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그뒤로 시인으로 불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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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을 비웃음을 비웃기.








"그보다는 선생님의 책들이 허세 덩어리라는뜻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 그 책들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의미로 가득한 알찬 단락과 완전무결한 허풍뿐인텅 빈 문단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왜 완전무결한 허풍인고 하니, 그 허풍에 저자도 속고 독자도 속기 때문이지요. 찬란하게 무의미하고 엄숙하게 비상식적인 객담들을 심오하고 긴요한 담론들인 양 꾸며대면서 얼마나 희열을 느끼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선생님 같은 거장한테 그건 분명 기막히게 재미난 놀이였을 겁니다."

"웬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요?"

"그건 저한테도 아주 재미난 놀이였답니다. 허위를 깨부수기 위해 투쟁하노라고 주장하는 작가의 글 곳곳에서 허위의식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정말 유쾌한 경험이었으니까요. 계속 허위로만일관했다면 짜증스러웠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끊임없이 진실과 허위를 오락가락하는 것이,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주더군요."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아는 거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오. 지성인이라는 사람들한테 내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아시오. ‘그 책이 당신을 변화시켰소?‘라고 말이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는 거요. 꼭 이렇게 묻는 것 같았소, ‘왜 그 책 때문에 내가 변해야 하죠?"

..
아, 정말 중요한 건 그거요! 시선 바꾸기. 바로 그거요, 우리가 말하는 걸작이란."
...

‘사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 해도 잊어버린다.‘

"그럼 그렇지. 읽었으면 아셨을 텐데, 인간을미워할 이유는 무수히 많다오. 내 생각에 그 중가장 큰 이유는 허위요. 결코 떨쳐낼 수 없는 특성이지. 요즘만큼 허위가 승승장구하는 시대는없었소. 아시다시피 난 여러 시대를 살았다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소. 이 시대만큼 가증스러운 시대는 없었다오. 한마디로 허위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대요. 허위적인 건 불성실하거나 이중적이거나 사악한 것보다 더 나쁘지. 허위적이라는 건 우선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 뭔가 양심에 걸리는 게 있어서가 아니라
‘체면‘ 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말로 장식되는 졸렬한 자기만족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오. 또 남들에게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정직하고 사악한 거짓말, 남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사이비거짓말, ‘라이트‘한 거짓말을 하는 거요. 그러니까 미소를 띤 채로 욕을 해댄다고, 호의를 베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오.."

단어들은 스스로 소리를 질러대거든. 자기 안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지.

"선생님을 직업적 강박 행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작가답게, 선생님께선 등장인물들 간에 신비스런 상관관계가 전혀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실 수가 없는겁니다. 진정한 소설가들이란 자기가 족보학자인줄 모르는 족보학자들이죠.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선생님께 전 생면부지의 타인일 뿐입니다."

.....

"그 말씀은 못 믿겠습니다. 선생님께선 소설을 완성해야겠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계시거든요. 제가 선생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게 밝혀지자 낙담하시더니, 이제는 억지로 관계를 만들어내려 하시네요. 다급하게 사랑 이야기를 지어내려 하신다고요, 선생님께선 무의미한 것을 열렬히 증오하는 분이셔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수만 있다면 어떤 거짓말도 불사하실 겁니다."
"엄청난 착각이오, 니나! 사랑은 무의미한 것이라오. 그렇기 때문에 신성한 것이고."


상징으로 가득한 동화적인 소설,
원죄, 즉 인간 조건에 대한 몽환적인 은유‘ 운운.
그러니 읽기는 하지만 읽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밖에! 밝히기 위험천만한 사실을 난 얼마든지 글로 써도 되오. 다들 은유로만 볼 테니까. 별반 놀라운 일도 아니오. 사이비 독자는 잠수복을 갖춰입고, 유혈이 낭자한 내 문장들 사이를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유유히 지나가게 마련이거든. 가끔씩 탄성을 지르기도 할 거요. ‘멋진 상징인걸!‘ 이런 게 이른바 깔끔한 독서란 거요. 기막힌 독서법이지. 잠자기 전 침대에 기대앉아 책을 읽을 때쓰기 딱 좋은 방법이오..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데다 이불호청을 더럽히지도 않으니까."

"그건 너무 단순한 방법이잖소. 암, 최고로 세련된 방법이란 건 말이오. 수백만 부가 팔려도 읽는 사람이 없게끔 글을 쓰는 거요."

"독자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건 왜일까요?"
"그건 말이오, 아까와는 달리 아주 쉽게 설명할수 있소. 아무도 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지. 따지고 보면 내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이유도 아마거기 있을 거요. 내가 이렇게 유명해진 건 아무도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오.."
"역설이시겠지요!"
"천만에. 그 한심한 사람들이 실제로 내 책을 읽으려고 애를 써봤다면 아마 날 찾아와 내 멱살을 잡았을 거요. 그리고 그렇게 헛수고를 하게 만든 데 대한 앙갚음으로 나를 까맣게 잊어버렸겠지. 하지만 내 책을 읽지 않으니까 나를 편안한사람, 호감 가는 사람, 성공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요."
"정말 탁월한 논리로군요."
"비범한 이유라니까. 나 같은 작가에게 위안이되는 이유잖소? 진정한 작가, 순수한 작가, 위대한 작가, 천재적인 작가는 자기 책을 읽는 사람이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은밀히 탄생시킨 그 아름다운 것들이 천박한 시선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면 말이오."
"천박한 시선을 피하실 양이었으면 아예 출간을 안 하셨으면 되잖습니까?"
"그건 너무 단순한 방법이잖소. 암, 최고로 세련된 방법이란 건 말이오, 수백만 부가 팔려도는 사람이 없게끔 글을 쓰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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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을까요? 뚱보에다 내시같은 글쓰기광이 되는거 말이예요"

암, 좋았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기자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게 원래그런 존재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정신을 가진들이 젊음과 육신과 사랑과 우정과 행복과 기타등등을 영원이라 불리는 환상의 제단에 바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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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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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을 거의 읽지 않고 있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다 이 책을 읽었다길래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서 선택한 책인데, SF 장르는 더욱이 읽지 않았던 편이라 생소했지만 어렵게 읽히는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술술 읽히고 막히는 부문이 없어 첫 단편 이후로는 이북으로 출퇴근길에 한 편씩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
단편들을 구성하는 소재들의 과학적 장치는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쉽게 이해가 되게 쓰였고, 몇몇은 기발하다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의 문학적 기술?이 많이 아쉽다. 소재에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쉽고 빤하다.. 모든 단편이 그랬는데, 그냥 짧은 지식채널e류의 다큐를 본 듯한 기분까지 든다.. 책에서 좋은 문장들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고 싶은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면 뭐.. 다 읽고 남는 것은 소재 뿐인데 이걸 기반으로 더 확장해 나간 이야기를 전개시키면 재밌겠다, 라는 감상은 있다.

그냥 내가 근미래, SF장르에 어떤 매력을 못느끼는 사람이라 그럴수도 있겠고. 다른 SF장르 소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쩌면 다가올 디스토피아를 굉장히 낭만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거나 하는데, 그게 내겐 하나도 낭만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알라딘이 요새 내거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이나 ˝창백한 푸른 점˝ 같은 사진의 제목이 떠오르는 감성.. 결론은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안와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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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경우, 두렵게 생각되는 상황에 다가갈수록 우선은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이 사라진 다음에야 더 용감하게 행동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기다리게 될 것이다. 두려움은 가장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재학습의 일반적인 과정이 그렇다. 
■두려움은 생각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두려움은 상황이 정말로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을 야기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온다. 감정에 속지 말라. 
■작은 발전을 존중하라. 전보다 덜, 전보다 드물게 걱정하는가? 그 역시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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