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리 퀸
캐서린 머독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데어리 퀸
 

선풍기 앞에서도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한여름 무더위도 깜박 잊을만큼 재미있었던 책이다.

열다섯 디제이. 암소 같다 암소 같다 그 말을 되새김질 하면서 우연히 시작된 풋볼 선수의 트레이너로서의 경험은 그녀의 일상을 확 바꾸어놓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암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불평 없이

혹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습관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디제이의 그런 중얼거림은 조용히 내 마음의 연못에 던진 작은 조약돌이 되어 파문을 일으킨다.

능력 있는 레드밴드의 여자 농구 선수였던 디제이는 아빠가 고관절 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농장 일을 도와야 해서 영어 과목에 낙제 점수를 받고 농구 선수로도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된다.

그저 암소처럼 묵묵히 힘든 농장 일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지미 아저씨가 보낸 레드밴드와 앙숙인 홀리 고등학교의 풋볼 선수인 브라이언의 트레이너가 된다.

첫날 하루 일하다 말고 가버린 브라이언은 절친한 친구 엠버와 시내 영화관 앞에서 만나 암소 같다며 놀려대고 그 말은 디제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다시 안 올 줄 알았는데 찾아온 브라이언에게 트레이너가 되겠다고 하고 윈과 빌 오빠가 연습한 것을 오랫동안 보아왔던 디제이는 브라이언의 훌륭한 트레이너가 된다.

처음엔 일주일을 약속했는데 여름 방학 한 달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디제이는 브라이언에게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몰랐던 브라이언네 가족사와 어렵사리 털어놓게 된 윈과 빌 오빠와의 불화, 뭔가 두려움에 눌려 말을 하지 않는 남동생 커티스,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여자친구 엠버......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브라이언과 디제이 사이에는 뭔가 모를 기운이 흐르는데 막 무르익을 무렵 디제이는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브라이언과의 연습 도중 브라이언의 단 한 마디로.

"빌어먹을! 내가 너랑 맞붙을 일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

그 말 한 마디는 디제이에게 천둥벼락처럼 깨닫게 한다.

마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그리고 디제이는 레드밴드 풋볼 감독을 찾아가 이야기한다.

남자 선수들만 있는 풋볼 팀에서 풋볼을 하고싶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위스콘신의 아주 작은 마을, 열다섯 소녀의 영어 작문 리포트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읽기 시작하면 밥 먹을 때도 놓지 못하는 큰아이의 식사습관을 평소 무척이나 못마땅해했건만

오늘은 나도 꼼짝없이 그 꼴을하고 더 야단치지 못했다.

으매, 어쩜 이리도 재미있단 말인가!

마치 달리는 자동차에서 도저히 뛰어내릴 수 없을만큼 중간에 끊어읽을 수가 없었다.

열다섯 소녀의 도전과 용기는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게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공을 향해 시선을 들어 초록 필드 위를 내달리는 소녀의 부푼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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