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자전거여행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 / 미다스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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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메기와 만다라
 

나는 누구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철학책에서 혹은 다른 책에서 답을 얻고자 했던 적이 있다.

앤드류 팸의 이 자전거 여행기는 여느 여행에세이와는 달랐다.

1977년 열 살의 나이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망명하고 제대로 나오지 않는 영어로 베트남 전쟁의 부당함에 대해 술자리의 어른들의 말을 빌어 항의했으나 정작 하고팠던 말은 그 전쟁으로 아버지가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이다.

자살한 누이를 생각하며 누이가 집을 떠난 뒤 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싶었으나 사춘기 시절 그의 용기는 20달러짜리 지폐를 넣고 자전거를 타고 나간 것이 전부였다.

일정한 직업 없이 고독한 프리랜서로 뛰면서 변심한 여자친구와 자신을 정리하는 것을 핑계로 그는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돌아오지 않을지 모르는 여행을 그렇게 떠난다.

내 뿌리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짊어지고 떠난 여행은 가볍지 않았다.

누이를 위해 울고, 자신을 위해 울고, 자신의 세계와 베트남인들의 세계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울고, 서러운 영혼을 위해 울고...... 순례자의 여행처럼 여행길 속에서 그는 생각하고 느끼고 받아들였다.

베트남의 더러움 안에서 나는 너무도 미국적이다. 나는 너무 세련되어 내가 태어난 곳에서 너무 멀어져 버렸다. 내가 찾아낸 뿌리들은 나를 거절한다. 그것이 나를 정말로 부끄럽게 한다.

-281쪽에서-

베트남에서 그는 교포였다. 교포를 베트남인들은 복권당첨자라고 했다.

한 바퀴 한 걸음 내달으며 과거의 추억을 엮으며 그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영어를 그리워했다.

혓바닥 위에서 희미하게 굳어져가는 모국어를 누이를 통해, 여행을 통해 의미를 떠올리고, 태어난 곳이며 여행의 종착지에 이르러 1년여 걸린 여행을 마무리하며 지나간 시간들을 사랑하게 된다.

푸르름은 그토록 거대해서 어떤 전쟁도 무너뜨릴 수 없었고, 내 안의 전쟁조차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모든 죄와 슬픔이 오직 이 거대한 푸르름 속으로 한 방울 잉크처럼 녹아드는 것이다.

-499쪽에서-

"미국에 가서 뭐 할 건데?"

"더 나은 미국사람."

미국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일기, 한 난민 일가의 역사, 일 년의 자전거 여행이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넘치지 않는 여행에세이 한 권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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