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칠테지만 나의 시선에서 볼 때 [의자와 낙서]를 쓰신 서지형 작가와 그녀의 두 자녀 조윤후 조수민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림, 미술, 조각과 분야에서 놓고 볼 때 심각한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미술 선생님이 저의 데생을 보시며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혁철아, 너는 앞으로 절대 그림은 그리지 마라!" 선생님도 저도 저의 작품을 보며 모두 웃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구라도 제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면 속으로라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두 자녀와 드로잉 세상을 펼쳐나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자녀 양육서일까? 드로잉으로 자녀 양육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일까? 드로잉 책일까? 질문이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자녀 양육 철학과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자녀를 참 예쁘게 기르신다는 생각이 새순처럼 돋아났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에 젬병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로잉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의 정서를 섬세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길러주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나의 두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즐겁게 낙서하고, 드로잉으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조금씩 시도해 보면 사랑하는 자녀의 내면을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알려준 대로 아이의 드로잉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유익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