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초승달문고 20
김옥 지음, 백남원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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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적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이 되고싶었던 기백의 삼촌은

공부를 잘해 서울대도 갔을 놈이라는 평을 듣지만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누나집에 얹혀사는 백수다.

물고기 초등학교 1학년 1반 기백이는 무릎 튀어나오는 츄리닝 바지에 날마다 과자부스러기나 먹으며 만화책을 들여다보는 삼촌이 부럽기만 하다.

자기도 삼촌처럼 백수가 되고싶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꿀밤세례와 삼촌에 대한 엄마의 구박이 매섭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어서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큰 솥이며 트럭이며-을 내어줄 수 있는 집이 기백이네 집이고, 그 뒤가 탱자나무 할머니네 집이다.

기백이 엄마 아빠도, 동건이네 아빠도, 정미네 엄마도 가르치셨던 기백이네 담임선생님은 노환으로 그만 누우시고, 새로 온 호빵같이 둥근 얼굴의 새 담임 김소명 선생님이 탱자나무 할머니네로 이사를 왔다.

덩어리째 곱게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그 동백꽃 중 몇 개를 다시 기백이에게 선생님이 선물하고, 기백이는 다시 삼촌에게 선생님 선물이라며 건넨다.

옆동네 미역 초등학교와 선생님들의 학교 대항 배구시합이 붙고, 교감선생님은 기백이네 삼촌을 불러다 같이 연습시킨다.

날마다 반 아이들과 싸움하는 혜진이와 기백이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싸움대장 혜진이도 좋아하는 기백이에게는 사근사근하고 어렵게 찾은 보물찾기도 준다.

그러던 중 혜진이네 아빠가 사업이 망하자 필리핀에서 온 혜진이네 엄마는 혜진이를 두고 돈 벌러 집을 나간다.

그리고 삼촌이 중매 선 유치원 선생님의 결혼식이 있고, 남자친구가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은근히 삼촌과 잘 되기를 바랐던 기백이 엄마는 실망을 한다.

 

은빛 비늘같이 반짝이는 바다로 소풍가 조개잡고,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아픈 선생님께 갓 캐온 꼬막을 내어주는 엄마, 찾아온 제자에게 뜨거운 감자를 내어놓는 정많은 선생님의 사모님,

엎치락 뒤치락 다투다가도 금방 웃으며 어울리는 아이들,

옆 학교 미역 초등학교로 트럭을 타고 배구시합하러 가는 선생님들.

 

모두가 한 폭의 풍경화같다. 맑고 평화로운 시골 바닷가 풍경.

어찌나 정겹고 따스한지 가슴 저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감동이 싸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첫느낌도 좋았고, 표지를 넘기면서 본 글쓴이와 그린이의 소개부터가 남다른 책이었다.

여덟 살 소년의 순수한 마음으로 그린 시골 바닷가 학교와 모두가 한가족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터지는 웃음과 감동을 곳곳에 툭툭 떨어지는 샛붉은 동백꽃처럼 흩어놓았다.

 

나도 어린 시절 노총각 선생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우리 이모와 결혼한다면 참 좋겠다 하는...

그럼 선생님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고 특별한 관계가 될테니. 결혼 적령기에 있는 이모와 잘 어울리겠다는 상상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사람을 세워 그리곤 했다.

첫 부임지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 추억이 얼마나 따스하고 정겨울지, 글 속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다. 아니, 글을 읽으면 내 맘 속에서 그리움이 일어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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