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우표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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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우표
 

메마른 땅이어서 아까시나무밖에 살 수 없었던 돌산

이제는 예쁜 꽃, 나무 심는다고 전기톱으로 척척 베어내는 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까시 나무가

헌 집처럼

푹푹 쓰러지고 있다

 

고 시인이 표현한다. 그 안타까운 마음, 척박한 땅에 와서 뿌리내려 살아준 아까시 나무에 대한 연민이 그대로 짧은 시구 속에 뚝뚝 떨어진다.

쭈글쭈글한 매미 배를 쥐어짜며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막 울어라고 하기도 하고

봄이네 마당에 핀 목련꽃을 보고 걸레처럼 더러워진 마음을 꽃잎들이 닦아주었나보다고도 노래한다.

같은 걸 보더라도 시인은 그 내면의 것을 잡아내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걸 잡아내어 아름답게 꾸미고 다듬어 우리에게 들려주면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새 시인이 노래하는 마음과 같아져 마음이 깨끗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세태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나오면 나도 같이 안타깝고

시원해하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즐거워하고 웃게 되기도 한다.

그런 마력을 지닌 시인은 그래서 언어의 예술가라 하나보다.

뇌성마비 막내 고모 삐뚤빼뚤 수저를 쥐고도 밥 안 할 흘리지 않는 막내 고모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기 손에도 힘이 꽉 쥐어진다는 시가 있다.

똑바로 말을 하면서도 줄줄 흘리고 남은 밥알은 당연하다는 듯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되어 읽는데 나도 모르게 내 손에도 힘이 꽉 쥐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입술 우표의 시들은 하나같이 사랑을 노래하고 보다 넉넉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자라는 우리 아이도 이 시들을 통해 그렇게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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