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잔씨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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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잔씨

 

다른 책에서 읽었던 세잔의 특별한 사과 이야기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명화와 화가를 떠올릴 때 입에 올리는 이름들 중 하나 세잔.

재불화가 류승희씨의 세잔을 찾아 떠난 여행에 동승했다. 아트북스를 통해.

명화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눈도, 해석하며 감상하는 지식도 깊이 갖추지 못했지만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누가 뭐라든 온전히 나만의 것이기에 가끔 미술관을 찾곤 했다.

화가 이야기와 그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 이번 책은 세잔의 생애와 그가 머물다 간 자리 곳곳을 방문하고, 그가 보고 그렸던 풍경과 그림을 나란히 마주할 수 있어 느낌이 다르고 특별했다.

피카소가 세잔을 두고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기까지의 세잔의 모습들, 세잔의 숨결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라도 한 편의 영화같이 펼쳐지는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화가 이야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파산 신고를 낸 바르제스 은행을 기회로 큰 부를 일군 세잔의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와 같이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사람은 돈으로 살고 재능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법대를 마치고 변호사가 되기를 바랬지만 세잔은 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에 아버지는 세잔에게 크게 실망하고 죽기 전까지 최소한의 생활비만 보낼 뿐 화가인 폴 세잔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세잔을 옹호했던 어머니와 사이가 좋아 나중에 혼자가 된 어머니를 저녁마다 방문해 함께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의 힘들고 고독한 생에 어머니가 계셔서 다행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힘입어, 세잔은 톱날처럼 고르지 못한 인생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먼저 와 닿는 부분이 다르다. 아이를 지닌 어미의 눈으로 먼저 그런 부분들이 들어왔다.

두 번째 읽을 때에는 또 다른 부분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솟아나는 감동을 주는 책처럼.

그가 자주 드나들었던 카페, 걸었던 숲길, 지치지 않게 타고다녔던 엑스프로방스행 기차, 그가 보고 그린 풍경과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게 되어 참 좋았다.

실패로 끝나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그리워했을 첫사랑과 오랫동안 밝히지 못했던 아내와 아들의 존재, 세잔을 보고 배우라는 피사로와의 인연, 에밀 졸라와의 우정과 결별을 읽으면서 그의 그림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해보며 아마 그래서 그랬지 않았을까 혼자 추측도 해보았다.

살아생전 그토록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출품하고 거절당하고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겉모습에 심취했던 인상주의에서 견고한 사물의 구조를 찾아가는 자신만의 회화세계의 문을 열었다.

아주 미세한 틈 사이로 새어든 빛은 서서히 세잔에게 비추어졌고 나비파 화가들로부터 세잔의 추종자들이 늘어났다. 물론 세잔을 혹평하는 평론가들도 있었으나 영광은 지속되었고 입체주의 화가 알베르 글레즈는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최초의 현대적 화가라 칭송했다.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피카소의 그림 이야기로 이어지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의 소원대로 그림을 그리며 생을 마무리 한 세잔, 높아지는 명성과 달리 한 점 이익은 얻지 못했던 그의 삶과 이야기를 끝으로 그 뒤 이어지는 세잔의 시대는 마지막까지 세잔을 추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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