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 - 오늘날 세상을 만든 신화 속 상상력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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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화, 신화와 과학.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어울리지 않는 한 쌍처럼 보입니다. 인류 역사상 과학이 최고로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주를 탐사하고 사람의 DNA 지도를 발견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신화를 이야기한다면 일단 코웃음부터 나옵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신화를 말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낯설고도 무척이나 설득력 있는 책이 찾아왔습니다. 과학 칼럼니스트 이인식의 세계 신화를 살핀 책, 세계 문명을 탐험한 책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이란 제목의 탁월한 책입니다.



신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릅니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 사람이 나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아들과 딸도 한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책으로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제일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찾아서 읽기도 했습니다. 덩달아 나도 아들딸과 함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신화이지만 사람 사는 풍경과 그 내면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은 신화가 우리의 삶의 풍경과 생각과 그 내면의 이야기만 담아낸다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 이인식은 신화를 과학으로 연결시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신화를 읽고 있었는데 어느새 과학 이야기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술 범위도 광범위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말입니다.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 다룰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책 제목을 보고도 나의 편견,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책 제목을 다시 보세요.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입니다. 저자 이인식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신화를 수집했고 주제별로 분류했습니다. 저술을 향한 저자의 열정과 수고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책의 챕터만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PART 1 - 세상의 시작

이 파트는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주 질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보여주는 챕터입니다.

PART 2 - 같은 세계, 다른 존재

거인족, 인어, 아마존 여전사들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질지는 책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히니까요.

PART 3 -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불, 농업, 의술.... 대홍수에서의 보호까지. 신이 사람에게 준 선물은 인류 문명의 씨앗입니다. 과학은 문명의 꽃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 파트는 신화와 과학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PART 4 - 신이 인간에게 준 또 다른 선물

대장장이, 황금 양털, 거미와 누에, 신화 속 궁전에 관한 신화입니다. 이 파트가 나에겐 참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이 신화가 자연스럽게 과학으로 연결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PART 5 -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바벨탑은 신이 인간에 도전한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하늘을 나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달나라로 도망간 여자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주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깁니다. 우리도 언젠가 우주로 날아갈 수 있을 것이며 달을 밟을 뿐 아니라 화성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됩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PART 6 - 신도 인간처럼 사랑한다

독약으로 사랑을 복수한 키르케 이야기, 케찰코아트와 초콜릿, 그리고 아폴론의 동성애 이야기까지. 여기서 해독제와 세로토닌 동성애 유전자 이야기가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PART 7 - 필멸자 인간, 영원을 욕망하다

죽음, 불로장생, 변신 능력, 생식 전략,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미라에 얽힌 신화입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과학으로 연결될까요? 임사체험, 연금술, 모발 이식, 인간복제, 금지된 사랑, 인체 냉동 보존기술로 이어집니다. 기가 막힙니다

PART 8 - 새로운 신화의 탄생

황금가지, 키스의 역사, 성경과 과학의 만남, 사피엔스가 아니라 사이보그가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종말과 인류세 종말 이야기, 유토피아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엮인 파트입니다. 성경과 과학의 만남이 나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고, 지구의 미래와 인류세의 종말 이야기는 지구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신화가 과학의 이야기로 이어질 뿐 아니라 과학이 다시 신화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묘한 지점을 발견했던 파트입니다.




[처음 만나는 세계 신화 여행]은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인류 문명이 꽃피운 거의 모든 지역의 신화를 아우릅니다. 그 신화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화가 '나'라는 개인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신화가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처음 만나는 세계 신화 여행]은 신화 속 상상력을 통해 신이 우리에게 주신 상상력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일깨워주었고,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향성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세계 신화 여행]은 재미의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화에 관심 있는 분만 아니라 과학과 인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아주 멋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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