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영감 오병수 종알종알 수다쟁이 오병수. 그냥 잘못했습니다 하면 될 걸 제 딴에는 억울한 거다. 엄마가 날마다 형과 비교하면서 형만 예뻐하는 것도 그렇고 태현이가 먼저 걸어온 시비이고 장난인데 내가 그랬다고 선생님이 나무라는 것도 그렇고. 억울한 건 억울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선생님도 엄마도 끝까지 듣지 않고 또또 말대답 하면서 끝을 잘라 버린다. 처음엔 선생님도 병수를 작고 귀엽다고 예뻐했는데 한 번 두 번 선생님을 이겨먹으려는 듯 끝까지 말대꾸를 하는 바람에 전학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병수를 미워하는 것 같다. 내가 엄마라면? 선생님이었다면? 병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병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예뻐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기준과 잣대로 세상을 평가하고 생각하니까. 이런 병수가 마냥 예뻐보이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병수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지녔다. 말썽쟁이 태현이가 귀가 안들려 말썽을 피우고 자신의 받아쓰기를 보고 베끼고 한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태현이를 이해하고 친구로 받아들인다. 태현이의 귀가 아픈 것은 형이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고 남들과 다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장애라고 생각하고 안됐다고 생각했을텐데. 그 순간 병수가 참 예뻐보이고 본받아야 할 의젓한 아이로 보인다. 태현이에게 우리아빠는 대머리인데 가발을 쓰고 다녀라고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나도 웃음을 터뜨리며 병수의 그런 마음까지 예쁘게 보여 환하게 미소지어주었다. 한 가지만 보고 한 쪽면만 보면 그것밖에 보지 못한다. 수다쟁이 말대답쟁이 깜쟁이 병수 그것만 보았다면 병수를 말썽쟁이로만 여겼을 것이다. 그 속마음 아름다운 내면을 보고 사람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좋은 교훈을 얻었다. 종알종알 좁쌀영감 오병수! 난 네가 참 마음에 든다. 더불어 나의 좁은 소견과 마음까지 아름답게 밝혀준 병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시장가면 좁쌀 사다 밥을 지어 병수 이야기를 아이들과 다시 나누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