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똥은 똥그랗다 문학동네 동시집 10
문인수 지음, 수봉이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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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똥은 똥그랗다
 

시라고 하면 좀 고상하고 어려운 것 같은데

동시는 이렇게 재미있고 맑고 예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우깡을 물고 끙끙대며 지나가는 개미도,

하늘을 훨훨 나는 가오리연도,

굴러가다 제자리에 딱 서며 아무리 건드려도 동글동글 웃는 공도,

삐거덕 문 열면 반갑다 소리하는 문짝도,

주위를 둘러보면 말 걸어오는 모든 것이 동시 친구들이다.

그런 걸 왜 고상하고 우아하고 쉽게 가까이 하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을까.

 

시골 외갓집에서 배탈나서 저녁밥 먹다말고 뒷간으로 내빼는 '나'에게

"허허, 저놈 똥끝이 타는구나!" 웃으며 하신 한 마디를

지각 했을 때, 기차를 놓칠 뻔 했을 때, 아무튼 급할 때마다

생각나 정말 똥끝이 불 당긴 듯 타는 듯 했다는 시를 읽는데

그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어가 그리 재밌냐며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고 같이 보는 큰아이.

어느새 내 손에서 아이 손으로 넘어가 있었다.

 

낚시를 좋아해 시간만 나면 낚시하러 가는 아빠를 둔 아이가

1학년 때 아빠 직업을 '어부'라고 적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무거운 리어카를 밀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고 잠시 망설인 딱 한 숟갈 만큼의 마음을 깨닫고

리어카를 밀어드리며 할아버지의 힘과 통했다는 그 장면도,

토란잎에 톡톡톡 떨어지는 빗방울도 모두가 동시 속에서는 아름다움이 되고 감동이 된다.

을 밤하늘 별들이 뛰어내려 토란잎 위에서 차례 차례 맑은 눈 뜬다는 표현이 어찌나 예쁜지.

 

시 속에는 세상이 들었다.

아이의 맑고 순수한 마음 그대로의 세상이.

읽을수록 마음에 따스한 봄햇살이 내려 쌓인다.

염소 똥은 똥그랗다.

이제 또 내 손에 언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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