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와 낙서
서지형 지음 / 케이스스터디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습니다. 주로 문학, 예술, 스포츠 종사자들에게서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어 몇 개를 조합해 사람의 저 내면 깊은 곳을 표현하고 만지는 시인과 소설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운 빛과 색의 조화를 보여주는 미술 작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멜로디, 타고난 신체 능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수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에 무게를 측정하기 어려운 수고와 땀을 더해 재능을 꽃피운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은 왜 나에겐 저런 재능이 없는지 아쉬워하고, 그들을 지나치게 부러워한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가진 사람, 그 재능을 더욱 갈고 닦은 사람 때문에 마음과 생각과 삶이 부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들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그들 때문에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기도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칠테지만 나의 시선에서 볼 때 [의자와 낙서]를 쓰신 서지형 작가와 그녀의 두 자녀 조윤후 조수민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림, 미술, 조각과 분야에서 놓고 볼 때 심각한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미술 선생님이 저의 데생을 보시며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혁철아, 너는 앞으로 절대 그림은 그리지 마라!" 선생님도 저도 저의 작품을 보며 모두 웃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구라도 제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면 속으로라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두 자녀와 드로잉 세상을 펼쳐나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자녀 양육서일까? 드로잉으로 자녀 양육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일까? 드로잉 책일까? 질문이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자녀 양육 철학과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자녀를 참 예쁘게 기르신다는 생각이 새순처럼 돋아났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에 젬병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로잉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의 정서를 섬세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길러주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나의 두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즐겁게 낙서하고, 드로잉으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조금씩 시도해 보면 사랑하는 자녀의 내면을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알려준 대로 아이의 드로잉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유익할 테지요.


책을 읽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나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드로잉이 떠올랐습니다. 찾고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한 아들 녀석의 드로잉이 생각났습니다. 유학 시절 가족을 데리고 미국 서부 3대 캐년(Grand, Zion, Bryce)과 Sedona 지역을 여행한 후였습니다. 여름이어서 무척 더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방에서 아들이 드로잉을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Zion Canyon을 여행하는 우리 식구 네 가족이었습니다. Wow!!!!


제가 질문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Zion Canyon" 이에요. 다시 제가 물었습니다. "기억이 나?"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죠" 기대감에 부푼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어떤 기억이야? 그때 좋았지?" 아들이 툭 내뱉듯 대답했습니다. "아뇨,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너무너무 더웠어요"


이후에도 아들과 딸은 꽤나 많은 드로잉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놀라운 재능으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예술쪽으로 재능이 있는 아내의 영향으로 보였습니다




딸아이는 사뭇 다릅니다. 딸은 무척이나 대범합니다. 선을 긋거나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할 때 거침이 없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도화지에 거침없이 선을 긋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이런 행위 역시 드로잉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어려워할 땐 조금씩 도와주면서 함께 드로잉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자극만 주어도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도 실물로 보여주었습니다. 




[의자와 낙서]를 읽으면서 나의 자녀를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안목이 있었어도, 조금만 이 책을 일찍 읽었어도 그림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더 많이 더 깊이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으니, 서지형 작가의 책 [의자와 낙서]가 대단히 영향력 있는 책임엔 틀림없습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님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시는 부모님, 자녀의 마음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부모님, 자녀와 드로잉으로 소통하시고 싶은 부모님, 자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또 풍부하게 길러주시고 싶은 부모님이 읽어보시면 유익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