너무 부러운 일 아닌가. 미스테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플러팅을 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의 질척함까지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

“최초의 실질적인 주인은 부이였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고작 8년 정도 살았을 뿐이지만 이 저택 곳곳 부이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데가 없거든요.”
부이는 현재 저택주인 제갈화랑의 조부의 내연녀(?)였다. 무려 23살이나 어린. 가난한 환경으로 팔려오듯 살게 된, 사랑없는 저택에서의 짧은 생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 듯,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점찍고 그 사람이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유혹하듯 온갖 오감을 생생하게 불어넣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점찍어진 것이 바로 오영 아니었을지.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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