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지음, 해뜨네 옮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 푸른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편지를 주세요

 

어디로 갔니?

나도 너에게 편지를 썼는데 네가 이 편지를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주소를 몰라 그냥 개구리에게 썼는데 잘 갈까?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구나.

내가 친구해줄께.

가끔 이렇게 편지도 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삐뚤빼뚤 몇 자 적더니 나보고 적어달란다. 불러줄테니.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적는걸 별로 안 좋아한다.

손가락에 힘이 없는 것은 아닌데 쓸 때마다 연필 바르게 잡으라 하고, 글씨 예쁘게 쓰라고 한다고 싫은 모양이다.

아직 글자도 많이 틀리고 띄어쓰기도 잘 안하고 다 붙여 써버리는 수준인데 아마도 쓰기가 아직은 힘겨운가보다.

그런데 개구리에게 편지를 쓸 생각을 하다니.

비록 불러서 대신 쓰라고 하는 편지이지만 생각이 예뻐서 칭찬해주었다.

 

요즘은 컴퓨터,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라 손으로 직접 쓴 편지보다 이메일로 보내는 편지나 프린트기로 뽑아낸 워드파일의 편지가 대부분이다.

예전에 혼자 고즈넉한 밤에 시를 읽고 소설을 읽고 친구에게 편지 쓴다고 끄적거려놓고 다음날 다시 보면 너무 감정적으로 쓴 것이어서 부치지 못하고 했던 때가 있었다.

한밤중에 사각거리는 연필을 들고 쓰는 맛이란.

나는 4B연필을 좋아했다. 그림 그리는 4B연필로 필기도 하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편지도 쓰고.

사각거리며 부드럽게 그어지는 그 촉감이 참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참 옛일이다.

연애할 때까지만해도 편지를 주고받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아예 뚝이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초록 마당과 초록 지붕이 예쁘게 눈에 들어오는 집 앞, 무화과나무에 달려 있는 빨간 우체통이 앙증맞다.

어느 날 우편함 입구에 무화과 잎 한 장이 살짝 삐져나와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개구리 한 마리가 숨어들어와 살고 있는 거였다.

인테리어 공사 한창 진행중이던 개구리에게 편지를 보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개구리는 오히려 자기 집이니 자기 편지란다.

옆서를 뒤집어 주소를 보여주며 쓰여 있는 사람의 이름을 보여주니 개구리도 편지를 받고 싶다고 한다.

개구리에게 네가 먼저 편지를 보내보라고 했는데 개구리는 편지를 보냈다며 날마다 자신에게 올 편지를 기다리는거였다.

하루 가고 또 하루가 지나고 점점 개구리는 슬퍼지고......

그렇게 떠난 개구리의 마음을 늦게 알아차린 나.

살짝 웃음이 나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

개구리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를 보니 나도 아이에게 편지를 한 장 써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색 고운 편지지에다가.

예전에는 길가다가도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보면 사놓곤 했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갔을까.

잊고 있던 푸른 시절의 추억과 함께 손글씨로 쓴 편지의 소중함에 대해 깨우쳐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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