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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구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08년 11월 5일,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사람들은 미국 내의 인종차별이 끝나고 진정한 평등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 기대했다. 다수의 공식적인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있던 그때 인터넷, 그중 구글 검색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오바마’가 포함된 검색어 상위권에는 ‘kkk’, ‘깜둥이’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극우 백인 사이트 ‘스톰프런트’의 가입, 검색은 평소의 10배를 웃돌았다. 심지어 일부 주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문구보다 ‘깜둥이 대통령’이 더 많이 검색되기까지 했다.
익명의 설문조사나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기 위한 응답을 하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시한 표본이 아무리 작아도 그 표본이 전체 인구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믿는 ‘작은 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이밖에도 여러 이유로 인해 사람의 생각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언제나 오류가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구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쌓이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검색’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 뒤에 숨어 밖에서는 꺼내지 않는 말을 구글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구글은 모든 기록을 모아 빅데이터화 한다. 개개인의 검색 기록은 제외하고 지역별, 연령별, 시간대별 데이터만으로도 여론조사나 일반적인 상식과는 괴리가 있는 결과를 다수 확인해볼 수 있다. ‘디지털 자백약’으로 기능하는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성생활, 아동학대와 낙태, SNS 친구, 증오와 차별 등의 주제에서 충격적인 검색 기록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빅데이터 만능론으로 보일지 모르나 저자는 빅데이터의 한계와 위험성 또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빅데이터에는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차원의 저주’가 항상 내재해 있어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과 검증절차가 없으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스몰데이터’로 불리는 소규모 설문조사와 인간의 판단이 동반될 때 빅데이터의 좋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권력화된 기업이나 기관이 빅데이터를 개인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책을 읽으며 구글과 검색 데이터가 보여주는 여러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호모 데우스’에서 제시한 데이터의 종교화가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개인의 성향을 본인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알고리즘(빅데이터)의 출현이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이 책은 분명 대부분의 사례 출처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혹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편리함 이전에 두려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