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쪽빛문고 12
나시키 가호 지음, 데쿠네 이쿠 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감동이란!

도장회사에서 페인트 칠하는 일을 배우는 싱야는 페인트공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께 듣는 걸 좋아한다.

아이가 생긴 걸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버지의 꿈을 아는 어머니는 그대로 아버지를 보낸다.

큰 뜻을 품고 프랑스로 건너간 아버지는 한 번도 싱야를 만나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 아버지의 묘비명에 이렇게 쓰여 있단다.

'불세출의 페인트공, 이곳에 잠들다.'

 

같은 회청색이라도 배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손님들의 구미에 맞게 색을 배합해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칠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펑펑 울고싶은 마음을 애써 추스리고 있는데 감독이 이야기한다

손님이 정말 좋아하는 색을 느낌으로 알아야 하는 거야. 느낌이 오면 그 색을 페인트로 나타내는 거고.

 

자신에게 페인트칠하는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던 싱야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프랑스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싱야가 갑판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싱야가 느끼는 그 감동을 전해주는 책의 그림이 참 좋았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짙은 안개가 자욱한 날 그녀가 찾아왔다.

 

독특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선장도 아버지도 잘 아는 듯했다.

싱야에게 위트릴로의 흰색으로 이 배를 언젠가 칠해달란다.

기쁨과 슬픔, 들뜬 기분과 쓸쓸한 기분, 분노와 포기의 감정도, 세상의 혼탁함도 아름다움도 덧없음도 모두 포함하는 위트릴로의 흰색.

그리고 어느새 안개 속으로 신비스럽게 사라져버린다.

 

프랑스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한 싱야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다니고 돌아가는 배에서 다시 나타난 그 여인은

배 아래쪽 청소도구함 밑에 싱야의 아버지가 썼던 다 낡아빠진 붓 하나를 찾으라고 한다.

무슨 까닭인지 한쪽 끝만 매우 북슬북슬한 붓을.

그리고 돌아온 싱야는 인생의 반려자도 페인트칠로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색을 싱야는 온 마음으로 느끼고 진정 그에게 맞는 색을 칠해주는데

그 과정의 이야기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그 여인, 위트릴로의 흰색......

한 페인트공의 이야기에 인생이 담긴, 생의 철학이 아름답게 그려진 책이었다.

오래도록 나는 이 책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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